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1.11 15:21
올 7월부터 ‘연탄재’ 처리비 부과…연탄 1장당 100원
서울 달동네 ‘백사마을’ 가 보니… 연탄 때는 가구 막막
"연탄재 처리 비용 서민에 떠넘겨…겨우내 냉골서 지내라는 것"
"서민엔 과도한 부담… 도움 필요해"… 구청 "대책 검토中"
지난 8일 오전 9시 서울 노원구의 기온은 영상 1도였다. 특히 ‘백사마을’이라고 불리는 중계본동 104번지는 불암산 산기슭 아래에 있어 체감 온도가 더 낮았다. 지난 1970년부터 50년째 이곳 백사마을에 살고있는 곽오단(88) 할머니의 집은 6.6㎡(2평) 남짓한 작은 단칸방이었다. 곽 할머니는 연탄난로 하나에 의지해 백사마을에서 숱한 겨울을 보냈다고 했다.
기자가 방바닥에 손을 대 보니 냉골이었다. "나도 늙고 집도 늙어서 연탄을 하루 6장씩 때도 온기가 오래 가지 않아. 근데 매년 연탄 가격이 오르더니 이젠 연탄재 처리 비용까지 내라고 하네?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 큰일 났어." 곽 할머니가 멋쩍게 웃었다.
곽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연탄을 때는 이곳 주민들은 입을 모아 "이젠 정말 금(金)탄이 됐다"고 했다. 오는 7월 연탄재 처리 수수료 제도 시행으로, 집 앞에 쌓아두면 무료로 처리해주던 연탄재를 이제는 다른 생활폐기물처럼 돈을 내고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달동네 ‘백사마을’ 가 보니… 연탄 때는 가구 막막
"연탄재 처리 비용 서민에 떠넘겨…겨우내 냉골서 지내라는 것"
"서민엔 과도한 부담… 도움 필요해"… 구청 "대책 검토中"
지난 8일 오전 9시 서울 노원구의 기온은 영상 1도였다. 특히 ‘백사마을’이라고 불리는 중계본동 104번지는 불암산 산기슭 아래에 있어 체감 온도가 더 낮았다. 지난 1970년부터 50년째 이곳 백사마을에 살고있는 곽오단(88) 할머니의 집은 6.6㎡(2평) 남짓한 작은 단칸방이었다. 곽 할머니는 연탄난로 하나에 의지해 백사마을에서 숱한 겨울을 보냈다고 했다.
기자가 방바닥에 손을 대 보니 냉골이었다. "나도 늙고 집도 늙어서 연탄을 하루 6장씩 때도 온기가 오래 가지 않아. 근데 매년 연탄 가격이 오르더니 이젠 연탄재 처리 비용까지 내라고 하네?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 큰일 났어." 곽 할머니가 멋쩍게 웃었다.
곽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연탄을 때는 이곳 주민들은 입을 모아 "이젠 정말 금(金)탄이 됐다"고 했다. 오는 7월 연탄재 처리 수수료 제도 시행으로, 집 앞에 쌓아두면 무료로 처리해주던 연탄재를 이제는 다른 생활폐기물처럼 돈을 내고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연탄재 처리 비용 떠넘기면 저소득층 ‘불구멍’ 막는 꼴"
지난 7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연탄재 반입수수료 단가 적용안’을 오는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탄재를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까지 매립지공사는 연탄재를 재활용해 매립지에 반입된 하수 찌꺼기를 처리해 왔지만, 최근 새로운 매립지 찌꺼기 처리 시설이 마련되면서 연탄재가 더는 필요 없게 됐다고 한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내 연탄을 사용하는 약 6700가구(경기도 3700가구, 서울 2200가구, 인천 800가구)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매립지공사의 발표대로라면 연탄재 처리 비용은 다른 생활폐기물 반입 단가와 동일하게 1㎏당 70원 수준이다. 다 탄 연탄재 1장의 무게가 약 1.5㎏에 달하니, 연탄 1장당 약 100원의 처리 비용이 붙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하는 연탄 공장도가에 따르면, 올해 연탄 한 장 가격은 800원으로 처리 비용만 연탄 가격의 10%가 넘는다.
형편이 좋지 않은 저소득층 주민에게는 이 비용마저 큰 부담이다. 지난 2002년부터 18년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탄 나눔 봉사를 해온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인 허기복(64) 목사는 "이곳 백사마을 주민의 경우 한겨울에 2구 3탄식(구멍 2개에 연탄 6장이 들어가는 것) 난로 기준 가구당 매일 8장을 때는데, 단순 계산을 해보면 연탄재 처리 비용만 매달 2만 4000원이 든다"며 "이곳 주민들에겐 ‘억' 소리 날 수밖에 없다. 불구멍을 막아버리는 꼴"이라고 했다.
지난 7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연탄재 반입수수료 단가 적용안’을 오는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탄재를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까지 매립지공사는 연탄재를 재활용해 매립지에 반입된 하수 찌꺼기를 처리해 왔지만, 최근 새로운 매립지 찌꺼기 처리 시설이 마련되면서 연탄재가 더는 필요 없게 됐다고 한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내 연탄을 사용하는 약 6700가구(경기도 3700가구, 서울 2200가구, 인천 800가구)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매립지공사의 발표대로라면 연탄재 처리 비용은 다른 생활폐기물 반입 단가와 동일하게 1㎏당 70원 수준이다. 다 탄 연탄재 1장의 무게가 약 1.5㎏에 달하니, 연탄 1장당 약 100원의 처리 비용이 붙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하는 연탄 공장도가에 따르면, 올해 연탄 한 장 가격은 800원으로 처리 비용만 연탄 가격의 10%가 넘는다.
형편이 좋지 않은 저소득층 주민에게는 이 비용마저 큰 부담이다. 지난 2002년부터 18년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탄 나눔 봉사를 해온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인 허기복(64) 목사는 "이곳 백사마을 주민의 경우 한겨울에 2구 3탄식(구멍 2개에 연탄 6장이 들어가는 것) 난로 기준 가구당 매일 8장을 때는데, 단순 계산을 해보면 연탄재 처리 비용만 매달 2만 4000원이 든다"며 "이곳 주민들에겐 ‘억' 소리 날 수밖에 없다. 불구멍을 막아버리는 꼴"이라고 했다.

이날 백사마을 연탄은행 사무실에서 만난 허 목사는 "안 그래도 매년 연탄값이 치솟고 있는데, 연탄재 처리 비용까지 부담하라고 하면 연탄에 의지하는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겐 한겨울 내내 냉골에서 지내라는 것"이라고 했다.
노원구 주민 안금옥(76)씨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울시 노인 일자리 일환으로 3시간씩 애들 등교 지도하고 한 달에 27만원 버는 게 유일한 수입"이라며 "연탄은행에서 연탄 150장능 무상으로 지원받아도 겨울나기에 턱없이 부족한데, 연탄재 처리 비용까지 떠안게 되면 우리보고 죽으란 소리"라고 말했다.
◇"연탄값 치솟는데 파지값은 반 토막…생계 막막해 도움 절실"
연탄 가격은 2016년부터 매년 급격히 치솟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 447원이었던 연탄 공장도가는 매년 19.6%씩 오르며, 2019년 639원이 됐다. 소비자가격도 크게 올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평균 연탄값은 같은 기간 600원에서 800원으로 30% 이상 뛰었다. 여기에 백사마을과 같은 산지에는 배달료까지 붙어 1000원까지 오른다.
그 사이 백사마을 노인을 비롯한 저소득층의 주요 생계 수단이던 ‘파지 가격’은 반 토막이 났다. 2016년 12월 1㎏당 175원이었던 파지는 지난해 12월 3년 만에 74원으로 떨어졌다. 주민 곽기재(77)씨는 "기초연금으로 매달 30만원씩 받아도 파지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병원 진료비·약값조차 내기 어렵다"며 "지금도 한겨울에 연탄 한 장이라도 아끼려고 애쓰는데 앞으로가 막막하다"고 했다.
허 목사는 각 기초단체에서 연탄재 처리 비용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목사는 "이곳 주민들은 기름값조차 없어 어쩔 수 없이 연탄을 때는 우리 사회의 빈곤층"이라며 "온종일 파지를 주워도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게 연탄재 처리 비용까지 부담하라는 것은 과도하다. 지자체에서 마땅히 도와줘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노원구 주민 안금옥(76)씨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울시 노인 일자리 일환으로 3시간씩 애들 등교 지도하고 한 달에 27만원 버는 게 유일한 수입"이라며 "연탄은행에서 연탄 150장능 무상으로 지원받아도 겨울나기에 턱없이 부족한데, 연탄재 처리 비용까지 떠안게 되면 우리보고 죽으란 소리"라고 말했다.
◇"연탄값 치솟는데 파지값은 반 토막…생계 막막해 도움 절실"
연탄 가격은 2016년부터 매년 급격히 치솟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 447원이었던 연탄 공장도가는 매년 19.6%씩 오르며, 2019년 639원이 됐다. 소비자가격도 크게 올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평균 연탄값은 같은 기간 600원에서 800원으로 30% 이상 뛰었다. 여기에 백사마을과 같은 산지에는 배달료까지 붙어 1000원까지 오른다.
그 사이 백사마을 노인을 비롯한 저소득층의 주요 생계 수단이던 ‘파지 가격’은 반 토막이 났다. 2016년 12월 1㎏당 175원이었던 파지는 지난해 12월 3년 만에 74원으로 떨어졌다. 주민 곽기재(77)씨는 "기초연금으로 매달 30만원씩 받아도 파지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병원 진료비·약값조차 내기 어렵다"며 "지금도 한겨울에 연탄 한 장이라도 아끼려고 애쓰는데 앞으로가 막막하다"고 했다.
허 목사는 각 기초단체에서 연탄재 처리 비용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목사는 "이곳 주민들은 기름값조차 없어 어쩔 수 없이 연탄을 때는 우리 사회의 빈곤층"이라며 "온종일 파지를 주워도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게 연탄재 처리 비용까지 부담하라는 것은 과도하다. 지자체에서 마땅히 도와줘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매립지공사는 "더이상 연탄재를 재활용하기 어려
워져 방법이 없었다"며 "연탄 사용 가구에 대한 지원 정책은 각 기초단체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 마땅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탄재는 구청에서 수거·처리하는 업무다 보니 서울시 차원에서 따로 논의 중인 사안은 없다"라며 책임을 미뤘고, 노원구청 측은 "내부적으로 아직 검토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마땅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탄재는 구청에서 수거·처리하는 업무다 보니 서울시 차원에서 따로 논의 중인 사안은 없다"라며 책임을 미뤘고, 노원구청 측은 "내부적으로 아직 검토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