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핵연료 재처리시설

레이저 탄생 50돌

화이트보스 2010. 5. 25. 13:57

이 빛 없었으면… 인터넷도 라식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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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25 03:26

레이저 탄생 50돌… 정보·의료혁명 앞당긴 '고마운 빛'
光섬유, 해저 통신망에 사용, '정보 고속도로' 시대 열어
흉터없이 사마귀·점 빼는 등 피부 미용 치료에 널리 활용, CD·DVD… 멀티미디어 혁명도

첨단 과학의 상징 '레이저'가 올 5월로 쉰 살이 됐다. 레이저는 양자물리학의 첨단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기술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CD와 DVD만 해도 레이저가 만든 발명품이다. 각종 거래의 결제, 외과 수술, 인터넷에도 레이저 기술이 사용된다. 순수과학의 산물인 레이저가 지난 50년간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처음엔 물리학자도 가치를 몰랐던 레이저

레이저의 원이름은 '복사의 유도 방출이 만든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LASER)'이다. 즉, 특정 파장의 빛만을 선별하고 집중적으로 방출하는 장치다.

레이저가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됐다. 포항공대 연구원들이 레이저의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위쪽). 레이저는 과학에서 출발했지만, 주요 행사의 분위기를 돋우는 도우미 역할도 한다. 지난 4월 광주광역시에 열린 ‘세계광엑스포’에서 화려한 레이저 불빛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아래 오른쪽). 미래의 레이저는 핵융합으로 새로운 에너지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에서 가동 중인 레이저 핵융합장치 ‘노바’(아래 왼쪽). /채승우 기자·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 제공·김영근 기자
레이저가 첫선을 보인 날은 1960년 5월 16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휴즈연구실의 시어도어 마이만(Maiman) 박사는 은으로 코팅된 루비 금속 막대를 이용해 특정 파장에 집중된 고출력의 섬광을 만들었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레이저다.

마이만 박사는 서둘러 물리학계 최고의 학술지인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논문을 제출했지만, 심사위원들이 대단한 성과가 아니라는 이유로 게재를 거부했다. 자칫 새로운 문명을 창출할 잠재력을 지닌 레이저가 물리학의 뒤안길로 묻힐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다른 전문가들이 마이만 박사의 성과를 알아봤다. 바로 지금도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편집진이다. 네이처는 두 달여의 심사 끝에 같은 해 8월 6일 마이만 박사의 성과를 게재했다.

레이저 없었으면 인터넷 혁명, CD·DVD도 없었다

레이저는 빛이 넓게 퍼지지 않고 일정한 지름을 유지하면서 비교적 먼 거리를 직진한다. 중간에 거울 같은 물체에 반사돼도 방향만 바꿀 뿐 여전히 일정한 지름을 유지하면서 직진한다.

레이저의 독특한 성질은 많은 분야에서 혁명적인 성과를 만들었다. 대표적인 게 인터넷 혁명이다. 미국과 아시아, 미국과 유럽 간에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각각 태평양과 대서양의 해저를 건너야 한다. 적어도 1만㎞ 이상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에도 정보의 손실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19세기에는 주요 해저에 구리선을 깔아 정보를 주고받았다. 주로 전보의 형태였다. 하지만 정보 손실률이 너무 커서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가 적었다.

이에 비해 장기간 일정하게 직진하는 레이저는 큰 손실 없이 먼 거리까지 원하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디지털 정보를 지닌 레이저가 광섬유를 타고 대서양, 태평양을 가로지르며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열리게 됐다. 마치 디지털 정보는 승객이고, 레이저는 자동차 역할을, 광섬유는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작은 지름에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레이저의 성질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응용분야가 CD와 DVD다. CD에 데이터를 기록할 때 컴퓨터는 내장된 장치에서 레이저를 CD에 비춘다. CD 내부의 화학물질은 온도가 올라가면 물성이 변한다. 이 과정을 거쳐 CD에 데이터가 기록된다.

1970년대에 선보인 바코드(bar code) 역시 레이저를 쪼여 상품 정보를 판독하는 장치다. 빛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광(光)마우스 역시 레이저를 활용한다.

의료 분야는 고출력의 레이저를 수술용 칼로 활용하고 있다. 안경에서 해방시켜 주는 라식 수술 역시 레이저가 없었으면 불가능하다. 비염 치료, 하지 정맥류 같은 수술은 물론, 사마귀와 점을 빼는 피부 치료에도 레이저가 쓰인다.

에너지·의료 레이저 가치 더욱 커질 것

레이저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50년간 레이저가 인류에 끼친 영향보다 향후 50년 끼칠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한다. 예를 들어 의학 분야에서 방사선 치료로 종양을 죽이는 기존의 치료법 대신 레이저를 활용한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다.

금속 재료의 가공, 절삭에도 레이저가 더 폭넓게 사용될 전망이다.

에너지난(難) 시대에도 레이저는 주목받고 있다. 고출력 레이저 빔으로 중수소 등 핵융합 연료를 가열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연구가 진행 중인 것. 이른바 '레이저 핵융합'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KAIST 물리학과 공홍진 교수는 "고출력 레이저로 레이저 핵융합을 일으킬 경우 인류의 에너지 고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