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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카드영수증, 1년에 지구 62바퀴…대안없을까?

화이트보스 2012. 6. 10. 09:09

버려지는 카드영수증, 1년에 지구 62바퀴…대안없을까?

뉴시스 | 장성주 | 입력 2012.06.1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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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성주 기자 = "카운터 옆 휴지통을 보면 그날 매출을 알 수 있죠. 영수증을 다 버리니까요."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서 음식점을 3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모(49)씨는 "손님들은 결제 후 영수증을 그 자리에서 한번 쓱 보고는 바로 휴지통에 던진다"며 "하루 매출의 90%가 카드로 계산되고 영수증은 같은 처지가 된다"고 밝혔다.

박씨가 말을 마치기도 전 20대 남성 한 명이 카운터에서 카드로 음식값을 결제했다. 박씨가 건낸 영수증은 이내 이 남성 손에서 구겨졌다. 그리곤 휴지통 속으로 들어갔다.

20여명의 손님으로 가득 찬 휴일의 점심시간. 오후 2시가 넘어가도 이 음식점에서 카드로 계산 후 영수증을 챙겨 가는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

박씨는 "법인카드가 아닌 이상 영수증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버려지는 영수증을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종이는 나무로 만드는 것 아닌가"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래서 박씨는 앞으로 이 버려진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을 계획이다. 배달 주문을 메모할 이면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이모(26)씨는 "영수증에서 손님이 필요한 정보는 결제 금액인데 길이는 20㎝가 넘는다"면서 "이것은 일종의 공해로 느껴진다"고 귀띔했다.

이어 "손님들이 영수증을 버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면서도 "영수증에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포함돼 있다던데 종이 낭비에 건강 걱정까지 이중으로 오염을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영수증이 카드 결제기에서 나오자 마자 버려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더욱이 영수증에 인체 유해성 논란이 있는 물질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BC카드에 따르면 국내 카드 회사 전체가 사용한 영수증을 이으면 250만1812㎞로 지구둘레를 62.6바퀴 돌 수 있다. 이 영수증 용지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해 이로 인한 비용은 2700여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원은 종이 영수증에서 성기능 장애나 성인병을 유발하는 비스페놀A가 0.8~1.7% 검출됐다고 밝혔다.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 제조의 원료로 사용하며 투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CD 등 생활 도구에 사용된다. 하지만 이의 사용에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에코피스아시아, 대한항공 등 많은 기업과 시민단체가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 사막에 나무를 심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문제에 적극 대처해 지구를 푸르게 가꾸겠다는 의도다.

무심코 버려지는 카드 영수증에 있어서도 정부와 업계는 전자영수증 보급이나 '페이퍼리스(paperless)' 운동 등 대안을 찾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버려지는 종이 영수증이 다양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용지 사용에서부터 온라인을 활용한 영수증 수령 방법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순주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영수증의 경우 선명하게 인쇄되도록 형광물질을 사용한다"며 "이는 손과 입 등에 노출돼 내분비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쓰레기로 버려지면 토양과 수질 오염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스페놀A의 경우 환경부에서 환경호르몬 물질로 정의된 것은 아니지만 광범위하게 산업분야에서 사용된다"면서 "비스페놀A를 사용하지 않고 영수증 인쇄를 선명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 그 기술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영수증은 기록용을 제외하고는 재생용지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메일 등 영수증 수령을 온라인화 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하고 개인정보유출 등의 우려를 해소한다면 정부의 전자영수증도 좋은 대안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mufpiw@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