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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식당… 메뉴판·메뉴·홀서빙 모두 문제

화이트보스 2020. 4. 24. 10:19



통합당 식당… 메뉴판·메뉴·홀서빙 모두 문제

조선일보
  • 천하람 '젊은보수' 대표·前 미래통합당 순천 갑 후보자

입력 2020.04.24 03:15

野, 바꿔야 산다는 위기의식 생겨… 하지만 '민주당 따라 하기'면 곤란
보수 철학·가치 재정립하고 확고한 색깔, 존재 가치 보여줘야

천하람 '젊은보수' 대표·前 미래통합당 순천 갑 후보자
천하람 '젊은보수' 대표·前 미래통합당 순천 갑 후보자

지난 12일 순천 조례사거리에서 선거운동 중이던 나에게 비타민 드링크를 건넨 지지자가 있었다. 너무 감사해서 함께 셀카를 찍고, 전화번호도 주고받았다. 선거일인 15일 그 지지자가 연락해 와 "천하람 후보를 만나고 싶어 하는 지인들이 있으니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고, 21일 저녁 삼겹살집에서 세 지지자와 식사 자리를 가졌다. 나를 지지하는 분들이니 미래통합당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우호적이겠거니 하는 기대는 10분도 안 되어 깨졌다. 지지자들은 "통합당은 왜 대통령 발목 잡기만 하고 시원하게 도와주거나 칭찬하는 적이 없냐. 옹졸하고 속 좁아 보인다" "반대나 비난 말고는 뭘 하는 당인지 모르겠다" "1970~80년대에 사는 정당 같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막말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삼겹살도, 밑반찬도 맛있다"는 나의 말에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지지자가 한 대답이었다. 그는 "손님이 음식을 많이 남기고 가면 왜 남겼는지 물어보고, 듣고, 필요하면 변화를 준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 다수는 미래통합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한 여러 언론의 분석과 주변의 의견을 접하면서 내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미래통합당을 식당에 비유하면, '메뉴판' '메뉴' '홀서빙 직원'에 문제가 있다. 통합당은 '궁서체'로 쓴 1970~80년대 스타일의 낡은 메뉴판을 내민다. 별로 펼치고 싶지 않은 메뉴판을 펼치면 '옆집이 맛이 없다'는 내용만 잔뜩 있는데 결국 옆집과 비슷한 메뉴다. 화난 얼굴의 홀서빙 직원은 손님에게 고압적이고 간혹 막말을 하기도 한다. 손님이 질문하거나 불만을 말하려고 하면 호통을 치거나 귀를 닫고 가버린다. 영업이 부진해도 손님 탓을 하다가 적자가 크게 나자 그제야 '수십 년간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왜 그러지' 하는 생각을 한다.

결정적 순간이 왔다. 통합당 스스로 '바꿔야 산다'는 최소한의 위기의식은 생겼다. 하지만 통합당의 변화가 '민주당 따라 하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당 이미지나 인물에는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일부 민주당을 참고할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을 어설프게 흉내 내서 진보나 기계적 중도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보수 정당의 철학과 핵심 가치를 재정립하고,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은 "세상이 옛날과 달라졌는데 무슨 보수, 진보를 따지냐"고 주장하나, 이러한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통합당은 보수의 철학과 가치를 정책으로 확실히 담아내야 한다. 국민들께 '보수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서, 통합당이 민주당과 구분되는 확고한 색깔과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통합당은 당 이미지나 인물은 너무나 보수적인 것을 넘어 수구적이다. 그런데 정작 정책은 중도적이거나 인기 영합적이고, 보수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자세가 대표적이다. 일률적 지급보다 가장 피해가 큰 자영업자,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을 우선적으로 집중 지원하자는 '보수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고 또 필요했다. 당장의 인기만 생각하지 말고, 국민들께 '물고기를 나눠 주기보다 물고기가 나오는 어장(일자리)을 지키자'고 설득해야 했다. 그랬다면 최소한 "반대나 비난 말고는 뭘 하는 당인지 모르겠 다"는 비아냥거림은 듣지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더 큰 국민의 지지를 받았을 수 있다.

보수 정당 스스로 국민을 인기에 영합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당장 귀에 거슬리더라도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에 바람직한 방안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통합당이 철학과 용기가 없을 뿐이다. 진짜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제시하는 진짜 보수 정당이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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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3/20200423044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