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을 하찮게 보지마!…‘아스피린의 역사’
◇아스피린의 역사/다이어무이드 제프리스
약 성분이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도 세월이 흐를수록 효능이 새롭게 밝혀지는 신기한 약이 있다. 약국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아스피린이 바로 그런 약이다.
이 약의 효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처음에는 해열·진통제로 쓰였다. 1970년대에는 뇌중풍(뇌졸중)과 심근경색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제는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잇몸 질환 치료 효과까지 있다는 현대의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약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1971년까지도 아스피린이 어떻게 약효를 발휘하는지조차 몰랐다. 이 책은 고대 이집트에서 산업혁명, 아스피린을 둘러싼 제약회사들의 암투에 이르기까지 뒷이야기를 추적하면서 이런 궁금증을 풀어 준다.
1862년 이집트에서 한 미국인이 전문 도굴꾼에게서 산 파피루스에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티예레트(tjeret)라고 부르며 진통제와 염증치료제로 쓴 식물이 있었다. 버드나무다. 버드나무에는 아스피린의 성분이 들어 있다. 기원전 3000년부터 아스피린이 쓰인 셈이다.
19세기 화학자들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살리실산이란 성분을 분석해낸다. 이 성분에서 속 쓰림을 유발하는 화학적 요인을 중화해 만들어낸 것이 아스피린이다. 결국 이들은 새로운 약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성분을 새롭게 제조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 바이엘이 본래 제약회사가 아니라 염료 회사였다는 점도 이채롭다.
저자는 아스피린이 문명이 사라질 재앙을 막았다고 말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병사는 총이 아니라 치명적인 독감 바이러스로 쓰러져갔다. 이들에게 아스피린은 한 줄기 희망과도 같았다. 모조품과 유사품이 줄을 이은 복잡한 특허 분쟁, 강력한 경쟁자 타이레놀의 등장 등 아스피린의 굴곡 많은 역사가 줄기차게 이어진다.
저자는 아스피린이 없었다면 세상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한다. 작은 알약 하나에도 이런 다채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니 놀랍다. 각주에 나온 수많은 문헌이 저자의 발품을 입증한다. 다만 종종 등장하는 독일어 움라우트가 붙은 알파벳이 깨져 있는 것은 눈에 거슬린다. 원제 ‘ASPIRIN’(2004년).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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