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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양성소' 의혹 성미산마을에 가 보니

화이트보스 2013. 7. 27. 21:03

'좌파양성소' 의혹 성미산마을에 가 보니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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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원 월간조선 인턴기자
  • 입력 : 2013.07.26 13:54 | 수정 : 2013.07.26 14:12

    그곳은 서울의 섬이 돼 가고 있다

    해발 66m에 불과한 서울시 마포구의 성미산. 이 산을 중심으로 성산동, 망원동, 서교동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1993년부터 시작된 '공동육아계획'에 따른 마을공동체가 있다. 이른바 성미산마을이다. 이곳 주민은 1000여 명이라고 한다. 물론 정확한 자료는 없다.

    
	성미산에서 바라본 성미산마을 모습. 성미산학교, 성미산마을극장 등 30여개의 기관이 마을공동체를 주도하고 있다.
    성미산에서 바라본 성미산마을 모습. 성미산학교, 성미산마을극장 등 30여개의 기관이 마을공동체를 주도하고 있다.
     성미산마을이 최근 들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을공동체의 모범 사례로, 또 다른 쪽에서는 '좌파양성소'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성미산마을. 기자는 성미산마을을 들여다보기 위해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지하철 6호선 망원역 1번 출구를 이용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성미산로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마을의 대표카페인 '작은나무'가 있다.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카페 내부에는 정치성향이 짙은 홍보물이 진열돼 있었다. 다음은 홍보 전단지의 목록이다.

    ▲<맑시즘 2013>(노동자연대다함께 발행) ▲<쌍용차 국정조사! 해고자 복직!>(쌍용자동차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범국민대책위원회 발행) ▲<우리 주민들은 홍익재단이 또다시 성미산을 훼손하며 '홍대 외국인 기숙사'까지 욱여넣으려는 것을 반대합니다!>(홍대외국인기숙사신축반대 성미산비상대책위원회 발행) ▲<인권에 대해서 말걸기- 내안의 편견과 마주앉기>(숨쉬는도서관 발행) ▲<우리가 밀양이다>(밀양765kV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대안교육연대 공동발행) ▲<우리동생>(마포우리동물병원생활협동조합 발행)>
    
	성미산마을을 대표하는 한 카페 내부에 있는 정치성향 짙은 홍보물들.‘홍대 외국인 기숙사’ 반대하는 전단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서명서 등이 깔려 있었다.
    성미산마을을 대표하는 한 카페 내부에 있는 정치성향 짙은 홍보물들.‘홍대 외국인 기숙사’ 반대하는 전단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서명서 등이 깔려 있었다.
    카페의 책장 전면에는 《주기자》(주진우), 《김미화의 웃기고 자빠졌네》(김미화), 《이상호의 기자 X파일》(이상호), 《안철수의 생각》(안철수) 등 '색깔 있는' 저자의 책들이 비치돼 있었다.

     창가에는 'KBS수신료 2500원에서 6500원으로 폭탄인상. 절대 못내!'라는 스티커도 붙어 있었다. 입구 쪽에는 <홍대 외국인 기숙사> 반대 전단지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민주화운동 공식기념곡 지정 범국민 지지 서명'을 위한 명부도 보였다.

     마을사람들이 출자해 만든 성미산마을의 대표식당 '성미산밥상'도 들렀다. 입구 오른편엔 '적수천석'(滴水穿石)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었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이다. 성미산밥상의 전단지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성미산밥상을 위한 '출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다음은 전단지의 내용이다.

    <꿈이 있습니다. 마을식당을 열어 어려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나누고 싶다는 꿈이었습니다. (중략) 밥상을 차리는 이도 밥상에서 숟가락을 드는 이도 즐거운 곳. 내 배를 채울 뿐만 아니라 허기진 주위를 돌아보는 눈이 샛별처럼 반짝이는 곳. 모두가 골고루 행복할 수 있는 곳....>

     음식 메뉴판을 집어들었다. 가격에 놀랐다. 한우뚝배기불고기 1만원, 치킨가스 1만원, 라면 6500원 등이었다. 그외 안주 가격으로는 치킨 2만3000원, 칠리새우 3만3000원, 해물누룽지탕 2만8000원이었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서' 비싸다지만 마을공동체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드나들기에는 비싸 보였다.

     

    
	성미산학교의 전경. 성미산학교 측은 인터뷰 요청에 마을운영위원회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성미산학교의 전경. 성미산학교 측은 인터뷰 요청에 마을운영위원회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성미산마을의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가 궁금했다. 그러나 취재는 처음부터 어려웠다. 학교 측은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다. 학교 관계자는 "인터뷰를 진행하려면 성미산마을을 운영하는 위원회 및 단체와의 공식적인 연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미산마을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까지의 교육을 자체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을 수료하면 대부분 성미산학교로 진학한다. 초·중·고 통합 12년 과정이다. 7학년은 일반 중학교 1학년, 12학년은 일반고 3학년에 해당한다. 정원의 10%는 장애인을 뽑는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선 검정고시를 별도로 봐야 한다.

     기자가 만난 성미산학교 학생들은 자기 목소리가 확실했다. 10학년(고교 1학년)인 A군은 '성미산마을의 주민으로 살아가는 건 어떤가'라는 질문에 "모두 한가족처럼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는 이름 대신 저마다 별칭을 사용하는데 나이에서 느껴지는 거부감이 없다. 모두 평등하게 지내고 있으며 화목하다. 그러한 점이 나이가 어린 내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A군은 마을주민이 수백 명 되다 보니 이름으로 기억하기보다는 별칭을 부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별칭들로는 '풍뎅이·도화지·애기동물·하품·삼돌이·소피아·별사탕·청록이·희망·양파·루시아·소나기·느리·나비' 등 단순하면서 가벼운 이름들이 많았다.

     12학년인 B군은 학교졸업 후 병역문제에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학력이 인증되지 않는 상황이라 대체병역을 하면 된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해야 하는데 그게 또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대통령이 문재인이나 안철수같은 사람이 된다면 제도가 고쳐지지 않을까. 법률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양심적 병역거부도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지금의 제도 아래에선 답이 없다"고 밝혔다.

     올해 17살인 성미산학교 학생인 C군은 "나의 꿈은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사람들이 한데 모여 '투쟁'을 한 경험이 있다. 사회문제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꾸고 싶다"며 "칼 맑스나 에릭 홉스봄의 사상에 공감한다. 공산주의라고 무조건 배척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세상을 옳게 바꾸려는 생각에는 동의해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월간조선이 성산동 주민 87명을 대상으로 개별인터뷰 및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54명(62%)이 성미산마을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성미산마을에 대해 비호감 의사를 표시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20명(23%)였다.

     김성태(가명)씨는 "30년 가까이 성산동에 살고 있지만 그들이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며 "서울시나 홍익재단과 대립이 있었던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마을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마을의 주요업무를 담당하는 (사)사람과마을의 김우 대표는 "성미산마을 주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산동 주민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음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 달리 서울시와 마을공동체 센터로부터 받는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성미산마을은 마을공동체의 우수사례로 꼽혀 왔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작년 8월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만들면서 재정적인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9월 '마을공동체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2년 마을 100개를 시작으로 2017년도까지 975곳의 마을공동체를 조성한다. 거액의 예산도 투입한다. 올해의 경우, 마을공동체와 주민들에게 200여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에 '성미산마을'을 주도해온 유창복 씨를 임명했다.

     유 씨는 2001년 도시개발에 반대하며 이른바 '성미산투쟁'을 이끈 핵심인물이다. 그는 성미산학교와 마을두레생활협동조합 등 주민자치 조직도 주도했다.

     성미산마을을 이끌고 있는 주요 활동가들은 특정 정치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민중의 집' 운영위원인 오진아 씨는 2010년 6월 진보신당 소속으로 마포구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현재 구의원으로 활동 중이며 성미산마을 주민의 지역기반을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또 성미산투쟁을 이끌었던 '성미산대책위' 위원장 문치웅 씨는 2006년 5월 마포구의원 민노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10년 6월 무소속으로 같은 지역에서 출마했으나 역시 낙선했다.

     성미산마을의 주요 활동가 중 일부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했거나, 전교조 출신 해임교사 등 이른바 '좌파 성향의 인물'이다. 이들은 마을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기성 정치권 진입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육성'을 내건 박원순 시장은 2017년까지 마을운동가 3180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은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다. 일각에서는 마을공동체와 마을운동가들에 대해 '박원순 친위대'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박원순 시장은 마을공동체 프로젝트에 매년 수백억 원을 쓸 예정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무상 보육 비용에 쓸 돈이 없다고 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이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보다 중요하다는 특별한 얘기는 없다. 그런 점에서 마을공동체가 박원순 시장의 대선 전진기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다.

     게다가 마을공동체를 주도하는 사람들 가운데 국가보안법 위반자, 전교조 해직교사 등이 적지 않다는 것도 이 사업을 순수하게 보는 데 부담이 된다.

     자기들만의 정치 성향, 자기들만의 지역 화폐, 자기들만의 별칭, 자기들만의 학교 시스템을 갖고 있는 성미산마을. 그래서인지 성미산 사람들은 주민들과의 화학적 결합이 부족해 보였다. 점차 서울 한복판에 섬(島)이 되고 있는 성미산마을. 그리고 이런 특징들이 2세들에까지 스며들고 있는 곳. 이곳의 실체는 정말 무엇일까.


     -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8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