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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소독약 방역, 아무 효과없다.."무의미한 보여주기"

화이트보스 2020. 3. 13. 08:35



정치인들 소독약 방역, 아무 효과없다.."무의미한 보여주기"

류석우 기자,정지형 기자 입력 2020.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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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침방울 얼마나"..중대본 지침에도 어긋나
"차량방역도 심리방역일뿐..개인·실내 방역 치중해야"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격리 수용되고 있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에서 소독차량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정지형 기자 = 도심 내 해충 박멸을 위해 '부웅' 소리를 내며 골목 곳곳에 연기를 뿌리던 방역 소독차가 최근 서울 내에서 빈번하게 보이고 있다. 물청소를 하듯 바닥에 소독약을 뿌리는 트럭도 등장했다.

서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나자 지역에 따라 자체적으로 차량을 통한 방역에 나선 것이다.

소독차뿐만이 아니다. 등에 소독약을 매고 분사하는 방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들도 이러한 소독 봉사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경우 지난달 25일부터 매일 소독약을 등에 멘 채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전혀 방역에 효과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제대로 된 방역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법이 지역 주민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은 줄 수 있어도, 실질적인 바이러스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방역차·대인 소독 운영하는 지자체 "주민들 심리적 안정 위해"

13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각 구별 자체적으로 차량 방역이나 대인 소독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해 운영하는 소독 봉사 등에도 간단한 교육과 함께 물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경우 주기적으로 차량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또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봉사단 등에 소독약 지원과 함께 주의사항 등에 대한 간단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또 최근에는 군에서도 제독차량을 보내 양천구 인근 방역을 실시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도 트럭을 동원해 바닥에 소독약을 분사하거나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꾸린 봉사단에서 수동식 소독기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방역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각 동마다 구성되어 있는 봉사단에서 주기적으로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최근 방역 활동을 하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방역 활동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주민들의 불안'을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 내 한 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에서도 차량 방역을 자제하라는 공문도 내려오고 해서 확진자가 나온 곳을 중심으로 차량 방역을 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주민분들은 소독차에서 연기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퇴치를 돕기 위해 길거리 소독에 나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 후보, 황교안 미래통합당 종로후보, 나경원 통합당 동작을 후보, 고민정 민주당 광진을 후보. 페이스북 캡처 © 뉴스1

◇"차량 방역은 보여주기식 방역…개인·실내 방역 치중해야"

전문가들은 차량을 통해 연기를 분사하는 방식이나 소독액을 바닥에 뿌리는 형태의 소독 방식은 아무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전진호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야외의 경우 감염확률 자체가 낮은 만큼 실내 방역과 개인 방역에 치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길거리에 소위 말해 침방울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자연환경에 노출됐다고 하더라고 공중에 노출된 순간 바이러스가 오래 살아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량 등을 통한 소독방식과 관련해서도 "보여주기 방역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당국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만 심어줄 뿐"이라며 "코로나19의 감염 양상을 보면 대부분 밀접 접촉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지금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별 방역에 치중해야 예방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개별적으로 소독약을 등에 메고 분사하는 방식 또한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용남 한국방역협회 서울지회장은 "방역이라고 하는 것은 정식으로 허가된 전문 기술"이라며 "방역 교육을 받은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나서는 분들이) 약품에 대해 정식으로 교육도 안 받은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물론 한 손 거들어 준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도로에 약을 뿌리는 것처럼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 "분사 방식 소독 자제…접촉면 천으로 닦아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지침에 따르면 "소독제를 분사하는 소독 방법은 적용 범위가 불확실하고 에어로졸 생성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표면 소독에 적용을 자제한다"고 되어 있다.

중대본 관계자는 "차량을 통한 소독 방법은 강하게 세척액을 뿌리는 방식이라 에어로졸이 생길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이런 방법을 사용할 경우 바닥에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들이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일말의 가능성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지자체의 경우 과한 방법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은 보건당국의 지침을 최대한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은 올바른 일상적인 지역사회 소독 방법으로 자주 접촉하는 물체의 표면을 희석된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충분히 묻은 천으로 15분 이상 닦으라고 제시하고 있다.

소독 대상과 횟수와 관련해서는 공공장소의 문고리나 팔걸이 등 평소 자주 접촉하는 장치와, 사무실에서 자주 접촉하는 책상이나 의자 등에 대해 하루에 한 번 이상 소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sewry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