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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조원짜리 '발해만 터널' 착공 임박..동북아 물류혁명기사100자평(1) 크게 작게요즘싸이 공감조선블로그MSN 메신저입력 : 2013.08.22 10:25

화이트보스 2013. 8. 22. 10:55

47조원짜리 '발해만 터널' 착공 임박..동북아 물류혁명

입력 : 2013.08.22 10:25

이동훈 기자
중국 발해만(渤海灣) 해저터널 착공이 21년 만에 가시화하고 있다. 발해만 해저터널은 산동(山東)반도와 랴오동(遼東)반도를 연결하며 총연장 123㎞이다. 개통되면 산동성 옌타이(烟台)와 랴오닝성 다롄(大連)을 연결한다. 해저터널이 들어설 구체적 입지까지 정해진 상태로 국무원(총리 리커창)의 착공 비준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달 중 국무원 비준 떨어지면 시진핑 집권기 ‘최대 경기부양 프로젝트’

중국공정원의 왕멍슈(王?恕) 원사(北京交通大 교수)는 올해 6월 29일 중화철도건설촉진회에서 “다롄~옌타이 발해만 해저터널 건설 방안이 이미 국무원에 보고됐고 비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29일 랴오닝성 다롄시의 자오르창(趙日强) 부비서장은 “다롄과 옌타이를 연결하는 발해만 해저터널은 이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국무원 비준은 8월 중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시진핑(習近平) 집권 10년 동안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2년부터 검토해 온 발해만 해저터널이 착공되면 동북아 물류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산동반도와 랴오동반도는 바다 건너 지척임에도 연결하는 육상교통 수단이 없었다. 이에 동북3성의 최대 항만인 랴오닝성 다롄에서 산동성의 항만공업도시인 옌타이까지 이동하려면 비행기를 타거나 발해만을 빙 둘러가는 열차편 등을 이용해야 했다.

다롄에서 옌타이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거리는 1980㎞ 정도로 26~27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두 지점을 연결하는 직행 열차가 없다 보니 대개 베이징이나 톈진에서 열차를 최소 1회 갈아타야 했다. 2006년 개통된 옌다(烟大·옌타이~다롄) 열차페리가 있지만 소요시간이 6~7시간에 달한다.

중국공정원 왕멍슈 원사에 따르면 다롄과 옌타이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완성되면 시속 250㎞의 고속열차가 불과 40분 만에 달리게 된다. 이로써 단축되는 실제 육상 이동거리는 무려 1600㎞에 달한다. 해저터널 굴착으로 인해 신의주~부산(960㎞)의 두 배 가까운 거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공사비는 무려 2600억위안(약 47조3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왕멍슈 원사에 따르면 사업 기간은 해저 측량에 2~3년, 시공에는 6년 정도가 걸린다. 왕 원사는 중국 언론에 “12년이면 사업비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발해만 해저터널은 기술적으로도 별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한·일 해저터널의 경우 쓰시마섬(對馬島) 서북쪽 쓰시마~고토 지질구조선(TGTL) 등 단층대를 통과해야 한다는 기술적 난점이 있다. 한·중 해저터널은 유력한 구간인 경기도 평택~산동성 웨이하이(威海) 구간 거리만 374㎞로 상대적으로 긴 거리가 약점이다.

발해만 해저터널 구간은 평균수심 25m, 최대수심 86m로 비교적 얕고, 뭍으로 둘러싸인 내해(內海)라 물살도 잔잔하다. 세계 최장인 일본 세이칸(靑函) 해저터널(54㎞)의 최저부는 물살이 거친 쓰가루(津輕)해협 해수면 240m 아래 지점에 놓여 있다.

◇“26시간 이동거리를 40분으로 단축”…박근혜 대통령, 김문수 경기지사 등도 관심

발해만 해저터널의 출입구가 들어설 지점은 옌타이시 펑라이(蓬萊)와 다롄시 뤼순(旅順)이다. 각각 산동반도의 최북단과 랴오동반도의 최남단이다. 이 지점 간의 해상 직선거리는 106㎞로 해상구간에는 남·북장산도(長山島), 산취석도(山嘴石島), 대·소흠도(欽島), 남·북황성도(隍城島) 등 크고 작은 섬 7곳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해저터널이 통과하는 구간에 섬이 있을 경우, 지상과 연결되는 수직 배기 터널을 뚫거나 터널 굴착 장비를 운용하거나 공사 자재를 적재하는 등 작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좋다. 이 중 가장 큰 남장산도는 펑라이와 직선거리로 8㎞ 떨어져 있는 산동성 최대 섬으로 면적만 12.8㎢에 달한다. 여의도(8.35㎢)의 약 1.5배다.

당초 해상대교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입지상 해저(海底) 터널이 불가피해 보인다. 황해를 거쳐 발해로 들어가는 수로(水路) 확보를 위해서다. 발해만 안쪽의 톈진항은 물동량 세계 9위의 항만이다. 이에 북쪽 구간은 해저로 연결하고 섬들로 이어져 있는 남쪽 구간은 해상교량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 전 구간을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것보다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다. 중국은 이미 칭다오만(靑島灣) 해상대교(36.48㎞) 등 세계 최장 해상대교 시공 능력을 갖췄다.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랴오동반도와 산동반도의 경제권 통합은 물론 일제의 만주 침략로인 남만주철도(다롄~하얼빈)가 산동반도까지 연장되는 부수 효과도 뒤따른다. 현재 다롄에서 하얼빈까지는 고속열차가 운행 중이다. 해저터널의 경우 터널 내부 배기가스 문제로 철도 노선이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한데, 이 경우 고속철도가 하얼빈에서 다롄을 거쳐 옌타이까지 들어오게 된다.

그간 한·중·일 삼국(三國)에서 가까운 해협을 해저터널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많았다. 한·일 해저터널, 한·중 해저터널 등이다. 하지만 한·일, 한·중 해저터널은 당사국 간 정치외교 문제와 국민 감정까지 얽혀 사업추진이 쉽지 않았다. 한·일 해저터널의 경우 일제강점기인 1938년부터 논의됐다. 발해만 해저터널은 두 해저터널보다 거리도 짧고 한 국가 내 에서 이뤄져 사업 추진이 더 쉽다.

발해만 해저터널의 본격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발해 해협은 과거 삼국시대 때부터 애용돼온 해상교통로다. ‘발해(渤海)’란 바다 이름을 국호로 했던 대조영의 발해는 732년 장문휴(張文休) 장군을 보내 과거 등주(登州)로 불린 산동반도 일대를 침공하는 한편, 당(唐)에 조공 사절을 파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6년 11월 한나라당 대표 때 옌타이항을 찾아 해저터널이 놓일 구간을 오가는 열차 페리를 보았다. 특히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일터널포럼 한국 측 대표를 지내며 한·일 해저터널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한 김문수 경기지사 역시 한·중 해저터널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람 중 하나다. 김 지사는 2008년 ‘한·중 해저터널 선상토론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한·중우호협회장)이 해저터널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한·일 해저터널은 그간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자금을 댄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사망과 한·일 관계 악화로 개점(開店) 휴업 상태이다. 한·중 해저터널 역시 한국교통연구원이 2011년 ‘경제성 없음’ 판정을 내린 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