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신재생 에너지.

잇달은 풍력업체 계약 해지... 투자자만 손해

화이트보스 2009. 3. 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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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달은 풍력업체 계약 해지…투자자만 손해
풍력株 상승세도 주춤…추격매수 자제

작년말부터 테마주 열풍을 이끌며 코스닥 시장을 뒤흔들었던 풍력에너지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공급계약 해지 소식을 전하면서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16일 디엠에스는 김천풍력발전과의 1320억원 규모의 풍력발전기 시스템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코스닥 시장 내에서 1000억원대 규모의 계약해지는 그리 흔치 않은 일.

디엠에스는 "해외로부터 풍력발전기 시스템을 수입해 김천풍력발전에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계약 후 발전사업 인허가 일정이 지연되고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돼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에는 아이니츠가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독일 악셉터(Axeptor) AG사와의 풍력발전기 제조에 대한 라이센스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히면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계약해지 금액은 전년 매출액의 88.86%에 해당하는 453억원 수준으로 해지 이유는 `금융시장의 환경 악화 등에 따른 라이센스 대금 미지급`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케이알이 길림애와 풍력발전소 1기 공사 등 무려 7건의 공급계약이 중단됐다고 공시하면서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는 케이알 측 제품 개발이 지연됨에 따른 적기 공급 차질 그리고 이에 따른 시장 경쟁력 상실이 원인이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풍력 업체들 무리한 계약.. 코스닥이 더 심해

이같이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다름아닌 이들 계약 체결 소식만 믿고 해당 업체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다.

특히 풍력 에너지 업체들의 경우 정부 및 미 오바마 정부의 그린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상당한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명 `돈 되는 株`로 통하며 계약체결 공시 때마다 기본 공식처럼 상한가를 달려온 게 사실.

하지만 최근 들어 예상치 못한 계약 해지 소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시장 일부에서는 이들 기업들이 애초에 너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점차 악화되는 국내외 시장환경은 뒤로 한 채 일단 `체결하고 보자`는 식의 모럴해저드가 더욱 만연해져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아이니츠의 경우 작년 11월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증자와 사채발행, 신주인수권부사채 일부 취득 소각 등의 계획이 지연되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7건의 공급계약이 한꺼번에 무산된 케이알의 경우 작년 11월에도 맥스메이커 KWP와의 새만금개발 협력 협약이 기술 개발 지연으로 인해 사업화가 무산되는 등 동시에 3건의 계약 무산 소식을 공시한 바 있다.

즉 시장환경이나 자체 자금조달 능력, 기술력 등은 무시한 채 너무 중구난방으로 계약을 체결해 오면서 투자자들의 피해만 더욱 양산시켜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중소형의 코스닥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단조 부문을 담당하는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계약이 다소 지연되는 경우는 많이 발생하고 있으나 여러 건이 동시에 해지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라면서 "특히 이 분야는 대규모의 자본금을 안고 뛰어드는 대기업들이 많은만큼 중소형 업체들의 경우 시장 내 니치마켓을 특화하지 않는 이상 향후 5년 내 대부분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 풍력株, `테마`가 아닌 `기업`을 보라

한편 그동안 강세를 보이며 주가가 급등했던 풍력주는 다시 조정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동부증권 이수진 연구원은 "주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한 상황에서 풍력주들이 다른 테마주들이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했다"며 "그러나 환율이 안정세를 띄고 있고 주식시장도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그동안 외면받았던 다른 종목들도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풍력주들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풍력주의 추가적인 오름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현대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최근 금융위기로 풍력발전단지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일부 지연되는 등 메이저 풍력터빈 메이커들의 터빈 설치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국내 풍력 업체들의 추가적인 주가 상승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풍력시장이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며 "다른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은 풍력주들의 경우에는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0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풍력시장의 성장이 다시 가속화되면 풍력 부품 업체들도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투자 시 풍력주라는 테마보다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동부증권 이수진 연구원은 "투자 시 항상 살펴봐야 할 사항은 시장상황 및 개별 기업의 실적 그리고 펀더멘털"이라며 "예를 들어 환율이 안정되면서 키코(KIKO)에 물려있는 현진소재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 또는 올해 풍력주 중 평산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등 개별 기업의 차원에서 살펴보면 투자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나래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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