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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事故 후폭풍 몰아닥칠 文후반기
화이트보스
2019. 12. 2. 11:14
외교안보 事故 후폭풍 몰아닥칠 文후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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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전반기 정책 실패 청구서… 지소미아 9·19합의 등 줄줄이
70년 血盟이탈, 中붙으려는 ‘3不’… ‘주권 포기·동맹 자해’ 최대 패착
美軍철수 ‘둠스데이’ 맞지 않길
박제균 논설주간때론 문재인 대통령이 안됐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순 없다. 특히 내정(內政)과는 달리 상대국이 있는 외교안보 문제에선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되거나,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외교안보 참모의 역할이다. 불행하게도 문 대통령 주변에는 눈을 씻고 봐도 그런 참모가 보이지 않는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정책의 대표적인 전례(前例)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동북아균형자론을 들 수 있다. 쉽게 말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는 건데, 그럴 힘이나 실력이 없으니 사실상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에게는 직을 걸고 간언하는 외교안보 참모들이 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이라크 파병, 평택 주한미군·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그 고언(苦言)을 수용한 노무현의 외교적 성과다.
물론 문 대통령 주변이 예스맨들로 둘러싸인 가장 큰 책임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국가의 안위(安危)가 걸린 한미 동맹과 북핵(北核), 동북아 외교의 베테랑들을 배제한 채 말 잘 듣고, 쉬워 보이는 비전문가들을 외교안보 핵심으로 중용(重用)한 탓이다. 그 결과 집권 전반기에 ‘외교적 사고(事故)’ 수준의 실책을 여기저기 내질러 놓았다. 이제 집권 후반기, 그 청구서가 날아올 시간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둘러싼 국격(國格) 추락은 그 시작일 뿐이다.
지소미아 소동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일본 아베 정권이 뜬금없이 경제보복의 칼을 빼든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면 아주 좁게 보는 것이다. 그 아래 한일 두 나라 간의 오랜 불신, 특히 정권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깔아뭉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아베 정권의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아무리 부실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국가 간 합의를 그렇게 천덕꾸러기 취급하진 말았어야 했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이후 한일 양국이 보인 공치사(功致辭) 경쟁은 더 가관이었다. 일본에서 ‘퍼펙트게임’ 소리가 나온 것도 한심했지만, 차라리 그런 일본에 “국내 정치 때문에 그러는 걸 이해한다”고 여유 있게 받아넘겼으면 어땠을까.
하기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보복을 한답시고 느닷없이 지소미아 종료를 갖다 붙인 게 우리 외교안보팀의 실력이다. 지소미아는 한일 군사정보 교류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은 큰 의미가 없다. 미국의 아시아 양대 동맹인 한미, 미일 동맹을 묶어주는 연결고리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한미일 삼각 체제로 북-중-러 체제에 대응하려는 미국 세계전략의 일환이다. 거칠게 말하면 지소미아는 대일(對日) 문제라기보다는 대미(對美) 문제다. 그것도 모르고 대일 보복 카드로 꺼내들었으니 미국이 열 받은 것도 당연하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현 외교안보팀을 문책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문책이 곧 외교안보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인가. 아무리 아큐(阿Q) 식 ‘정신 승리’를 외쳐봤자 외교안보 정책 실패의 후폭풍이 몰아닥칠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당장 우리 안보의 안방 문을 열어준 9·19 남북 군사합의가 발등의 불이지만, 가장 우려되는 건 70년 혈맹(血盟) 미국을 이탈해 중국에 붙으려는 움직임이다.
모레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국에 온다. 주한 대사라는 사람도 ‘후과(後果)’ 운운하며 사실상 한국을 협박하는 판이니, 왕이가 얼마나 위세를 떨지는 안 봐도 훤하다. 게다가 그가 5일 만나는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주중 대사 시절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천자를 향한 충성’으로 해석될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문구를 남긴 사람 아닌가.
70년 血盟이탈, 中붙으려는 ‘3不’… ‘주권 포기·동맹 자해’ 최대 패착
美軍철수 ‘둠스데이’ 맞지 않길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정책의 대표적인 전례(前例)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동북아균형자론을 들 수 있다. 쉽게 말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는 건데, 그럴 힘이나 실력이 없으니 사실상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에게는 직을 걸고 간언하는 외교안보 참모들이 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이라크 파병, 평택 주한미군·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그 고언(苦言)을 수용한 노무현의 외교적 성과다.
물론 문 대통령 주변이 예스맨들로 둘러싸인 가장 큰 책임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국가의 안위(安危)가 걸린 한미 동맹과 북핵(北核), 동북아 외교의 베테랑들을 배제한 채 말 잘 듣고, 쉬워 보이는 비전문가들을 외교안보 핵심으로 중용(重用)한 탓이다. 그 결과 집권 전반기에 ‘외교적 사고(事故)’ 수준의 실책을 여기저기 내질러 놓았다. 이제 집권 후반기, 그 청구서가 날아올 시간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둘러싼 국격(國格) 추락은 그 시작일 뿐이다.
지소미아 소동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일본 아베 정권이 뜬금없이 경제보복의 칼을 빼든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면 아주 좁게 보는 것이다. 그 아래 한일 두 나라 간의 오랜 불신, 특히 정권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깔아뭉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아베 정권의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아무리 부실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국가 간 합의를 그렇게 천덕꾸러기 취급하진 말았어야 했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이후 한일 양국이 보인 공치사(功致辭) 경쟁은 더 가관이었다. 일본에서 ‘퍼펙트게임’ 소리가 나온 것도 한심했지만, 차라리 그런 일본에 “국내 정치 때문에 그러는 걸 이해한다”고 여유 있게 받아넘겼으면 어땠을까.
하기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보복을 한답시고 느닷없이 지소미아 종료를 갖다 붙인 게 우리 외교안보팀의 실력이다. 지소미아는 한일 군사정보 교류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은 큰 의미가 없다. 미국의 아시아 양대 동맹인 한미, 미일 동맹을 묶어주는 연결고리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한미일 삼각 체제로 북-중-러 체제에 대응하려는 미국 세계전략의 일환이다. 거칠게 말하면 지소미아는 대일(對日) 문제라기보다는 대미(對美) 문제다. 그것도 모르고 대일 보복 카드로 꺼내들었으니 미국이 열 받은 것도 당연하다.
모레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국에 온다. 주한 대사라는 사람도 ‘후과(後果)’ 운운하며 사실상 한국을 협박하는 판이니, 왕이가 얼마나 위세를 떨지는 안 봐도 훤하다. 게다가 그가 5일 만나는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주중 대사 시절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천자를 향한 충성’으로 해석될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문구를 남긴 사람 아닌가.
그런 중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달랜답시고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美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삼각동맹 불가) 약속을 해준 것은 문재인 외교의 최대 패착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사실상 안보주권의 포기이자 갈수록 미중(美中) 각축이 치열해질 동북아에서 우리의 발을 묶은 족쇄요, 한미 동맹을 갉아먹을 독소조항이다. 이런 식의 자해적 외교안보 정책이 지속되는 한 그 터널의 끝에선 주한미군 철수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문 정권 후반기에 그런 ‘둠스데이(doomsday·운명의 날)’가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