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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에 급진적인 것도 그 다음 세기에는 보수적인 것이 된다.” 이 말은 마크 트웨인이 한 말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진보와 보수가 벌이는 상호작용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서울대 박효종(62ㆍ국민윤리) 교수가 2일 정명(正名) 토론회라는 세미나에서 한국의 좌파가 과연 진보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친북좌파처럼 진보하지 않는 세력,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하고 문명사적 가치에 둔감한 세력을 ‘진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피땀 흘리며 살아온 가치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진보좌파가 진보ㆍ정의ㆍ민주 등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개념을 선점해 반대 진영을 비민주와 반정의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진보=좌파, 보수=우파’라는 등식이 별 이의 없이 통용돼 온 것은 사실이다.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자.
-보수=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
-진보=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함.
-우파=어떤 단체나 정당 따위의 내부에서 보수주의적이거나 온건주의적 경향을 지닌 파.
-좌파=어떤 단체나 정당 따위의 내부에서 진보적이거나 급진적인 경향을 지닌 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진보=좌파, 보수=우파’의 등식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박 교수가 지적했듯이 ‘세계사적 흐름’에 둔감해선 안 된다. 20세기의 보수ㆍ진보가 담았던 내용과 21세기의 그것은 달라야 한다. 21세기에는 보수와 진보의 관계가 역전된 측면도 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라고 폄하하던 게 보다 많은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밝혀졌다. ‘인민을 착취한다’던 시장경제가 빈곤을 퇴치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현실에 맞지 않는 등식은 깨야 한다.
우리는 진보좌파, 보수우파뿐만 아니라 ‘진보적 우파’ ‘보수적 좌파’가 필요하다.
이렇게 상정해 볼 수 있다. 예컨대 ‘진보적 우파’는 ‘친북적인 우파’다. 햇볕정책을 우파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롭게 창출하는 우파다. 독일 통일을 완성한 것은 우파세력 아닌가. ‘보수적 좌파’ ‘반북적 좌파’도 필요하다. 예컨대 ‘보수적 좌파’는 일부 현안에 대해 우파와 공조하는 좌파다. ‘반북적 좌파’는 인권 상황을 중시하는 좌파, 북한의 체제가 ‘진정한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라 전체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좌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반대하는 좌파일 수도 있다.
박 교수의 발표에 영감을 얻어 좋은 말은 좌파ㆍ우파 모두 공유하자. 진보ㆍ정의ㆍ민주ㆍ참교육 같은 이상은 좌우파가 공유해야 하는 게 아닐까. 우파가 독점하는 좋은 말도 좌파와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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