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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장병 정훈교육

화이트보스 2010. 6. 26. 09:30

신세대 장병 정훈교육

입력 : 2010.06.25 23:01

강원도 양구 백두산부대 최전방 초소는 병사들 사이에선 '백석산 콘도'라고 불린다. 철책 건너로 북한군 초소가 손에 잡힐 듯한 최전방 부대이지만 최첨단 편의시설을 갖춘 까닭이다. 비데가 설치된 화장실, 위성TV 수신기가 연결된 대형 평면 TV, 건조기능을 겸한 드럼세탁기, 노래방 기계를 갖춘 PC방….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신세대 장병을 통솔하기 위한 변화다. 국방부는 전군의 침상형 생활관(내무반)을 2012년까지 침대형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요즘 군대에선 "일병, 홍길동"이라고 소리치는 '관등성명 복창'이 거의 없다. 간부나 선임병이 찾아도 "예" 하고 대답만 하면 된다. 생활관 청소도 선임병·후임병 구분없이 돌아가면서 하고 '얼차려 집합'도 사라졌다. 선임들이 새로 전입온 신병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洗足式)'을 하고, 첫 휴가 나가는 후임의 군화를 반짝반짝 광내 준다. 실수로라도 욕을 하는 병사들에게 벌금을 거둬 단합대회 경비로 쓰는 부대도 있다.

▶학교 다니는 자녀들 뒷바라지를 하는 학부모에 빗대 군에 간 자식을 챙기는 '군(軍)부모'라는 말도 유행이다. 휴가나 외박 때마다 부모가 승용차로 부대 앞까지 데리러 가고 데려다 주는 게 낯설지 않다. 어느 어머니는 "아들이 부대 공중전화로 자주 집이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거는 통에 대학 다닐 때 휴대전화 비용만큼 전화비를 쓴다"고 했다.

▶오늘로 천안함 폭침(爆沈)사건이 터진 지 석 달이다. 상당수 장병들이 천안함사태에 무관심하거나 군의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어제 조선일보에 실렸다. "천안함이 어떤 사건인지 말해주는 장교도 없었다"거나 "평화의 댐처럼 정부 발표 중에 거짓인 것도 많지 않으냐"고 되묻기도 했다고 한다. 군은 천안함사태 이후 정훈(政訓)교육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2003년판 군 정신교육 교재에서 '우리의 적' '통일 안보' 같은 용어들이 삭제됐다. 2년 전엔 육군 정훈장교가 탈북자로 위장한 여간첩의 정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던 충격적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며 "강한 무기보다 강한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높은 사기와 건전한 안보 의식이 어우러져야 군의 정신력이 바로 선다. 신세대 장병들에게 걸맞은 정훈교육 방식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