[전라도토속주재발견] 100% 찹쌀로 빚은 전통의 맛 이젠 대중속으로…
[전라도토속주재발견] ⑤해남 진양주
쉬 취하지 않고 취기는 진득 전국에서 유명세 톡톡 세계속 명주로 발돋움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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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애주가는 진양주를 이같이 칭송했다.
또다른 애주가의 표현을 빌면 “과음을 해도 뒤끝이 말끔해 진양주를 한번 마셔본 사람은 다시찾지 않고는 못배기는 술이다”고 한껏 부풀렸다.
#그림1중앙#
해남 진양주(眞釀酒)는 원래 궁중의 양조술로 200여년전 조선 헌종때 영암군 덕진면의 광산김씨 집안에 후실로 들어온 최씨 성의 궁인(宮人)이 비법을 전수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궁중에서 어주(御酒)를 빚던 최씨는 폐출된 뒤 사관벼슬을 살다 후실로 들어오게 된 것. 최씨는 본처의 손녀 김씨에게 술 담그는 법을 가르쳐줬고, 다음에 해남 덕정리로 출가한 김씨가 술을 빚으니 맛이 부드럽고 은은해 진양주라 이름했다고 전해내려온다.
이때부터 진양주는 해남군 계곡면 덕정마을에서 가양주(家釀酒)로 전승돼 왔다.
현 진양주 제조 기능보유자는 최옥림씨(65·여). 영암군 군서면 출신인 최씨는 덕정리로 시집온 뒤 시어머니로부터 진양주 제조 비법을 배웠다. 최씨는 6대째 선조들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제조비법을 전수받아 ‘옛 맛’ 고수에 전력하고 있다. 덕분에 그는 1994년 전남도로부터 전남무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됐다. 광주지방국세청도 진양주 제조공장을 1999년 전통·문화업소로 지정한데 이어 2003년에는 향토업소로 추가지정했다.
진양주는 덕정리 외에도 인근의 북창, 둔주포, 맹진 등지서도 양조되고 있으나 덕정리의 우물로 빚어야 제맛을 낸다고 한다. 알코올 함량은 16% 내외를 보이고 있다.
100% 찹쌀로만 제조해 고급 민속주로 꼽히는 진양주. 그러나 진양주는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심각한 단점 한가지를 떠안고 있다.
진양주 연간 매출을 묻는 질문에 대한 최씨는 “논 아홉마지기(1천800평)에서 나오는 찹쌀을 소모하는 정도죠”라고 답했다.
제조와 판매 자체가 지극히 영세성을 면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진양주는 비교적 고급주로 꼽히는 일반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사실상 저조했다. 직접 전화주문과 해남군 홈페이지를 이용한 통신판매가 전부일뿐 소매점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처럼 판매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보관력이 현저히 낮다는 것. 별다른 약재를 사용하지 않고 100% 찹쌀로 만드는 고급주의 장점이 지금와서는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90년 해남군이 순천대에 의뢰한 ‘진양주 개선에 관한 연구용역’결과에 따르면 진양주 양조방법은 발효최성기의 온도억제방법이 없어 초산유입성장의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누룩냄새가 나는 결점이 있으므로 이를 개선해야한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진양주 보관기간은 여름철에는 상온에서 보름정도에 불과하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겨울철에도 3개월정도만이 가능하다.
상온에서 장시간 보관할 경우 초산으로 변해버리린다. 이 때문에 진양주는 냉장보관을 해야하는 불편이 뒤따랐고, 이같은 맹점은 주류시장에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관기간이 짧기때문에 대형할인점이나 소매점의 진출 또한 불가능했다. 제품 생산에서 유통과정을 거쳐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냉장보관이라는 제약은 경쟁력을 갖기 힘들었다. 아울러 상온에서 ‘유통기한 15일’은 미판매분에 대한 원활한 반품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어 소매점에서 외면당했다.
최씨는 “진양주는 생맥주 개념의 살아 있는 술이기 때문에 장기보관방법 해결이 고민거리다”며 “한 때는 보관력을 높여보고자 양조시 열을 가하기도 했으나 앙금이 생기는 폐단이 발생해 아직까지는 전통제조법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진양주의 장기보관법을 해결하지못하면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해남군이 발벗고 나섰다.
해남군은 지난해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 정희종 교수팀에 ‘진양주 장기보관법 방안 마련’관련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내년까지 진행될 용역을 통해 진양주 장기보관방안이 마련되면 대중화의 일대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남군 농정과 장건식 유통담당은 “진양주는 해남지역을 대표하는 유일한 전통 토속주다”며 “적극적인 시장진출을 통해 더많은 소비자들이 진양주 맛을 느낄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비교적 높은 당도도 진양주가 주류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해결해야 될 우선과제로 남아 있다.
멥쌀을 넣으면 당도조절이 쉬우나 원래 민속주 지정 당시 순수 찹쌀만을 사용키로 돼있어 이를 개선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최씨는 이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중이다.
최씨는 “많은 어려움속에서도 다행히 지난 2003년 해남군이 군비를 들여 15평 규모의 저온저장시설을 지어줘 제품공급은 한결 원활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최씨의 남편 임종모씨(68)도 진양주 제조를 옆에서 도우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고, 최씨의 뒤를 이어 사촌 시동생인 임행주씨(57)가 진양주 기능전수자로 지정돼 맥을 잇겠다고 나섰다.
여전히 가내수공업 형태의 영세한 규모지만 점차 대량생산체제 구축도 고민중이다.
덕정리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진양주 제조공장은 창고를 개조해 만들었으나 발효탱크부터 포장기까지 나름의 현대식 시설을 갖춘 상태다.
최씨는 “진양주 판로확보를 위해 우선 마을 인근에 전문판매장 개설을 해남군과 함께 검토중이다”며 “장기보관법이 마련되고 전문판매장 등 문제가 해결되면 앞으로 판매량은 현저하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글·사진/박영래 기자 yrpark@kjtimes.co.kr 해남/박희석 기자 phs@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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