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 정보 모음

한반도 6배 크기 눈밭에서 노는 재미

화이트보스 2009. 1. 12. 15:20

눈·눈·눈 … 한반도 6배 크기 눈밭에서 노는 재미 [중앙일보]

북극의 설원은 넓었다. 경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 허허벌판을 날아간 뒤에 순록 한 무리를 만났다. 하얀 벌판 위를 한가로이 노니는 순록. 북극의 평원은 평온했다. [권혁재 전문기자]

관련핫이슈

밤에는 오로라를 본다고 치자. 그럼 낮에는? 온통 눈으로 새하얀 허허벌판에서 무엇을 하고 놀지? 저런, 눈밭에도 차원이 있다.

한국 스키장에서 기계가 밤새 찍어낸 가짜 눈과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광활한 설원은 노는 방법부터 다르다.

옐로나이프의 설원은 한반도의 6배나 된다. 옐로나이프에서 체험한 ‘겨울 놀이’, 현지 용어로 ‘윈터 액티비티’ 세 가지를 소개한다.

순록을 찾아나선 비행

4인승 경비행기에 올라탔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시야는 확 트인다. 이륙과 동시에 발 아래 새하얀 눈밭이 펼쳐진다. 짓궂은 비행사가 질문을 한다. “무엇을 보고 싶은가?” “순록!” “오케이!” 비행기는 마냥 북으로 달린다. 비행기가 북으로 향할수록 나무는 관목으로 바뀐다. 수목의 키가 낮아지는 만큼 지평선은 더 날카로운 직선을 그린다. 마침내 완성된 북극의 지평선은 굴곡이 없어 날렵했다 . 별안간 비행기가 곡예비행을 한다. 획 방향을 틀더니 이내 곤두박질한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듯싶더니만 순록 여남은 마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에 놀란 순록이 부리나케 꽁무니를 뺀다. 비행기는 활강과 선회를 반복하며 설원 곳곳의 순록과 숨바꼭질을 한다. 북극의 낮은 예상보다 짧았다. 오후 4시가 넘어가자 지평선 너머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세상은 다시 붉은색과 흰색으로 양분됐다.

야생 체험 1박2일

로지(Lodge)란 게 있다. 오두막집이라 번역하기엔 어딘가 모자란 존재다. 세계적인 리조트 타운에도 로지가 있다. 거기의 로지는 갖가지 편의시설을 완비한 호화 별장에 가깝다. 그러나 옐로나이프의 로지는 야생 민박체험장에 가깝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낚시하고 사냥하며 하룻밤을 묶는다. 1m가 넘는 얼음을 뚫고 1m가 넘는 숭어를 낚거나 여우부터 곰·순록·버펄로를 사냥할 수도 있다. 대신 샤워 시설이 없고 화장실은 재래식이다.

옐로나이프의 여러 로지 중에서 ‘이노다 윌더니스(Enodah Wilderness)’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곳엔 명물이 있다. 해글룬트(Hagglund)라 불리는 설상차다. 스웨덴에서 제작한 군용 수송수단으로, 탱크 모양 바퀴 대신 캐터필러가 장착돼 아무리 험한 눈밭이라도 거침없이 헤치고 나아간다. 스웨덴 출신의 주인 래그너 웨스트롬이 시도 때도 없이 외쳤던 구호는 다음과 같다. “Hey boys! Go wild!”(젊은이들이여, 야성을 길러라).



설원을 달리다

옐로나이프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겨울 놀이는 개 썰매 타기다. 일단 요금에서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4인승 경비행기 탑승은 4시간 비행에 1인당 700캐나다달러고, 이노다 윌더니스에서의 하룻밤은 520캐나다달러다. 그러나 개썰매는 2시간에 75 캐나다 달러다. 그만큼 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재미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옐로나이프에서 개썰매로 가장 유명한 주인공이 벡스 케널스다. 300회 이상의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전설의 개썰매 챔피언이다. 그가 운영하는 개썰매 투어는 규모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기르는 개만 97마리에 달한다. 챔피언은 자신이 기르는 모든 개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경주용 개는 의외로 작았다. 언뜻 서울의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잡종견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달릴 때 달랐다. 민첩하고 다부졌다. 그리고 빨랐다. 개 6마리가 끄는 썰매를 탔다. 발 받침대 앞에 브레이크가 있어 속도 조절이 가능할 뿐 다른 조정 장치는 없었다. 속도감이 상당했다. 작은 언덕을 치고 오를 땐 온몸이 붕 떴다. 40분쯤 달려 숲속의 작은 오두막에 다다랐다. 거기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스노모빌을 타고 눈밭을 달리다 다시 개썰매에 올라탔다. 옐로나이프의 낮은 짧았다.

손민호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게리 르프리어 노스웨스트주 관광청장
“곰은 평생 한 마리만 잡을 수 있어요”


 
노스웨스트주의 게리 르프리어(사진) 관광청장을 만나 노스웨스트주 지역의 에코투어 현황을 물었다. 게리 르프리어는 캐나다 최북단 노스웨스트주의 관광산업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Q 오로라 투어 시장을 소개하면.

“겨울마다 1만여 명의 해외 관광객이 옐로나이프로 찾아든다. 여기엔 스키장도 없고 온천도 없다. 절대 다수가 오로라 투어 참가자다. 9·11 테러 이후 관광객 숫자가 줄었지만 곧 회복되리라 믿는다.”

Q 오로라 투어가 캐나다에서도 인기인가.

“흥미로운 건 오로라 투어 관광객 대부분이 일본 등 아시아에서 온다는 사실이다. 캐나다는 물론 미국 등 북미에도 본격적으로 홍보 작업을 할 계획이다. 물론 한국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Q 노스웨스트주는 에코투어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 그만큼 관리도 쉽지 않겠다.

“오로라 빌리지를 예로 든다면, 그 지역은 임시 시설로 허가가 나 있다. 상하수도 공사 등 대규모 시설은 허락하지 않는다. 쓰레기는 철저한 감시 아래 분리 수거되고, 야간 조명도 관리 대상이다. 모든 야외 활동의 경우 동식물 보호는 매우 엄격하다.”

Q 곰도 사냥할 수 있는가?

“원주민은 규제 없이 사냥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경우엔 규제가 엄격하다. 먼저 자격증을 따야 하고 사냥감 수에도 제한이 있다. 낚시도 먼저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 번 허가에 두 마리까지만 가져갈 수 있다. 나머지는 놔줘야 한다. 곰은 평생에 한 마리만 사냥할 수 있다.”

손민호 기자

여행정보 옐로나이프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편안한 휴식을 기대할 여행지도 못 된다. 당신이 온갖 난관을 무릅쓰더라도 오로라를 올려다보며 잊었던 꿈을 되찾으려는 지친 영혼이거나 한국에선 담기 힘든 장면이 탐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라면 권한다.

서울∼옐로나이프 직항편은 없다. 밴쿠버에서 갈아타야 한다. 그것도 12∼2월 사이만 가능하다. 다른 계절이라면 에드먼턴에서 다시 갈아타야 한다. 그만큼 오지다. 방한복 대여 서비스가 있으므로 추위는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카메라 배터리가 금세 바닥나는 일만 대비하면 된다. 여분의 배터리를 꼭 챙길 것. 그래도 내복은 필요하다.

이번 겨울 국내 여행사 몇 곳이 패키지 상품을 마련했다. 티엔씨·레드캅투어·칼투어 등에서 4박6일 여정에 300만원짜리 상품을 기획했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으면 개별 여행은 아직 곤란하다. 노스웨스트주 전체에서 한국인은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캐나다달러가 유통된다. 1월 초순 현재 환율은 1캐나다달러당 1000원이 약간 넘는다. 자세한 정보는 주한 캐나다관광청(www.canada.travel)·노스웨스트주 관광청(www.spectacularnwt.com) 홈페이지 참조.
취재 지원: 주한 캐나다관광청·노스웨스트주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