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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혁명의 발원지서… 그들은 공산당 부패와 싸우고 있다

화이트보스 2011. 12. 19. 10:39

공산혁명의 발원지서… 그들은 공산당 부패와 싸우고 있다

  • 루펑시(광둥성)=여시동 특파원
  • 입력 : 2011.12.19 03:05

    [中 최대 농민시위 우칸촌, 여시동 특파원 현장 르포] 토지수용에 주민들 격렬 반발
    무장한 공안, 마을 완전히 봉쇄… 주민들 음식 나눠먹으며 대치
    中공안, 식료품 공급 끊고 문자 메시지로 회유… 관리들의 보상금 착복이 불씨
    시위지도자 고문死 의혹에 주민들 똘똘 뭉쳐 저항 계속 "해결위해 중앙정부가 나서야"

    여시동 특파원

    17일 중국 남부 광저우(廣州)에서 버스를 타고 동남쪽으로 4시간을 달려 석 달째 주민 2만명이 시위 중인 우칸(烏坎)촌 입구에 도착했다. 마을 진입은 아예 불가능했다. 마을 앞 3㎞ 지점의 진입로에 설치한 검문소에 공안(경찰) 5~6명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분위기가 삼엄해 검문소 앞 100m쯤부터는 아예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방 정부의 토지 강제 수용에 맞서 마을 주민 약 2만명이 집단 시위를 벌이는 우칸촌은 요즘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다. 마을 외곽에서 만난 택시기사 왕(王)모씨는 "검문소가 이곳 말고도 서너 군데 더 있다. 주민들도 마을 바로 앞에 바리케이드를 쳐 외부 세력의 진입을 막고 있기 때문에 마을은 완벽하게 봉쇄된 셈"이라고 했다.

    우칸촌은 루펑(陸豊)시에 속해 있다. 루펑시는 인근 하이펑(海豊)현과 합쳐 하이루펑(海陸豊)이라 불린다. 하이루펑은 1927년 중국 공산당이 최초로 소비에트를 건설한 곳이다. 이 혁명의 고장에서 개혁·개방의 물결을 탄 주민들이 '해방구'를 만들어 공산당 부패에 맞서고 있다.

    공안은 마을로 들어가는 식료품 등 물품 공급을 차단해 시위 해산을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 상점엔 물건이 동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시외버스 역의 한 직원은 "며칠 전 친구가 마을 주민과 통화했는데 사람들이 먹을 것을 나눠 먹고 옷도 서로 빌려 입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검문소 근처에서 서성이던 한 컨테이너 운전사는 "화물을 싣고 왔는데 마을에 못 들어가서 1주일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토지 강제수용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 관리들의 보상금 착복에 항의해 지난 9월부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우칸(烏坎)촌 주민들이 17일“(시위 지도자) 셰진보(薛錦波)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라”등 문구를 쓴 현수막을 들고 가두 시위를 벌였다. 마을 주민들은 셰진보가 공안에 구금됐다가 지난 11일 갑자기 숨진 뒤 공안과 1주일째 대치를 하고 있으며, 공안은 이 마을을 외부와 완전 차단한 상태다. /AFP 연합뉴스

    우칸촌 주민들은 시위 지도자 셰진보(薛錦波)가 공안에게 구금돼 있다가 지난 11일 갑자기 숨진 이후 공안과 1주일째 대치하고 있다. 토지 강제 수용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 관리들의 보상금 착복에 항의해 처음 시위가 시작됐던 9월 21일부터 계산하면 시위는 석 달째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각지에서 토지 수용과 보상문제를 둘러싸고 수많은 시위가 벌어졌지만 이번 시위는 그 규모나 기간 면에서 최대다.

    지방 정부와 공안은 양동작전을 펴고 있다. 우칸촌을 관할하는 시 당국은 셰진보의 사망원인이 고문이나 구타가 아닌 심장마비에 의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시신을 확인한 셰씨 가족들은 셰씨의 얼굴에 핏자국이 있었고 시신 곳곳에 골절상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우칸촌이 완전히 봉쇄되기 전인 지난 15일 마을로 들어간 유일한 외국 기자 톰 래서터(Lasseter·미 매클래치 신문)는 관리들이 일부 주민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진정하라. 정부 지도자들이 이미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와 함께 시위 지도자들을 법에 따라 엄벌하겠다는 공언도 계속하고 있다. 검문소의 일부 공안은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어 위협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주민들도 저항 의지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주민 수천명은 시위 지도자 셰씨의 집 밖에서 2시간 동안 대규모 추모 모임을 열었다고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결전에 대비해 바리케이드도 더욱 높이 쌓아올리고 있다.

    현재 중앙 정부는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표면에 나서지 않으려는 자세이고 우칸촌 주민들은 이제 중앙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현지 지방 정부는 토지 수용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고 부정을 저지른 촌 관리들에 대해 당적을 박탈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칸촌 주민 우(吳)모씨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풀릴지는 결국 (중앙)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