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SUV? 그냥 몰고 다니시라.
유기농 야채는 잊어라.
핵발전소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점박이올빼미(멸종위기종)야 멸종하든 말든.
이게 아마 와이어드의 6월호 커버스토리였을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지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 위기가 '지구온난화'라고 생각한다면, 무엇보다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겁니다. 환경 위기에는 지구온난화 외에도, 대기오염, 수질오염, 생태계 복원 등 다양한 현상이 있지만, 현재 전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가장 급격한 위기란 지구온난화가 아니겠느냐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시급한 과제 앞에서 우리는 몇 가지 '불편한 진실'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동안 우리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해 왔던 사실들이, 따지고보니 거짓이었다는 진실 말입니다.
불편한 진실의 10가지 목록은 이렇습니다.
1. 도시에 살아라.
- 시골에서 자연과 벗삼아 사는 게 친환경적인 일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은 그와 다르다. 교외 생활을 꿈꾸는 미국인들이 출퇴근에 하루 3시간 이상을 쏟아부으며 자동차를 몰아 길 위에 쏟아내는 탄소량만 1년에 19조 톤에 이른다. 인도나 일본, 러시아 같은 다른 강대국이 연간 쏟아내는 탄소량보다도 더 많은 수치다. 어디 그뿐인가. 교외에서 잔디를 가꾸며 사는 미국인이 4000만 명이 넘는데, 이들이 잔디를 가꾸기 1시간 동안 잔디깎기 기계를 돌리면 11대의 차가 배출하는 정도의 탄소량이 배출된다. 하지만 뉴욕 맨하탄에 사는 뉴요커들은 이런 교외 거주자보다 평균 30% 이상 탄소를 적게 배출한다. 이들 가운데 65%는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이들이 사는 아파트는 가장 냉난방 효율이 높은 주거 형태에 해당된다.
2. 에어컨은 나쁘지 않다.
- 흔히 에어컨은 자동차와 더불어 미국인이 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사례로 꼽힌다. 과연 그럴까? 피닉스주의 사막지대에서 냉방을 위해 한 가구가 배출하는 탄소량은 1년에 약 900파운드에 불과하다. 반면 북동부의 추운 지방인 뉴잉글랜드인들이 난방을 위해 1년에 배출하는 탄소량은 1만3000파운드다. 미국 전체로 환산해도 에어컨의 승리다. 난방으로 배출되는 탄소량은 냉방을 위한 탄소량의 8배가 넘는다. 그러니까 에어컨을 욕하지 말고, 당신 집의 난방을 줄여라.
3. 유기농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 유기농 재배자의 대부분은 농부 개인이 아닌 '유기농 재배기업'이다. 이들은 유기농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짓고, 2시간의 시차가 나는 먼 지역으로부터 냉장 트럭에 실려 소비자에게 배달된다. 깨끗하게 씻겨 비닐봉지에 담긴 채 대형마트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 유기농 작물은 잊어라. 중요한 건 멀지 않은 곳에서 농부가 직접 제철에 수확하는 작물을 먹는 것이다. 유기농 작물은 그보다 엄청나게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4. 숲은 지키는 게 아니라 개간하는 것이다.
- 숲은 자연의 성스러운 기념물이 아니다. 적어도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숲은 농작물로 보는 게 맞다. 대부분의 나무는 싹을 틔워 자라기 시작한 뒤 평균 55년 동안은 열심히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가 수명을 다하면 썩거나 산불에 휩쓸려 쉽게 타게 된다. 부패나 연소 때 나무가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평생 자신이 빨아들인 이산화탄소의 양과 흡사하다. 그러니까, 정말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싶다면, 산에 들어가서 오래된 나무는 베어내 멋진 가구로 만들고, 새로운 묘목을 끊임없이 심어야 한다. 산은 좀 보기 흉해질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기후변화를 막는 효율적인 길이다.
5. 중국은 재앙이 아니라 기회다.
-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화석연료의 급격한 사용으로 지구를 병들게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발전 기술을 갖고 있으며, 2010년이면 지금 현재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나라들이 생산하는 대체에너지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중국 혼자 생산하게 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이미 공기는 더럽고, 내륙에선 가뭄이 이어지며, 해안도시와 강가에선 홍수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는 이미 중국인들 내부에서 생존의 문제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GE의 제프리 이멜트가 말했다. "앞으로 20~30년 내에 우리 모두는 중국의 놀라운 에너지 기술 발전에 뒤처지게 될 것입니다."
6. 유전자조작 농작물을 환영하라.
- 60억 인구가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배출되는 탄소량이 연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4%를 차지한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이론상으로는 이 배출량을 30% 가량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유전자조작을 통해 옥수수를 재배하면 지금의 바이오디젤용 옥수수보다 훨씬 더 연료효율이 좋은(맛은 둘째치고) 옥수수를 재배할 수 있다. 또 이미 '밭에서 나는 쇠고기'같은 개념도 현실화되고 있다. 식물에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재배 가능한 고기'가 연구중에 있기 때문이다. 풀을 먹이고 배설을 시키며 가축을 기르는 것보다 훨씬 더 탄소배출량이 적은 건 물론이다.
7. 탄소 배출권 판매? 믿을 게 못 된다.
-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기업에게 탄소 배출권을 돈을 주고 사면 된다는 아이디어, 처음에는 그럴 듯해 보였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건 '환경운동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다름 아니다. 엄청난 돈이 오가는 탄소 배출권 판매에는 어떠한 보장도 없다. 볼리비아에 나무를 심고 탄소배출을 줄였다고 주장해봐야, 그 나무가 탄소를 빨아들일 때까지 베어지지 않고 살아남으리란 보장도 없고, 교토의정서를 통해 배출된 탄소 1억7500만톤을 다시 회수하자고 선언해봐야 겨우 6.5일 분량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서 득을 보는 건 수십억 달러를 주무르게 될 월스트리트의 숫자놀음꾼들과, 녹색으로 기업을 치장하려는 마케터들, 뭔가 하고 있다는 만족을 누리고 싶어하는 관료들 뿐이다.
8. 원자력밖에는 길이 없다.
- 탄소배출량을 조사하는 모든 연구결과를 다 뒤져보라. 결론은 하나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탄소배출량이 적은 발전 수단은 원자력이다. 그 뒤를 그나마 쫓아오는 건 풍력 발전이지만, 그것도 바람이 불어올 때의 이야기이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안전 문제... 하지만 어쩌겠는가. 원자력 없이는 중국과 인도 등 개발을 막 시작한 나라의 엄청난 에너지 수요를 달래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9. 하이브리드 차를 사겠다고? 차라리 중고차를 사라.
- 도요타 프리우스를 새 차로 산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연비가 엄청나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새 프리우스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와 10년 전 다른 일반 가솔린 차량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같았다고 가정한다면, 프리우스가 10년 된 자동차를 연비로 따라잡는 데까지 약 10만 마일 정도의 주행이 더 필요하다. 중고차는 이미 전 주인이 타고 다니며 그만큼의 탄소배출량을 절감한 셈이다. 게다가, 94년식 3기통 49마력 Geo Metro XFi를 고려해 보면 어떨까. 연비가 프리우스와 거의 비슷하다. 에어컨도 없고, 에어백도 없지만, 지구를 구하는 게 원래 쉬운 길은 아니지 않나.
0. 그냥 적응하자.
- 끔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미 지구온난화는 돌릴 수 없는 추세다. 그럴 바에는 우리의 기술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집은 시원한 로키산맥에 짓고, 가뭄에도 재배가능한 농산물을 만들어내고, 갈 곳을 잃은 철새들에게는 옮겨 갈 새로운 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말이 되냐고? 그럼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폴 크러첸 교수와 같은 사람은 태양광을 반사시킬 수 있는 거대한 거울을 위성궤도에 쏘아 올려 온난화를 줄이자거나, 황산을 로켓으로 쏘아 성층권에 퍼뜨려 태양광을 차단해 온난화를 막자는 급진적인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어쨌든 우리가 저지른 일, 우리의 힘으로 막아보려고 노력하자는 것이다.
와이어드가 소개한 내용들은 충분히 논쟁적입니다. 물론 "문제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만이 아냐, 이 바보야"라는 반론도 있긴 하지만, 사실 따져볼 구석도 적지 않습니다. 매우 실증적인 연구와 통계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부터 논쟁을 벌이는 서구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는 지금까지 환경운동과 자연보호, 경제성장 및 사회적 재분배를 비빔밥처럼 섞어서 한 몫에 다뤄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논쟁은 없었고, 주장만이 허공을 맴돌았습니다. 과연 누가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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