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인 2015년 10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호남 지지율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2015년 10월 둘째 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호남 지지율은 8%로 떨어졌다. 차기 대권을 다투던 박원순 서울시장(31%)과 안철수 전 의원(20%)보다 절반 이하로 뒤졌고 심지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무성 전 대표(9%)에게도 밀렸다.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92%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호남이었기에 당시 친문 진영이 받은 충격은 컸다. 문 대통령과 경쟁하던 안 전 의원은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기반으로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문 대통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당권을 넘기고 백의종군을 택하게 됐다.
당시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는 거셌다. 노무현 정부 당시 각종 인사에서 호남 인사들을 소외시켰다는 ‘호남 홀대론’이 커진 것이었다. 국민의당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 28곳 중 23석을 얻었고 민주당은 3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적극적인 호남 구애에 나섰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칠 정도로 급박했던 것이다. ‘호남 특보’를 자처한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17년 5월 대선 때까지 8개월 동안 매주 호남을 찾아 마을회관과 시장, 목욕탕을 방문하며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호남 민심을 챙겼다.

민주당에선 선거철만 되면 “광주는 진보 진영의 심장부”, “호남은 늘 전략적 선택을 한다”며 호남의 지지를 기대해왔다. 다자구도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호남은 전북(64.8%), 광주(61.1%), 전남(59.9%) 등 권역별로 고루 문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대교체와 전국정당화 탓인지 민주당 내 호남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최근 들어 당 지도부의 일정이나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보면 호남 방문은 물론 호남을 향한 메시지도 이전 같지 않다. 당 간판에도 호남 출신은 거의 없다. PK(부산경남) 등 영남 민심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나오지만 호남 민심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 내부에선 여전히 “내년 총선에서 호남에선 지역구 2, 3곳을 제외하곤 싹쓸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민심은 4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물론 총선까지 6개월가량 남은 만큼 변수는 많다. 분명한 건 호남 민심이 어떻게 요동칠지,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지는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황형준 정치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