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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농사 코앞인데…” 가뭄에 속탄다

화이트보스 2009. 2. 7. 19:16

봄농사 코앞인데…” 가뭄에 속탄다




1월 강수량 평년의 절반… 식수난 이어 농업용 저수지도 바닥

전남 완도 진도 등 섬마을 5개군 식수 아예 고갈

강원 충북 등 고지대 주민들 소방서 급수로 버텨

지자체들 “비상급수론 한계” 관정 개발 적극 나서


《“쌀 씻은 물로 설거지하고 빨래는 모았다가 배를 타고 인근 지도읍이나 목포에 가서 합니다.”(전남 신안군 임자도 주민 강미숙 씨) 전남 섬지역과 충북, 강원 등 산간지역을 ‘목 타게’ 한 겨울가뭄이 봄까지 이어질 태세다. 가뭄 심화 지역도 점차 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식수 부족에 이어 농업용 저수지마저 상당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코앞에 닥친 봄철 농사에도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홍천-강화 1973년이후 최악 가뭄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강수량은 평균 15.3mm로 평년 대비 49%를 기록해 전국적으로 가뭄이 극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홍천이 0.4mm(평년 대비 2.0%)로 가장 적었고 이어 인천 강화 1.2mm(평년 대비 7.5%), 강원 인제 1.7mm(평년 대비 11.5%)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1월 강수량은 197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서울의 1월 강수량은 5.7mm로 평년 대비 26.4%에 머물렀다. 전국의 평균 강수(눈 포함)일수는 6.4일로 평년보다 1.0일 적었다. 서울의 강수일수는 3.0일로 평년보다 4.1일이 적어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8년 이래 1944년 1월(강수일수 2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기상청은 “지난달 가뭄이 심했던 것은 차고 건조한 대륙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2월 1일까지의 강수량은 577.7mm로 평년(847.3mm) 대비 68.2%를 기록해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적었다.

○ 섬마을 식수 고갈…봄농사 차질

전남 완도 진도 신안군 등 5개군, 33개 마을은 식수가 아예 바닥났다. 이 지역 주민 2000여 명은 소방차와 행정차량 및 선박으로 운반하는 식수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전남에서만 18개 시군 258개 마을, 3만1306명이 제한급수 및 운반급수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과 충북, 경남 등 고지대 주민 7만여 명도 제한급수와 소방서급수로 생활하고 있다. 박종기 태백시장은 5일 “식수난으로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이 고통받고 있다”며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 등에 생수를 지원해 달라는 서한문을 보냈다.

봄농사와 산불도 비상이다.

충북의 경우 도내 789곳 저수지의 저수율은 74%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1%보다 17%포인트 낮다. 예년(89%)과 비교해도 15%포인트 낮아 가뭄이 지속될 경우 저수량 부족으로 농업용수 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남의 2244곳 저수지의 평균저수율도 47%로 평년의 절반 정도다.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경남에서는 1월 말 현재 25건의 산불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 6건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경남도내 748곳 저수지 중 495곳이 바닥을 보여 산불 진화용 헬기 취수가 어려운 형편이다.

○ 중소 댐 건설 등 대비해야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은 관정(·둥글고 깊게 판 우물) 개발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11월 8개 시군 70개 마을에 관정을 개발했지만 식수난이 해소되지 않자 정부에 2차 지원을 요구해 이달 안에 102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65억 원을 긴급 편성해 79개 관정을 개발 중이며 강원도도 관정 35개를 개발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환경부가 재해대책비를 따로 책정하지 않아 정부 예비비에서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에 집행까지는 한 달 정도 걸린다”며 “이 예산도 지방비 부담이 50%여서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정 개발과 함께 중소규모 댐건설과 대체 광역상수원 개발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북대 민경석(환경공학과) 교수는 “농업용 저수지 개량과 식수 전용댐 건설, 대체 광역상수원 개발 등 효율적인 물 사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