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헬스케어

구당선생 뜸시술, 암투병 여배우도 효과?

화이트보스 2008. 12. 7. 11:43

구당선생 뜸시술, 암투병 여배우도 효과?
한의학계 침구사 자격논란…침뜸 효능놓고는 양ㆍ한방 의견팽팽

침뜸 시술자 구당 김남수 옹이 최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침뜸 치료를 받기 원하는 환자들의 모임`에 참석해 시민들을 상대로 뜸자리를 잡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한 공중파 방송에서 '구당(灸堂) 김남수 선생의 침뜸이야기'를 방영한 이후 침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폭발했다. 올해 아흔세 살인 김남수 옹이 지난 65년간 침뜸으로 살려냈다는 무수한 임상성공 사례가 비판적 검증 없이 전해지면서 일종의 '신드롬'을 형성한 것. 위암 투병 중인 영화배우 장진영 씨가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김옹에게 뜸 시술을 받고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밝힌 후에 '침뜸 열풍'은 더욱 열기를 띠는 양상이다.

침과 뜸은 약, 추나(推拿), 도인(導引)과 함께 한의학 4대 치료술 중 하나다. 한의학에선 '기초 과목'이지만 한의학을 인정하지 않는 양방에선 의학적 효과를 부인한다. 치료 수단으로서 침과 뜸을 인정할지는 결국 한의학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다.

장진영 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동시에 김남수 옹에게 뜸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장씨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항암치료 덕분이다. 그녀가 뜸 시술을 받는 줄은 몰랐다. 사실이라면 경악스럽다. 뜸은 피부 손상을 가져와 세균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 암환자들은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면서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 이 때문에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많다."(장진영 씨 주치의)

양방에선 기본적으로 "뜸을 뜰 때 분비되는 도파민과 아드레날린 등 호르몬에 의한 기분상 위약(僞藥) 효과"라며 뜸의 증상 개선 효과를 부인한다. 반면 이재동 경희의료원 침구과 교수는 "침과 뜸이 암환자에게 증상 완화를 가져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한방에서 보는 암은 우리 몸의 에너지 또는 기(氣) 순환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침과 뜸은 이 에너지 순환을 정상으로 돌리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교수는 "위암 환자는 복부 중완혈, 천추혈, 관원혈 등 위 기능과 관련된 경혈에 뜸을 놓으면 속이 편안해지고 소화가 잘되고 손발이 따뜻해지는 효과가 있다"며 "장진영 씨 컨디션이 좋아졌다면 이런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침뜸이 암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도권 한의학에서도 유보적인 견해다. 이재동 교수는 "침뜸이 환자 증상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암세포 자체를 줄이거나 없앴다는 임상사례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 경락 자극해 기 순환 뚫어주는 원리

= 한방에서 주장하는 침뜸 효과는 여드름 치료에서 암치료, 심지어 불에 덴 화상 치료에 이르기까지 적용되지 않는 질환이 거의 없다. 이런 만병통치술이 어떻게 가능할까. 김남수 옹은 이렇게 설명한다. "전기가 음양이 만나 흐르는 것처럼 우리 몸도 음양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피로나 질병은 음양이 제대로 흐르지 못할 때 생기는 것인데 침과 뜸을 놓음으로써 기운이 소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침과 뜸은 경락을 자극하는 방법이 다르다. 침은 기계적 자극으로 기의 흐름을 조절하지만 뜸은 온열자극으로 에너지 순환을 좋게 한다. 7대3 정도 비율로 침술이 뜸보다 더 많이 사용되며 뜸은 침술을 보완하는 용도로 주로 활용된다. '침소불의(鍼所不宜) 구지소의(灸之所宜)'는 침을 놓기 어려울 때 뜸을 놓는다는 뜻. 예컨대 팔꿈치 관절에 문제가 생긴 테니스엘보는 침이 잘 들어가지 않는 부위인데 이럴 땐 뜸을 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 자가 치료는 위험

= 양방에서 침뜸을 경계하는 이유는 세균 감염 가능성 등 직접적 부작용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의지해 결과적으로 치료 기회를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침뜸이 그렇게 효과가 있다면 한방의술의 최대 수혜자라 할 조선 왕들은 왜 그렇게 단명했느냐. 검증되지 않은 언론 보도로 많은 환자가 대체요법에 현혹되는 것은 사회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물론 한방 관계자 의견은 다르다. 이재동 교수는 "침뜸은 저렴하고 간편하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치료법으로 널리 보급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다만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침뜸 시술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침뜸시술 자체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그런데 경락이나 생리학적 지식, 병에 대한 진단에 기반하지 않고 행해지는 시술은 궁극적으로 기의 흐름을 흐트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항상 한의원을 찾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혈자리를 제대로 찾았는지는 전문가에게 정기적으로 확인받아야 한다."

[노원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