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 쉬운 일 아니다=미국은 지상 3만6000㎞의 정지궤도에 적외선 감시위성 3기를 배치해 놨다. 예비위성도 두 기가 있다. 한 기당 지구를 각도 120도씩 나눠 24시간 감시해온 것. 1970년 ‘방어지원 프로젝트(DSP:Defense Support Project)’에 따라 첫 위성을 발사한 이래 40년 가까이 지구상에서 쏴 올린 대륙간탄도탄의 발사 단계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체크했다. 그만큼 미국 안보의 ‘눈’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로켓 발사 때 나오는 열기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을 감지하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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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번에 발사하겠다는 로켓 ‘은하2호’의 도달 거리는 3600㎞ 이상이다. 이를 미사일로 전용하면 대륙간탄도탄이나 다름없다. 은하2호가 발사되면 미국과 일본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이를 탐지할 수 있다. ▶적외선 위성을 동원하는 방법 ▶동해상에 이지스함 등을 배치해 함상 레이더로 잡거나 아니면 지상 레이더로 잡는 방법이다. DSP 위성은 한계가 있다. 발사 후 고도 10㎞ 이상 올라와야 비로소 위성에 포착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나오거나 화재 등으로 인한 지상의 열기까지 감지하면 혼란이 생기기 때문에 고도 10㎞ 이하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은 포착하지 못하도록 한 결과다. 대륙간탄도탄은 고도 10㎞ 이상 수증기가 거의 없는 지점까지 솟아야 DSP 위성에 포착된다. 문제는 그 시점이 발사 후 30초 이상 지난 뒤라는 점이다. 지상을 떠난 대륙간탄도탄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요격 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르기까지 적어도 30초가 걸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로켓이 연료를 소진하기 전에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야 그나마 요격될 가능성이 있다. 가령 연료를 다 태우는 데 120초밖에 걸리지 않는 대륙간탄도탄이라면 위치를 파악하는 데까지 걸린 60여 초를 제외하고 남은 50초 남짓한 시간 동안 비슷한 성능의 미사일을 발사해 떨어뜨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륙간탄도탄의 연소가 끝나고 나면 열추적 센서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요격 대상 미사일보다 두세 배 빠른 요격 미사일을 쓰지 않는 한 쫓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동해상에 이지스함을 배치했다 해도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요격 미사일이 꼭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미사일 전문가는 “함상에서 발사하는 요격 미사일(SM-3)의 사거리가 짧기 때문에 북한 로켓이 지상 200㎞ 이하에 있을 때 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이론상 가능할 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날아가는 총알에 총을 쏴 떨어뜨리는 격이라는 이야기다. 발사 미사일이 뭔지 미리 알고 실시하는 요격 실험에서조차 성공 확률은 낮다.
◆요격 대응기술까지 발달=미국은 차세대 미사일 방어(MD) 기술로, 미사일을 이용한 요격 외에 레이저로 요격하는 실험도 해왔다. 대형 비행기나 위성에서 레이저를 쏴 대륙간탄도탄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대륙간탄도탄의 몸체에 강력한 레이저를 몇 초 간 쪼여 부품을 녹이거나 탄두를 폭파한다는 생각이다. 볼록렌즈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를 무력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륙간탄도탄 ‘토폴-M’을 개발하면서 레이저 요격 회피 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대륙간탄도탄이 날아갈 때 중심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도록 한 것. 레이저의 초점이 계속 한 곳에 머물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당연히 레이저가 미사일의 몸체를 녹이기 힘들게 된다. 러시아 국방부가 2004년 발표한 ‘토폴-M’의 궤적을 보면 포물선이 아닌 지그재그다. 고도도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지상 500㎞ 이하로 나타나 있다. 이렇게 해서 타격 지점까지 접근할 수 있는 거리는 2200㎞에 이른다. 미사일 요격에 대비하고 명중 확률을 높이려고 기발한 미사일 비행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로켓과 미사일=로켓을 군사용 폭탄 운반용으로 쓸 때 미사일이라고 한다. 위성 발사용으로 쓸 때는 발사체 또는 로켓이라 한다. 대륙간탄도탄은 장거리 미사일의 일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