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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입법부 수장이 대통령 밑으로⋯삼권분립 정신 훼손 논란일 듯

화이트보스 2019. 12. 17. 15:12



직전 입법부 수장이 대통령 밑으로⋯삼권분립 정신 훼손 논란일 듯

입력 2019.12.17 14:29 | 수정 2019.12.17 14:57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이낙연 총리 후임으로 지명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69) 의원은 헌정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총리 지명자다. 대통령 다음 가는 국가 의전(儀典) 서열 2위이자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행정부 수반(首班)인 대통령의 명을 받는 총리를 맡는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한 엄격한 삼권분립 국가에서 국회의장 출신을 총리로 지명하는 것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그만큼 논쟁적이기 때문이다.

6()의 정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인 20166월부터 작년 7월까지 국회의장을 지냈다.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 질서 유지하고 국회 사무를 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본회의 안건 상정권한도 갖고 있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에서는 심판자이자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막강한 자리다. 국회의장은 국회 내부적으로는 물론, 입법 권한과 국정감사권·국정조사권을 통해 정부를 감사·견제하는 삼권 분리의 한 축을 대표하는 자리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내각을 통할하는 내각제 국가와 달리, 대통령제 국가의 국회의장이 갖는 역할은 의전 차원 이상이라는 게 정치학자들의 견해다.

그런 정 의원이 헌법상 입법부와 대등한 관계인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명을 받는 총리로 지명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국회를 대표했던 전직 국회의장이 행정부 수장 밑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국회를 행정부의 하위 조직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얼마 전까지 국회의장을 지낸 정치 원로가 총리로 가는 것이 격()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여당 관계자도 "정 의원 역량과는 별개로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를 맡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17일 국무총리에 지명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난 200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연합뉴스
17일 국무총리에 지명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난 20061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연합뉴스
더군다나 정 의원은 불과 작년 7월까지 국회의장을 맡았다. 문희상 현 국회의장의 전임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한 것도 그가 국회의장 때였다. 그런 정 의원이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표결을 거쳐 총리에 취임하면 이제는 거꾸로 국회에 총리 자격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대정부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헌법은 의원과 국무위원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총리 정세균'은 직전 국회의장이 현역 의원 신분을 유지하며 국회에 국무위원 자격으로 출석하는 것이 과연 삼권분립 정신에 맞느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은 2006년 초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임시 당의장에서 곧장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144명의 여당 의원을 지휘하던 집권당 대표가 일개 장관으로 격을 낮췄다"는 비판을 당 안팎에서 받았다. 결국 그는 당의장직을 사퇴한 상태에서 장관으로 갔지만 국회의 권위를 훼손시켰다는 비판이 두고두고 따라다녔다.

정 의원을 굳이 총리로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두고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정 의원에 앞서 직전 민주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했다. 아무리 여당이라지만 당대표 출신을 장관에 지명한 것을 두고 청와대와 집권당의 수직적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야당 의원은 "국회의장 자리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정권을 견제하고 여야(與野)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 문화를 허무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7/20191217018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