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의 세계/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인간무기’

<3>바그다드 저격전

화이트보스 2009. 1. 26. 20:27

<3>바그다드 저격전
‘질리란드’ VS ‘주바’ 스나이퍼 대결

이라크 전쟁의 뒷마무리가 계속되던 2005년 새로운 유형의 전투가 시작됐다. 아무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저격수들의 전투가 시작됐고 이는 대량살상무기에 버금가는 효과를 발휘했다. 2005년, 미국 CNN방송에 이라크 저항세력의 저격수가 미군과 동맹군 28명을 사살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가 공개되자 전 세계에 큰 논란이 일어났다.

보이지 않는 저격수의 총탄이 날아와 젊은 병사가 한 명씩 쓰러지는 처참한 모습은 세계 최강 미국의 자존심을 붕괴시키는 일대 사건이었다. 미 해병대의 도보 순찰대가 바그다드 거리를 조심스럽게 수색 중일 때, 갑자기 저격탄이 날아와 병사 한 명을 명중했다. 아스팔트 위에 나동그라지며 비명을 지르는 병사에게 동료가 달려와서 소리를 지른다.

“움직여라! 움직여! 빨리 피하자!” 쓰러진 동료의 무거운 배낭끈을 잡아 끌며 급하게 외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못한다. 급소를 맞은 그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이것이 바그다드의 저격전 모습이었다. 인명 손실도 참담했지만 심리적 차원에서 더 큰 파장이 일어났고 이는 국가 전체의 전쟁수행 의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나는 한편, “이에는 이로, 눈에는 눈으로” 복수한다는 저격수들의 보복전이 시작됐다. 사실 이라크전에서 미 해병대 스나이퍼들은 이미 개전 초기부터 큰 성과를 올렸다. 미군 저격수에게 당하던 저항세력들도 저격전의 효과를 인식한 나머지 2004년 하반기부터 전장에 저격수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는 흔히 ‘주바’(Juba)로 불리는 정체불명의 이라크 스나이퍼가 미군 143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바그다드 남부에서 주로 활동하는 주바는 단 한 발의 사격으로 미군들의 목숨을 빼앗는 사격솜씨로 악명을 떨쳤다. 미 해병대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저격수인 주바를 사살하기 위해 2005년 6월, 라마디 지역으로 스나이퍼 4명을 투입했으나 작전 결과는 실패였다.

미군 병사들은 어디에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총탄에 목숨을 잃으면서 심하게 위축됐다. 분노한 미군도 본격적으로 이라크에서의 저격전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했다. 최고 수준의 전문 스나이퍼를 투입해 이라크 저항세력의 꼬리를 추적했다. 마침내 2006년 1월, 디펜스 뉴스와 CNN 방송을 통해 섀도(Shadow) 저격부대의 스나이퍼 제임스 질리란드(James Gilleland·사진) 하사가 병원 건물에 숨어 있던 반군 저격수를 1250m 떨어진 거리에서 M24 소총으로 사살했다고 공개했다.

미 육군은 사상 최고의 장거리 사살 기록을 갱신했다고 밝히며 질리란드의 소감과 함께 그의 영웅적인 저격전을 크게 홍보했다. “나는 전우들의 복수를 했다. 부서진 병원 4층에 잠복한 스나이퍼를 찾아내 단 한 발로 해치웠다.” 오늘날 이라크에 투입된 미군의 전력은 첨단 무기체계를 동원한 세계 최강의 군대이며 미 해병대의 투지력은 당연히 미군 중에서도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그토록 막강한 전투력을 지닌 미 지상군들이 이라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저격전·게릴라전과 같은 재래식 전투에 익숙지 못한 첨단 디지털군의 허점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전투부대인 사단급 미군 전투력이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병사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동료들의 죽음이요, 집요한 적의 총격인 것이다.

현대전에서 적의 대규모 부대와 싸우는 전쟁은 대량살상무기가 필요하고 인간보다는 기계와 첨단 전자장비가 운용되지만 소규모 전투에서는 오직 병사들의 의지와 각개 전투력이 필요하게 된다.

이라크전에서 저항세력 스나이퍼의 공격은 미군이 당면한 최대의 장애물이고 정신적 충격이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전세를 유지하기 위해 미군은 첨단무기의 디지털 전장에서도 여전히 ‘원샷 원킬’의 재래식 스나이퍼를 운용하고 있고 그들의 복수전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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