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

"올 여름도 전기료 깎아줄 거죠?" 골치 아픈 한전 사장

화이트보스 2020. 6. 20. 09:34

"올 여름도 전기료 깎아줄 거죠?" 골치 아픈 한전 사장

조선비즈

 

 

입력 2020.06.20 07:00

한전, 이달 전기료 인상 방안 발표 계획
코로나 사태에 정부는 전기료 인상에 미온적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한국전력공사 (20,300원▲ 50 0.25%)가 이달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때마침 여당이 여름철 저소득층 전기료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골머리를 앓게 됐다. 코로나 사태에 이어 폭염이라는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전의 전기료 인상 계획이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기록적인 폭염에 대비해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을 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무더위가 본격화되기 전에 정부와 함께 효과적인 폭염 대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과 겨울이 되면 전기료 감면 카드가 정치권에서 자주 논의되는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가계 소득이 줄어들면서 한전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한전의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돼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한전은 한 해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급속도로 진행된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영향으로 한전은 최근 2년 막대한 적자를 냈다. 지난 2018년 2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1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두부(전기료)가 콩(연료비)보다 싸졌다"며 전기료 인상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부와 여권의 압박으로 전기료 인상 작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조선일보 DB

게다가 한전은 지난해 여름철 주택용 전기 요금 누진제 완화 개편안을 가결한 뒤 배임 논란을 겪었다. 한전이 전기료 인상을 검토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한전은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 폐지 등 전기료 인상안이 담긴 개편안을 지난해 11월 말까지 마련하고 올 상반기에 정부 인가를 얻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는 전력 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가구에 전기료를 최고 4000원 할인해 주는 제도다.

한전은 전력 공급을 독점하는 공기업이지만, 엄연히 국내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공개기업이다. 이 때문에 주주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무한정 적자를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부의 시선도 따갑다. 한전의 실적이 악화되자 지난해 9월 미 연방정부 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한전에 "한국 정부가 전기료를 인상할 계획이 있다면 언제가 될지, 주택용·산업용 등 여러 용도별 전기료 중 어떤 요금을 올릴지, 얼마나 올릴지를 알려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한전은 현재 정부와 전기료 개편안을 검토 중이고 이달 중 계획을 밝힌다는 입장이다. 한전이 이달 26일 이사회를 여는데, 업계에서는 전기료 개편안이 논의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료 개편은 한전 이사회를 거쳐 정부 최종 인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 사태와 폭염 등을 이유로 전기료 인상 방안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과 유가 하락 등의 변수가 커서 상반기에 개편안을 발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한전의 전기료 개편안이 반드시 상반기까지 마련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영향으로 한전의 실적이 악화된 만큼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이종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석탄가격 하락에 따라 한전의 연

 

료비와 구입전력비가 감소하고 있긴 하다"면서도 "원전 이용률 회복이 더디고 미세먼지 저감 이슈 때문에 석탄발전이 제한적인 데다 산업 활동 부진과 온난한 날씨로 인해 전력소비량이 줄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탄소배출권, 원전사후처리 비용도 늘었다. 전기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전 실적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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