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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장관 힐러리… 오바마, 라이벌을 품다

화이트보스 2008. 11. 24. 10:40

국무장관 힐러리… 오바마, 라이벌을 품다




‘하나 된 미국’ 건설을 주창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첫 국무장관으로 힐러리 클린턴(61) 상원의원을 내정했다고 미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오바마 당선인이 숙명의 라이벌을 중용한 것은 포용과 탕평인사로 경제위기 극복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또 재무장관에는 티머시 가이트너(47) 뉴욕연방은행 총재, 상무장관에는 빌 리처드슨(61) 뉴멕시코 주지사가 내정됐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독대-인사권 보장한다” 오바마 통큰 포용



라이벌서 동지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와 7월 초 뉴욕에서 열린 ‘오바마 후원 여성과의 조찬’ 행사에 참석한 모습. 두 사람은 6월 민주당 경선이 끝난 뒤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입각 회의적이던 힐러리, 전화로 약속받고 ‘동거 OK’

이념보다 실용-경험 중시… 중도우파적 외교정책 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대의 라이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제사회를 대하는 미국의 얼굴’인 차기 미 국무장관 내정자로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전화 한통이었다.

힐러리 의원의 국무장관 기용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3일 시카고에서의 첫 양자회동 이후. 당시 힐러리 의원은 오바마 행정부 내 자신의 입지에 대한 우려와 상원의원 직에 대한 미련 탓에 국무장관 제안에 회의적이었다.

힐러리 의원은 사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네오콘(신보수주의) 세력이 심은 존 볼턴 국무부 차관에게 밀려 휘둘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오바마 당선인은 20일 힐러리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당선인은 통화에서 힐러리 의원에게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치지 않는 대통령과의 ‘독대(獨對)’ 권한과 국무부 내 인사권을 보장했고 힐러리 의원은 이에 흔쾌히 응했다”고 전했다.




▽힐러리 국무 내정의 의미=정적(政敵)을 포용한 오바마 당선인은 ‘통 큰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힐러리 국무’를 내정한 이면에는 이미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를 충성심 강한 시카고 사단으로 채운 데다 외교안보 전문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유력한 제임스 존스(64)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사령관을 통한 견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란 핵 문제, 중동 평화협상, 북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신보다는 훨씬 ‘오른쪽’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는 힐러리 의원을 국무장관에 내정함으로써 향후 외교정책을 중도우파적 관점에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문제는 이란이 핵협상을 끝내 거부할 경우 “지워버리겠다(obliterate)”고 말할 정도로 ‘터프한’ 힐러리 의원에게 협상가로서의 유연함이 있느냐 하는 점. 워싱턴포스트는 “힐러리 의원은 심각한 국익이 걸려 있는 주고받기 식의 본격적인 협상을 해낼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뉴욕타임스도 “오바마 당선인 ‘최대의 도박’”이라고 썼다.

▽오바마 외교안보팀은 어디로?=오바마 행정부 1기 외교안보팀은 이념보다는 중도성향의 실용이, 실험정신보다는 과거의 경험이 중시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존스 전 사령관의 내정이나 로버트 게이츠(65) 현 장관의 유임설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오바마 당선인으로서는 악화되는 아프가니스탄의 내전 상황이나 혼란에 빠져 있는 파키스탄의 정세, 일촉즉발의 이란 핵위기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

하지만 중동평화협상과 관련해서는 힐러리 의원이 아랍권보다는 이스라엘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힐러리 체제에서 동아시아정책의 중심축은 중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의원은 지난해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11·12월호에 기고한 ‘21세기의 안보와 기회’라는 글에서 “미중관계는 금세기 미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