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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착공미룬 건설사 '브리지론' 공포

화이트보스 2013. 6. 28. 11:38

매일경제 | 입력 2013.06.27 17:31  
양주시 일영지구에 아파트 신축사업을 진행해온 대성합동지주, 대성산업이 시행사의 1000억원대 대출금을 대신 변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공사와 채권단이 브리지론 계약서를 둘러싸고 벌인 다툼에 대한 첫 판결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땅만 사놓고 일부 사업비가 투입된 채 사업을 중단한 업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30부(조한창 부장판사)는 한국개발금융, 더블유저축은행, 흥국상호저축은행 등 채권단 10곳이 대성합동지주, 대성산업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최근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대성합동지주, 대성산업은 대성그룹 창업주인 고 김수근 명예회장의 장남 김영대 대성 회장이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이번 소송금액 134억여 원은 채권단이 일부 청구한 것으로 향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대성 측으로부터 총 1000억여 원을 변제받을 수 있다.

주식회사 씨티코아는 2007년 10월 대성합동지주(당시 대성산업)와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에 아파트 신축공사를 도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2008년 2월 씨티코아는 일영지구 용지 확보를 위해 한국개발금융, 더블유저축은행 등 원고들로부터 550억원을 빌리는 브리지론 계약을 체결했다. 대출기간은 1년, 약정금리는 연 10%로 연체이율은 연 25%였다.

채권단은 대성 측에 " '일정한 조건'이 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실행하라"며 "씨티코아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이를 우선 변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일정한 조건이란 사업 용지의 94% 이상 토지가 계약 완료되고, 해당 지역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ㆍ고시되는 것이다.

이후 씨티코아는 두 차례 만기를 연장했음에도 끝내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대성 측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PF 실행을 거부했다.

당시 부동산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침체돼 사업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에 채권단은 2011년 3월 대성 측을 상대로 "브리지론 대출원리금을 상환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1심은 대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경기도가 일영지구에 대해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ㆍ고시했고, 이 때문에 사업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감소해 사업성이 낮아졌다"며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대성 측이 PF대출을 실행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성 측에 브리지론 대출 원리금뿐만 아니라 연 25%의 지연이자까지 상환할 수 있는 규모의 PF대출을 받도록 한 것은 지나친 의무로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경기도가 양주시 일영지구를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심 재판부는 "2010년 일영지구가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ㆍ고시됐다고 해서 PF대출 실행의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이후 해당 지구가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때 일부 용지가 제외됐지만 이 역시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성 측이 시행사를 대신해 채권단에 대출원리금을 갚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대성 측은 이후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연 25%에 달하는 지연이자 탓에 현재 브리지론 원리금 규모만 1000억여 원에 달한다.

특히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브리지론 계약서를 둘러싸고 이와 유사한 소송이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시공사가 무리해서라도 PF대출을 시행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시공사 입장에선 PF대출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자니 집값이 떨어져 사업성이 없고, PF대출을 받지 않고 사업을 중단하자니 채권단으로부터 소송을 당하게 돼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대출계약 시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가 '갑(甲)' "이라며 "통상 브리지론 계약 시 무리한 PF실행을 요구하는 등 시공사에 불리한 조건이 많다"고 지적했다.

■ < 용어 설명 > 브리지론(bridge loan) : 일시적으로 자금을 연결하는 '다리(Bridge)'가 되는 '대출(Loan)'. 대개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 등이 부동산 개발사업장의 개발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내고 빌려 쓰다가 사업이 진행되면서 자산가치가 높아지고 사업성이 좋아져 리스크가 줄어들게 되면 제1금융권의 낮은 이자의 자금을 차입한다. 이때 저축은행 등의 제2금융권 차입금을 브리지론이라고 한다.

[이현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