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달러 中東 무기시장 잡아라
'30㎜ 자주대공포,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차륜형 장갑차, 잠수함, 구축함, 다연발 로켓….'
세계적인 분쟁지역인 중동에 한국 독자기술로 만든 각종 무기가 전시된다.
18일부터 닷새 동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 전시관에서 열리는 국제 방위산업전시회(IDEX 2007)에서다.
이 전시회는 전 세계에 50여 개국, 1000여 개 업체가 참가하는 중동 최대의 방위산업 전시회다.
방위산업진흥회 주관으로 KAI 두산인프라코어 삼성테크윈 대우중공업 등 16개 방위산업 업체가 한국관을 만들어 참가한다. 중동시장을 노려 한국 방위산업 업체들이 총출동한 셈이다.
◆ 뭘 전시하나
= 두산인프라코어는 30㎜ 자주대공포 '비호'를 실물로 전시한다.
방산 전시회에 실물을 전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물류비가 막대해 3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을 전시한다. 실물 운송비만 5억원 이상 들기 때문이다. 실물을 전시하는 것은 바이어와 상담이 깊숙이 이뤄져 품질을 입증해달라는 요구 때문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 사내이사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도 19일께 이번 전시회에 직접 참석해 그룹 경영의 첫 행보를 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차기보병전투장갑차와 차륜형 장갑차 등 총 7종의 모형장비도 전시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는 중동지역의 대공방위용 방산장비 수요 증가에 대비해 '비호'와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천마)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며 "박 전 회장이 직접 참관할 정도로 그룹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과 구축함을 전시한다. 현대중공업은 구축함, 초고속정을 전시하고 삼성테크윈은 자주포 K9, 로템은 전차ㆍ장갑차, KAI는 항공기 조정 시뮬레이터, 한화는 다연발 로켓과 탄약류, 도담시스템즈는 시설경계용 장비, 넥스원퓨처는 유도탄을 전시하는 등 국산 방산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게 된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이 참석해 국산 고등훈련기 T-50을 비롯한 한국 방산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한다. 국산 고등훈련기 T-50은 아랍에미리트와 수출을 협의중인 제품이다.
◆ 중동시장 규모
= 2005년 미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무기시장 규모는 442억달러다. 그 중 중동은 사우디아라비아 34억달러를 포함해 60억달러 시장 규모다. 그러나 최근 이란발 핵개발 프로그램 파장으로 지역 국가 전체에 군비 경쟁이 벌어져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이란간 군사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스라엘이 선제공격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중동 국가들은 이미 수백억 달러의 군비 확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부터 수년간 500억달러를 투입해 차세대 전투기와 신형 탱크, 미국산 중거리 크루즈미사일 등을 사들인다. 또 UAE도 신속대응군을 창설하고 공군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에 60억달러를 투입한다.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도 수십억 달러를 무기 구입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카타르 등을 방문했는데 러시아제 첨단 무기를 팔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 한국 방산 수출 현주소
= 세계 무기시장은 미국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수출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프랑스는 방산 수출만 연간 100억달러에 이르고 영국이 90억달러, 이스라엘이 4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최고 수출액을 기록했는데 4억2000만달러 수준이다.
이건재 방위산업진흥회 해외사업팀장은 "2000년 이후 평균 수출액은 2억6000만달러 수준"이라며 "적어도 연간 15억달러는 돼야 민간 방산업체도 가동률을 6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 방산업체의 가동률은 50% 이하지만 전시를 대비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방위산업체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국내 수요만 바라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출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등 방산 선진국보다 인건비가 3분의 1 정도로 저렴하고 첨단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에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방산 제품은 전시회에서 즉석으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특수성이 있다. 수출이 결정되려면 시험평가뿐만 아니라 운영 유지도 보장해야 한다. 또 가격도 막대해 사려는 나라가 다음 회계연도에 예산을 편성해야 하기 때문에 3년 정도 시차를 감수해야 한다. 제품이 좋다고 수출되는 것도 아니다. 정치적 의사 결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제품이 품질이 떨어져도 중국과 가까운 정치적 협정이 이뤄지면 제품을 사게 된다"며 "순수하게 제품만 가지고 팔려면 그만큼 힘들다"고 말했다.
[전병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