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전역한 내 친구는 군시절 취침시간이 고역이었다. 다리가 저리고, 무언가 기어가는 듯한 스멀스멀한 느낌이 한시간에 몇 차례씩 계속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런 증상은 낮에도 계속돼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을 지경이다. 사실 그 녀석은 중학교 때부터 잠을 잘 때 발바닥 저림 증세가 있었지만 당시는 성장통 정도로 생각했었다. 대학 때 증상이 심해져 하루평균 5시간 밖에 잠을 잘 수 없었지만 일상생활을 그럭저럭 했다. 군부대병원에서 척추가 신경을 누른 허리디스크란 소견을 보여 정밀진단을 받았지만 허리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결국 지난 10월 모 종합병원의 수면클리닉을 방문해 진단한 결과 RLS란 사실을 알았다.

저녁 시간 또는 잠을 잘 때 다리가 저리거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불쾌한 느낌이 드는 하지불안증후군(RLSㆍRestless Legs Syndrome) 환자가 우리나라 국민 20명 당 1명 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환자 2명 중 한 명은 RLS으로 인해 심각한 수면장애, 일상생활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다수의 일반인 심지어 의사들조차 이 같은 증세를 RLS라는 병으로 인식하지 못해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가운데 약 200만명이 앓고 있음에도 그중 16%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을 뿐 상당수의 환자들이 방치된 채 밤이면 다리가 저려 잠을 못 이루는 질환은 무엇일까. 오늘은 그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하지불안증후군은 휴식 중에 혹은 자려고 할 때 나타나거나 악화되고, 움직임에 의해 호전되는 다리의 이상감각을 말한다. 대개의 경우 다리에 발생하지만, 때때로 팔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때의 이상감각은 흔히 '피부 안쪽이 가려운', '피부 밑으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또는 '바늘이나 뾰족한 것으로 찌르는 것 같은'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는 다리나 팔을 세게 흔들거나, 굽혔다 폈다 하거나, 왔다갔다 걸어 다니는 등의 움직임에 의해 일시적으로 호전되므로 환자들은 이러한 불쾌한 느낌이나 통증을 제거하기 위해 계속해서 다리나 팔을 움직이게 된다. 대개 이런 경우 입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자려고 누워있을때 이상감각과 저항하기 힘든 다리의 움직임이 심해지면서 잠들기 힘들어진다. 자다가 깨어나서도 심한 이상감각을 느끼기도 한다. 이상감각이 생기면 다리를 심하게 움직이거나, 구부리거나, 펴거나, 문지르거나, 치거나하며 잠자리에서 나와서 걷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 어떤 증상들을 보일까?
하지불안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잠들기가 어렵거나 잠이 들어도 자주 깨어나게 되며, 이로인해 과도한 주간 졸리움, 피로감 및 불안, 우울 등의 정서적 장애도 겪게 된다.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들이 경험하는 증상의 강도는 환자에 따라 다양하며, 동일 환자에서도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갑자기 증상이 호전되어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증상 없이 지내다가 별다른 이유없이 악화되기도 한다. 임신 중 특히 후반부에 나타나거나 심해지며 카페인 음료, 피로감, 매우 더운 환경, 추위에의 장기간 노출 등도 증상을 악화시킨다. 대개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심해진다. 신장 질환(특히, 요독증, 신장투석), 신경 장애, 비타민이나 미네랄 결핍, 철결핍성 빈혈,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양한 신체 상태가 하지불안증후군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Iron, Ferritin, Magnesium, Vitamin B12, Folate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리튬, 항우울제의 투여 혹은 신경안정제, 수면제의 금단증상으로 하지불안 증후군 혹은 주기적 사지 운동증이 생길 수 있다. 이 중 앞의 세가지 경우(철결핍, 임신, 말기신장질환)는 모두 철분 부족과 연관되어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철분 부족은 중추신경계 도파민 계통의 이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발성 하지불안증후군에서 중추신경계 도파민 기능이상 및 철분 대사이상이 보고되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가설은 뇌속에서 도파민을 전달하는 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체운동을 통제하는 신경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적절히 기능하지 못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저려오는 등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치료를 보면 크게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구분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어떤 다른 이차적인 원인과 관계가 없다면 생활양식의 변화를 먼저 시도한다. 중증의 환자에게는 생활습관을 개선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적용되지만 지속적인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여기에는 균형잡힌 식단, 카페인 음료나 식품의 섭취 제한, 금주·금연과 적절한 운동, 명상, 요가 등이 권장된다. 약물요법은 치료제로 도파민 전구물질인 Levodopa/carbidopa가 오랫동안 사용되어져 왔는데 augmentation이라는 부작용으로 인해 더 이상 하지불안증후군의 일차약제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augmentation은 도파민계 약물을 장기간 사용했을 경우 증상이 전반적으로 심해지는 부작용으로 저녁에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 점점 빨라지고 증상의 정도도 심해지고 다리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레보도파를 사용할 경우 augmentation은 50% 이상 85%에서 관찰된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인해 최근에는 D2 수용체 효현제인 Ropinirole, Pramipexole 등이 점차 널리 사용되고 있다. 70-100%의 환자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에 효과가 있다. Pramipexole은 Ropinirole에 비해 작용시간이 길고 적은 용량에서 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약제의 부작용으로는 불면, 오심, 위장장애, 어지러움 등을 들수 있으나 부작용이 문제되는 경우는 드물다. 벤조디아제핀계의 약물도 흔히 사용되며 수면 중각성을 줄여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고 다리 움직임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의존의 문제가 있어 사용시 주의를 요한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clonazepam이다. augmentation의 부작용으로 도파민계 약물을 사용할수 없는 경우 gabapentin을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통증을호소하는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에게 gabapentin이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심한 경우에는 아편제제을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의심되는 이들을 위한 제언,
지금까지 가볍게 잠을 못이루는 정도로만 여겨 무시할 수 있는 질환이라 생각했던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해 알아보았다. 전국에 400만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적잖은 규모를 가진 이 질병은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며, 특히 중년 여성의 유병률이 높다. 문제는 이렇게 적잖은 환자 가운데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16%에 불과하다는 점인데 나머지 84%는 디스크 질환 등 다른 병으로 알고 엉뚱한 치료를 받거나 아예 치료를 못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자신의 수면습관을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었다면 수면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수면을 이루기 위한 장애는 없는지에 대해 돌아보는 것이 꼭 필요하겠다. 2003년 국제 하지불안 증후군 연구 모임에서 만든 4가지 진단기준을 모두 만족할 때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을 하게 된다. 4가지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혹시나 나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하지불안증후군은 아니었는지 체크해보자.
1.다리에 불편한 혹은 불쾌한 감각이 동반되면서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2.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감각은 가만히 있는 동안 발생하거나 악화된다.
2.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감각은 걷거나 다리를 뻗는 등의 움직임에 의해 부분적으로 혹은 해소된다.
4.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감각은 낮보다 저녁 혹은 밤에 더 심해지거나 저녁 혹은 밤에만 발생한다.
다음과 같은 증세가 있으면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1.다리에 기분 나쁜느낌 또는 벌레가 기어다니는듯한 느낌,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있는지?
2.다리를 움직이면 감각이 좋아지는지?
3.앉은후나 밤에 이러한 감각이 더 참을수 없게 되는지?
4.잠을 자려고 하거나 잠을 잘때 문제가 있는지?
5.잠잘때 당신의 다리, 팔이 반사한다고 말한적이 있는지?
6.누군가 다리를 주물러 주었으면 하는 느낌이 있는지 ?
7.하지불안으로 가족이 참을수 없게 되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