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중국 경제형 호텔 '홈인'
숙박비 저렴하지만 시설은 3~4급 호텔수준
출장 온 회사원들에 인기 객실점유율 88% 유지
쿤룬호텔, 켐핀스키 호텔 같은 유명 호텔들이 들어서 있는 베이징 도심 옌사(燕莎)교 부근에 위치한 홈인(HOME INN·중국명 如家) 옌사점. 이 호텔은 저녁이 되면 업무용 가방을 챙겨 든 외지 출장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방에서 올라온 공무원, 업무차 들른 회사원들이 하루 일정을 마치고 쉼터로 돌아오는 것이다. 화려하기로는 주변 유명 호텔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객실점유율은 90%를 훌쩍 넘어선다. 서부의 신장(新疆)에서 왔다는 한 40대 공무원은 "시설이 깨끗하고 숙박비가 200위안 아래여서 출장비 박한 우리 같은 사람이 묵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홈인은 중국에서 '경제형 호텔'로 불린다. 숙박비가 하루 150~200위안(한화 약 3만~4만원)으로 1급 호텔(1000~1500 위안)에 비해 훨씬 저렴하지만, 시설은 3~4급 호텔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100여개의 객실을 갖춘 이 호텔은 마치 동남아에 있는 휴양지 호텔을 연상시켰다. 바깥은 연노랑, 안은 연분홍의 파스텔톤으로 꾸몄고, 복도는 단정한 흰색으로 칠을 했다. 직원들도 열대지방에서 볼 수 있는 알록달록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싱글 침대 두개가 놓인 객실에는 타올이나 컵, 칫솔 등이 모두 노랑과 흰색 두 가지로 돼 있었다. 2명이 함께 묵어도 각자 물건이 엇갈리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였다. 커피 테이블 근처에는 각종 비즈니스 잡지가 놓여 있었다.
- ▲ ‘홈인’객실 내 화장실에 비치된 물컵과 칫솔. 두 사람이 함께 머물 때 구분하기 쉽도록 컵과 칫솔의 색상을 다르게 했다. /베이징=최유식 특파원 finder@chosun.com
홈인은 지난 6년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창업 당시 8개 체인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국 100여개 도시에 471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중국 최대의 경제형 호텔 체인으로 부상했다. 지난 5년간 해마다 매출액이 80~300%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객실점유율에 있어서도 홈인은 일반 호텔을 훨씬 능가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 4~5성급 호텔은 30%를 채우기가 힘든 실정이지만, 홈인은 전국 평균 88% 선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 10월에는 중국 호텔 체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상하이 본사의 예빙시(葉秉喜) 홍보부장은 "한때 주가가 50달러에 육박했고, 지난해에도 26달러까지 갔었다"며 "금융위기 와중이라 7~9달러로 떨어졌지만, 1~2달러대인 미국 굴지의 기업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홈인의 성공 요인은 고도 경제성장으로 달라진 중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시설과 서비스, 가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시설의 대형 호텔에 갈만한 주머니 사정은 안되지만, 낡은 구식 여관은 원하지 않는 업무 출장자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 ▲ 중국 베이징 시내에 있는 한‘홈인(home inn)’점포에 하루 일과를 마친 외지인들이 들어가고 있다. /베이징=최유식 특파원 finder@chosun.com
여기서 아낀 비용은 객실 시설과 고객 서비스 쪽으로 돌리고 있다고 했다. 중국 일반호텔은 인터넷 사용료로 하루 100~150위안을 받지만 이곳에서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업무 출장을 온 회사원들이 퇴근 후 이메일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 호텔 체인을 이용한 연인원 2000만명 중 60%(1200만명)가 중견·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실무자급 비즈니스맨이었다.
상하이에 있는 홈인 차오바오루점에서 만난 투숙객 랑정환(郎正桓·25·소프트웨어업체 직원)씨는 "시설이 더 화려한 호텔도 있지만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연간 매출이 우리 돈으로 4000억원 남짓이지만 호텔 경영도 대기업 못지않은 수준이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점포는 내외부 인테리어부터 직원 서비스까지 통일해 어디를 가든 균일한 시설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또 각 점포의 영업 현황과 고객 정보가 상하이 본사의 컴퓨터에 모이도록 하는 중앙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점포 상황을 시시각각 분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홈인은 올해 체인점 수를 30%가량 늘려 총 600개 이상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또 중견·중견기업 임원들을 겨냥한 한 수준 위의 '한팅(漢庭)'이라는 새로운 경제형 호텔 체인도 창업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순젠(孫堅·45) 사장은 "중견·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며 "중국 국내 여행 수요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어 오는 2011년까지는 체인점 수를 1000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홈인' 어떻게 태어났나
예약한 호텔 비싸다는 고객 불평 듣고 착안
- ▲ 순젠
1999년 어느 날, 상하이 쟈오통(交通)대 출신 친구 사이인 지치(季琦), 선난펑(沈南鵬), 양젠장(梁建章) 세 사람은 점심을 함께 했다. 30대 초반이었던 이들은 대학 졸업 후 미국 유학과 직장생활 등으로 바쁘게 지내다 우연히 다시 만났다고 한다. 식사 후 당시 전 세계에 불어닥친 IT(정보기술) 붐을 화제로 얘기를 나누던 이들은 여행 포털사이트를 만들어 중국의 전통 여행산업을 바꿔보자는 데 의기투합을 했다. 이렇게 해서 창업한 것이 중국의 대표적인 여행 포털사이트 중 하나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씨트립(Ctrip)이다.
홈인의 등장도 이 연장선상이었다. 2001년 당시 씨트립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던 지치의 눈에 한 고객이 올린 불평이 눈에 띄었다. 씨트립을 통해 예약한 호텔이 너무 비싸다는 내용이었다. 지치는 이때부터 주요 호텔의 가격과 고객 분포, 예약 현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가격이 150~200위안대에 있는 경제형 호텔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자본력이 부족했던 지치는 중국의 호텔그룹인 서우두와 손잡고 홈인을 창업했다.
현재 CEO를 맡고 있는 순젠(孫堅)은 영국 가구업체인 B&Q 차이나의 마케팅담당 부사장으로 있다가 2005년 홈인에 합류했다. 그도 상하이 의대를 졸업한 뒤 해외에서 마케팅을 공부한 유학파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