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물 들이듯 새치 커버… 달아오르는 염색 샴푸 시장
봉숭아 물 들이듯 새치 커버… 달아오르는 염색 샴푸 시장
LG생활건강
‘모다모다’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후발주자로 ‘리엔 물들임’ 선보여
염색 가능한 탈모 샴푸까지 확장 “늦었지만 한 달만에 30만개 팔려”
인구 고령화 추세 속에서 세계 염모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염모 제품 시장 규모는 2019년 290억달러(약 36조원)에서 2023년 420억달러(약 52조원)로 45%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1조2000억원 규모의 국내 모발 제품 시장에서 새치 샴푸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약 8% 정도였지만, 올해는 1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염모 기능성 샴푸 시장을 개척한 업체로는 중소기업 모다모다 샴푸가 꼽힌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작년 말 위해성을 문제 삼으면서 한때 홈쇼핑 판매가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사이 대기업들이 잇따라 염색샴푸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4월 염색샴푸 제품을 출시했고, LG생활건강도 5월 후발주자로 관련 제품을 내놨다.

◇‘후발주자’로 염색샴푸 시장에 뛰어든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염색샴푸 ‘리엔 물들임’을 출시했다. 모다모다의 ‘프로 체인지 블랙 샴푸’, 아모레퍼시픽의 ‘려 더블이펙터 블랙 샴푸’에 이어 새치 커버 샴푸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모다모다는 갈변을 유도하는 물질인 1,2,4-THB(트리하이드록시벤젠)를 함유하고 있다. 이 성분이 독성 물질이라는 논란을 빚었다. 미국에선 사용이 자유롭지만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선 사용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2,4-THB는 쓰지 않는다. 식물성 성분을 포함한 물질이 자석처럼 새치에 붙어 검게 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해당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주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이 품절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염색샴푸는 기존 염색약과 달리 산화제가 없어 두피나 모발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염색약은 산화제가 모발의 멜라닌 색소를 파괴한 뒤, 염모제로 색을 입히는 원리로 새치를 물들인다. 업계 관계자는 “염색샴푸는 2~3주에 걸쳐 염모 성분이 천천히 모발에 스며들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했다.
시장이 뜨거워지자 LG생활건강은 봉숭아 물을 들이는 원리를 적용한 염색 샴푸를 내놨다.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일 때 주황색 염료가 더욱 선명하고 오래가도록 백반을 매개체로 사용하는 원리에서 착안, 모발에 염료를 단단히 결합시켜줄 수 있도록 백반 역할을 하는 ‘블랙틴트 콤플렉스 TM‘을 넣었다는 설명이다. ‘블랙틴트 콤플렉스 TM’은 검은콩, 검은깨 추출물과 홍화꽃, 치자, 탈모 기능성 주성분 및 LG독자 폴리페놀 성분, 콜라겐, 단백질 등으로 구성됐다.
LG생활건강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온라인몰과 대형마트 등에선 출시 한달 만에 30만개가 팔렸다”고 말했다.
◇새치 커버 라인업 확장
LG생활건강은 또한 기능성 헤어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를 통해서도 새치 염색이 가능한 탈모 샴푸 ‘닥터그루트 블랙리커버’를 출시했다. 식약처 보고가 완료된 탈모증상 완화 기능성에 새치 커버 기능을 더한 제품이다. 큐티클을 열어 그 안에 염모제 성분을 집어넣는 산화염색 방식이 아닌 모발 표면에 영양 성분과 컬러만 생체 결합하는 원리를 사용했다. 샴푸 사용 2주 후 하얀 새치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탈모 전문 브랜드에서도 새치 커버 제품을 구성, 염색 샴푸 제품의 라인업을 확장한 것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5가지 두피 모발 특허 기술이 적용돼, 샴푸를 쓰면 쓸수록 빠지는 모발 수가 줄어들고 새치 커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입증했다” “1회만 사용해도 뿌리 볼륨 개선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염색샴푸 시장에 뛰어들자, 제약사들도 염색샴푸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신제품으로 염모 기능을 갖춘 ‘프로바이오틱 컬러 피그먼트 샴푸’를 지난달 출시했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에이치엘사이언스에서도 새치 관리 샴푸 ‘모나케어 블랙’을 곧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