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1월 29일 송철호 울산시장(왼쪽부터)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16/1d338f30-d99d-4cfc-bbe8-1f21678455bb.jpg)
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1월 29일 송철호 울산시장(왼쪽부터)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연합뉴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70여 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에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e메일과 문자메시지 등 재판에 사용될 직접적인 증거가 다수 나왔다. 예를 들면 2017년 10월 송 전 부시장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 내용이 담긴 ‘울산광역시장 비리 개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문해주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 전달한 점 등이다. 검찰은 이밖에 송 전 부시장의 e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입수해 김기현 전 시장의 비위 행위 첩보를 만들어 청와대에 전달하고, 산재모병원과 같은 울산시 사업 내용을 미리 보고받고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활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 전 시장 비위를 실제 수사로 옮기기 위해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직원들을 이용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경찰 관계자를 수차례 소환해 이를 입증하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황 전 청장은 부임 직후인 2017년 8월 정보 담당 경찰관을 불러 “밥값을 못하고 있다”며 “선거사건 첩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 그해 10월에는 산하 부서가 김 전 시장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자 수사 책임자를 불러 “의지가 없다” 비난했다.

공소장에 드러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주요 증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메일·문자는 확보됐지만 청와대 핵심은 없어
문제는 청와대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같은 지시를 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병기 전 부시장이 문해주 전 청와대 행정관과 e메일을 주고받은 것 외에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 등 윗선으로 어떻게 보고가 됐고,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나오지 않는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018년 2~3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부터 김기현 전 시장 비위 관련해 “경찰이 밍기적 거리는 것 같다”며 “엄정하게 수사받게 해달라” 취지 부탁을 받았다는 정도만 공소장에 기록됐을 뿐이다.
“청와대 향한 수사, 법원이 고려할 것” 전망도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측 변호사도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공소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명확한지도 의문인 대목이 한 둘이 아니다”고 밝혔다. 특히 송철호 울산시장이 2017년 10월 장환석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난 뒤 산재모병원 건설 예비타당성(예타) 결과 발표가 연기됐다는 검찰 측 주장과 관련해 “장환석 전 행정관은 예타 발표를 연기할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가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를 상대로 한 수사라 재판에서는 이런 점이 감안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청와대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의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도를 막았다. 균형발전비서관실은 울산시의 산재모병원 건립 자료를 생산한 부서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 이후 법원이 공직선거법에 대해 더욱 중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며 “청와대 내부 직접 증거가 없어도 경찰이 수시로 보고한 정황과, 박형철 전 비서관의 진술 등으로도 법원이 중형을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