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맹렬 87세'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화이트보스 2009. 3. 17. 10:53

'맹렬 87세'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최근 '공격경영' 진두지휘 임원들 현황보고… 초비상
"제2롯데월드 넘어 세계로"
송동훈 기자 dhso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신 회장은 현재 15년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착공, 해외투자, 인수합병 등 그룹의 주요 사안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롯데그룹 제공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 위치한 신격호(辛格浩) 회장의 집무실. 롯데그룹의 모든 주요 결정이 내려지는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울 잠실에 들어설 제2롯데월드 모형이다. 신 회장의 최대 관심사가 제2롯데월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신 회장을 만난 한 은행장은 "신 회장 집무실에 있는 제2롯데월드 모형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제2롯데월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와 비전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신 회장과 최근 저녁을 함께 한 또 다른 지인도 "제2롯데월드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며 "원래는 상하이를 생각했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한국에 세우기로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건설에 2조원 안팎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112층짜리 초고층빌딩을 포함한 제2롯데월드를 기존의 잠실롯데호텔·롯데월드와 연계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육성한다는 것이 신 회장의 구상이다. 그룹의 한 CEO는 "이 사업은 투자대비 수익이 제로(0)"라며 "기업을 키워준 조국에 대한 신 회장의 보은(報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87세 신격호 회장…공격경영 진두지휘

신 회장은 1922년생이다. 올해로 87세다. 얼마 후엔 아흔이지만 신 회장은 여전히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정력적으로 두 나라의 '롯데'를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주부터 서울에 머물며 그룹 임원들로부터 주요 경영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임원들은 신 회장이 업무를 챙기는 강도가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며 긴장하고 있다. 신 회장의 15년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가 정부 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데다 소주 '처음처럼'의 두산주류BG 인수 등 어느 때보다 공격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경제불황이라고 하지만 롯데는 마치 호황기처럼 정신 없이 투자계획이 내려지고 있다"며 "2~3년 안에 국내 5위 그룹에서 4위로 도약할 채비를 마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미래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 있다

신 회장의 또 다른 눈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를 향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3월말 중국 9호점인 칭다오점을 오픈한다. 롯데백화점 역시 올해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톈진 등 주요 도시에 2호점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해외투자를 본격화한 것은 2007년부터. 내수시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요 투자처는 신흥시장인 러시아·중국·베트남·인도. 백화점·대형마트·호텔·식품 등 주요 계열사가 총동원돼 있다. 올해는 투자 폭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은 바쁠 수밖에 없다. 특히 신 회장이 주목하는 곳은 중국이다. 롯데그룹 임원들은 "'중국은 롯데의 이름으로 백화점 100개, 대형마트 1000개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진출 속도를 높이라는 주문을 신 회장으로부터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중국 선양에 2013년 1기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롯데콤플렉스(복합단지)가 건설 중인 것이 신 회장이 중국을 중시(重視)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다. 총 10억달러가 투입되는 롯데콤플렉스에는 쇼핑몰을 비롯, 호텔·놀이시설·오피스텔·아파트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선양 프로젝트는 롯데가 해외에서 처음 건설하는 대규모 복합단지 사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선양은 동북 3성의 중심으로 교통과 상업의 요지"라며 "베이징·상하이에 이어 중국 진출의 또 다른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자산규모 약 50조원에 41조원(추정)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삼성·현대차·SK·LG에 이은 재계서열 5위이다. 롯데는 올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10% 이상의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본·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의 롯데가 되겠다는 것이 신 회장의 비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