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불황 造船업체들 "블루오션 찾아라"

화이트보스 2008. 12. 22. 16:11

바다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불황 造船업체들 "블루오션 찾아라"
방위산업… 한진은 차세대 고속정, 대우조선은 잠수함
해양플랜트… 삼성은 시추설비용 '드릴십' 수주 성공
김승범 기자 sb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한진중공업이 지난해 진수한 해군 차세대 고속정‘윤 영하함’. 이 회사는 최근 차세대고속정 4척을 건조하 는 사업의 적격심사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진중공업 제공
세계 경기 침체로 선박 발주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방위산업 물량과 해양 플랜트 수주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컨테이너 선박 등은 해양 물동량 감소로 당분간 발주가 살아나기 힘든 반면, 전함(戰艦)과 같은 방위산업 물량은 경기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유·천연가스 시추 장비도 아직은 중국업체가 따라오기 힘든 '블루오션(경쟁이 적은 신규 시장)'이어서 조선 불황의 탈출구로 떠오르고 있다.


방위산업 물량 치열한 수주전

지난 10~11월 두 달간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해 애를 태웠던 한진중공업은 최근 해군에서 발주한 차기고속정(PKX) 4척 건조 사업의 적격심사 대상자에 선정되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변이 없는 한 이달 하순 수주가 확정될 예정이라고 한진중공업 측은 밝혔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드릴십은 깊은 수심의 해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가스를 시추하는 선박형태의 시추설비다. 세계 경기 침체로 선박 발주가 줄자 최근 국내 조선업계가 시추장비와 방위산업 물량을 잡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1300억원 규모의 PKX 4척 수주전(戰)에는 한진중공업 외에 대우조선해양STX조선이 뛰어들었다. 입찰 과정에서는 상대 측 입찰 가격을 알아내기 위한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졌고, 한진중공업이 박빙(1000만원)의 차이로 적격심사 대상자에 뽑혔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방위산업 물량 입찰에서 이번처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것은 예전에 보기 드물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수주 시장에 나온 해군 214급 잠수함 4번함(1800t)은 대우조선해양에 돌아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초대형유조선 4척 이후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신규 물량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선박엔진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STX엔진도 지난 3일 육군이 운용할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 장갑차의 주 제작사인 삼성테크윈과 1640억원어치의 고속 디젤 엔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가 방위산업을 시작한 이래 단일 물량으로는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정동학 STX엔진 대표는 "세계 선박 발주 감소로 선박엔진 수주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방산용 엔진 물량이 그나마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도 대안으로 떠올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같은 조선 빅3 업체는 국내 업체가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원유·천연가스 시추 장비 수주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빅3 업체로는 유일하게 수주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의 경우, 수주한 2척 모두 유조선 같은 일반 선박이 아니라 드릴십(깊은 수심의 해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가스를 시추하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이었다.

회사 측은 "시추 장비는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에너지 회사가 주로 발주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글로벌 불황기에도 수주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도 대당 1조원을 넘어 수익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전체 수주(153억 달러) 가운데 드릴십을 비롯한 해양플랜트의 비중이 60%를 넘는다.

STX중공업도 지난 9월 드릴십 4척의 하부 구조물을 처음으로 수주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0월에는 FSU(부유식 원유저장설비) 1기를 수주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해양플랜트 건조 설비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초 완공되는 10독(dock·배를 만드는 일종의 큰 웅덩이)을 FPSO(부유식 원유저장생산설비) 등 해양플랜트 건조 전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 조선업체가 3~4년 치 일감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신규 수주는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하반기쯤 시장이 풀릴 때까지 방산 물량이나 해양플랜트 수주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