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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피할 수 없다면… 머릿수보다 두뇌의 質을 높여라

화이트보스 2020. 1. 4. 13:11



저출산 피할 수 없다면… 머릿수보다 두뇌의 質을 높여라

입력 2020.01.04 03:00

4차 산업혁명에선 두뇌가 중요
직원 5만명 구글의 시가총액은 22만명 거느린 GM의 10배 넘어
혼외자녀 인정 등 사회 변화 제안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우치다 다쓰루 등 지음|김영주 옮김|위즈덤하우스|296쪽|1만5000원

일본 인구는 약 1억2600만명(2017년 기준)이다. 그러나 일본이 '인구 1억'을 유지할 가능성은 없다. 일본의 한 연구소는 21세기 말까지 일본 인구가 6000만명으로 줄어든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대학에 입학하는 18세 인구는 1992년 205만명에서 2018년 117만명으로 이미 반 토막 났다. 선진국 대부분이 인구 감소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을 능가하는 압축적인 성장을 겪은 한국은 이 추세가 더 가파르다고 책은 경고한다.

일본의 인구는 왜 줄어드는가. '도쿄 블랙홀' 현상이 주범으로 지목된다. 도쿄는 자식을 아주 적게 낳는 도시다. 그동안 지방에서 상경하는 사람들로 감소분을 보충했지만 지방도 아이를 낳지 않으며 한계에 이르렀다. 도쿄로 상경한 이도 비싼 주거·양육비 부담에 출산 회피 대열에 동참한다. 도쿄는 전국에서 사람을 빨아들인 뒤 낮은 출산율로 일본 전체 인구를 쪼그라뜨린다.

그러나 단지 높은 양육비가 인구 감소의 원인은 아니다. 장기적인 인구 감소는 경제적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필연적 귀결이라고 책은 말한다. 과거엔 가족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지만, 지금은 돈이 가족을 대신해 나를 보호해준다. 게다가 결혼은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타산이 맞지 않는 선택이다. 결혼하더라도 만혼 추세여서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막대한 돈을 퍼부어 출산을 장려하고 육아 지원에 온 정성을 쏟아부어도 이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책은 이쯤에서 현실적으로 대응하자고 권한다. 인구 감소에 저항하기보다는 추세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복지제도를 손볼 게 아니라 가족의 의미를 새로 정립하는 근본적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처럼 결혼의 테두리 밖에서 태어난 아이도 국가가 아무 차별 없이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인구 감소 추세를 되돌린 프랑스는 혼외 자녀 비율이 50%에 이른다. 일본은 2.3%, 한국은 1.9%다. 책은 부모와 자녀로 한정해 온 가족의 범주를 확장해야 하며, 인권 차원에서도 혼외 자녀를 법의 보호 밖에 두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7월 서울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이 절반 이상 비어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이 절반 이상 비어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5월까지 태어난 신생아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만1100명 줄었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이 밖에도 다양한 제언들이 열거된다. 인구 감소를 위험으로 여기기보다는 새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하자는 취지다. 이미 우리에게 낯설지 않게 된, 셰어하우스나 공유경제를 더욱 확산하자고 한다. 고도 성장기에 맞춰 체계가 만들어진 건축기본법과 도시계획법은 저출산 시대에는 맞지 않는 옷이 됐다. 이런 추세를 받아들여 신축보다 개·보수를 장려하는 법안들이 일본에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도호쿠(東北) 이와테현의 전직 현의원 다카하시 히로유키는 농산물을 사는 도시 소비자에게 생산자의 사연을 전하는 '도호쿠 먹는 통신'이란 잡지를 만들어 배포한다. 잡지를 읽으며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와 개인적인 인연을 맺는 소비자가 하나둘 생겨났다. 다카하시는 이를 '관계 인구의 창출'이라고 설명했다. 거대 시장을 전제로 한 대량생산과 대량유통 시대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인간관계를 굳이 만든 것은 인구 감소 시대를 무사히 건너게 해 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풍요의 확산이 한계에 도달했으니 인간의 성숙을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생산을 늘려야 하는 인구 팽창 시대에는 노동자의 머릿수가 중요했지만 생산이 줄어야 하는 인구 감소 시대에는 머릿수보다 머리의 질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성패의 열쇠는 두뇌자본주의가 쥐고 있다. 직원 5만명의 구글 시가총액은 22만명을 거느린 전통 기업 GM의 10배가 넘는 게 그 상징적 증거다.

인구 감소로 인해 각 분야 산업과 제도가 기능장애에 빠지거나 통째로 소멸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책은 진단한다. 이 책을 엮은 사회운동가 우치다는 일본에 필요한 것은 승리를 위한 진격이 아니라 패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후퇴라고 단언한다. 필진 10명이 참여한 이 책엔 다소 혼란스럽게도 인구 감소에서 비롯되는 사회의 축소 현상을 불쾌해하는 견해도 포함돼 있다. 책 제목 취지와 너무 달라 원제를 찾아보니 '인구 감소 사회의 미래학'이다. 인구 감소의 다양한 측면을 조망해 본다는 뜻이다. 필자 수준이 들쭉날쭉하고 내용이 상충하거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4/20200104000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