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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Mk.1 함대함 미사일

화이트보스 2008. 11. 24. 13:59

가브리엘 Mk.1 함대함 미사일 [조인스]

재미있는 군사상식 <11>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다. 고대 함무라비법전(Code of Hammurabi)에도 등장하는 이 말은 내가 당한 것과 동일한 혹은 같은 정도의 물질적 손해 또는 신체적 피해를 가해자에게 되돌려 준다는 보복 법칙을 뜻한다. 가해와 복수의 균형을 맞춰 복수와 재복수의 악순환을 끊으려는 이 법칙은 응보(應報)원칙의 가장 소박한 형태이며 오늘날에는 응보형의 순수이념형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고 있다. 흔히 탈리오법칙(lex talionis) 또는 탈리온이라고 불리며 반좌법(反坐法) 또는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다.

갑자기 탈리오법칙을 언급한 이유는 이스라엘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제4차 중동전쟁 당시 활약한 가브리엘(Gabriel) MK.1 함대함 미사일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제4차 중동전 당시 이스라엘 해군은 가브리엘 함대함 미사일을 사용해 1967년 10월 21일 이집트 해군에 당했던 수모를 그대로 갚아 줬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해전 사에서 최초의 함대함 미사일 전투로 기록된 제4차 중동전에서 스틱스를 완전히 제압하고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1967년 당시 ‘스틱스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이스라엘이 가만히 앉아 당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집트 해군의 코마급 고속정에서 발사된 SS-N-2 스틱스(Styx) 대함미사일의 공격을 받고 최신 전투함은 물론 사망 19명, 부상 91명, 실종 28명이라는 전대미문의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은 즉시 반격작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수뇌부는 이집트와의 전면전 대신 공군력을 동원한 제한공격을 통해 항구를 폭격하고 유류저장시설과 코마급 미사일정을 파괴하는 수준에서 보복작전을 종결했다. 이미 6일 전쟁 혹은 6월 전쟁으로 불리는 제3차 중동전에서 압승을 거둔 상황에서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보복작전이 종결됐지만 이스라엘 해군은 물론 이스라엘의 그 누구도 진정한 복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후 이스라엘은 새로운 개념의 함대함 미사일은 물론 대함방어체계 연구 및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여기에는 이스라엘 방첩기관인 모사드는 물론 전 세계 유태인 석학 및 자본이 동원됐다. 그리고 1973년 10월 6일 이집트와 시리아의 군대가 수에즈 운하와 골란고원을 넘어 이스라엘을 기습 침공하면서 이스라엘 해군이 복수의 칼날을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왔다.

제4차 중동전쟁의 개전과 함께 이집트와 시리아 해군은 이스라엘의 주요 항구를 봉쇄하기 위해 어뢰 및 미사일 고속정을 출동시켰다. 이들 고속정은 각각 SS-N-2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과 P4 어뢰로 무장하고 있었다. 당시 대함미사일을 요격하거나 방어 할 수 있는 무기체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집트와 시리아는 이스라엘 해상 봉쇄의 효과를 충분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스라엘 해군 역시 최신예 함대함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무시됐다.

그러나 개전 첫 날 벌어진 해상전투에서 이스라엘 해군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가브리엘 함대함 미사일은 비밀명기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전체중량 430㎏의 가브리엘은 탄두중량만 450㎏인 SS-N-2 스틱스에 비하면 마치 골리앗 앞에 선 다윗 같았다. 그러나 최대 사거리는 20㎞로 스틱스와 7㎞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고 탄두의 위력 역시 충분히 치명적이었다. 이를 입증하듯 가브리엘은 개전 당일 저녁 벌어진 첫 교전에서 시리아해군의 고속정 3척을 순식간에 격침시켰다.

현대 해군 역사상 소형전투함들 간 벌어진 유일한 해전으로 기록되는 이 전투에서 이스라엘해군은 시리아해군 전투함 5척을 모두 격침시켰는데 3척은 가브리엘에 의한 것이었고 나머지 2척은 이스라엘 해군의 Saar 3급 미사일 고속정에 장착된 76㎜ 함포에 의한 것이었다. 시리아 라타키아 항구 부근에서 벌어진 이 전투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이스라엘해군은 지난날의 치욕을 모두 씻어낼 수 있었다. 시리아 해군 역시 스틱스를 발사하며 반격했지만 이스라엘 해군의 전자방해(ECM)로 단 1발도 목표에 명중시킬 수 없었다. 이후 벌어진 다른 전투에서도 가브리엘로 무장한 13척의 이스라엘해군 고속정이 스틱스로 무장한 이집트해군의 미사일 고속정 27척을 격침했다. 스틱스와의 대결에서 가브리엘이 압승을 거둔 것이다.

가브리엘은 이스라엘의 대표적 방위산업체인 IAI(ISRAEL AIRCRAFT INDUSTRIES)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첫 번째 함대함 미사일이다. 실제 개발은 1962년부터 시작됐지만 설계개념과 이스라엘 해군의 요구 성능이 너무 시대를 앞서간 탓에 최초발사는 1970년 8월 5일에야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이스라엘은 독자적인 대함미사일 항법·유도 체계를 완성할 수 있었고 제4차 중동전쟁 중 벌어진 해전에서 아랍해군을 압도할 수 있었다. 특히 반 능동(Semiactive) 유도방식의 가브리엘은 세계 최초의 해면 저고도비행(sea-skimming) 함대함 미사일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가브리엘의 등장으로 인해 함대함 미사일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함대함 미사일을 소형·경량화 시키더라도 충분히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세계 각국은 새로운 개념의 대함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대함미사일을 전투기나 대잠초계기, 대잠헬기 등 다양한 항공기에 탑재하는 연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만약 가브리엘이 없었다면 이스라엘해군은 제4차 중동전에서 이집트와 시리아의 해상봉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을 것이고 AM39 엑조세(Exocet)의 등장도 늦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가브리엘은 스틱스나 엑조세와 같은 조명을 받지 못했다.

이스라엘 특유의 정보보호 정책으로 인해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는 부분이 많으며 수출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스라엘해군 이외 사용국은 없다. 하지만 가브리엘이 올린 전과는 놀라운 것이었으며 이후 대함무기체계 발전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1990년대 성능이 더욱 강화된 바락(Barak)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스라엘해군의 주력 대함병기로 운용됐다.

계동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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