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보즈워스 다녀간 뒤 북 긍정적 태도 변화 오바마 친서 효과?

화이트보스 2009. 12. 17. 20:04

보즈워스 다녀간 뒤 북 긍정적 태도 변화 오바마 친서 효과? [중앙일보]

2009.12.17 03:39 입력 / 2009.12.17 13:39 수정

북 6자회담 복귀 공감에 “뭔가 있다” 짐작이 사실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우선 북한 반응이 그랬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보즈워스 대표가 방북 일정을 마친 다음 날(11일) “6자회담 재개 필요성과 9·19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과 관련해 일련의 공동 인식이 이룩됐다”고 밝혔다. 이런 북한을 놓고 미국은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4월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뒤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언급한 것 자체가 처음 나왔다. 커다란 태도 변화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다소 의외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은 후속 대화 개최 일정을 논의하지 않았다. 게다가 보즈워스 대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방북 일정을 예정대로 마쳤다. 그런 만큼 북한의 변화엔 “뭔가 있을 것”이란 얘기가 워싱턴 외교가에 번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변화를 이끈 동력이 보즈워스 대표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친서였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대통령 친서는 외교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수반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정중한 형태의 요청을 담는 문서다. 물론 비공개로 수면 아래 잠기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오바마 정부는 6자회담 다른 참가국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보즈워스 대표가 친서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고, 아는 바 없다”거나 “언급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친서의 내용이다.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철회하거나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밝혔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6자회담으로 되돌아오고, 단정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을 위해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을 보즈워스 대표가 북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6일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즈워스 대표가 방북했을 때 북한이 복귀할 명분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가 경제제재 해제가 그 명분일 것으로 추정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에게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친서를 보냈다. 하지만 집중적 외교 노력을 펼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친서는 이례적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07년 말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히 신고하면 관계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서한을 보냈다.

워싱턴·도쿄=최상연·김동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