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어느 국민이 갑자기 북한 당국에 붙잡혀가 보름이 지나도록 가족은 물론 대한민국 정부 당국자와 면회 한번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공포가 어떻겠는가.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우리 자신을 북한 땅, 그것도 북한 형무소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 고통과 두려움이 오죽하겠는가. 지금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수백명의 남쪽 관계자를 생각하면 이건 결코 유씨 한사람의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공동의 이익을 위한다지만 어떻게 이런 상대방을 믿고 그들 영역 안에 들어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겠는가.
억류 초기 공단의 북측 관계자들의 비공식적 반응은 유씨에게 식사와 잠자리·신변안전 등은 보장할 것이며, 신병은 개성공단 안에 있다는 것 정도였다. 그나마 북측 당국의 공식 통보도 아니었다. 지금도 유씨가 잘 있는지, 있는 곳은 개성인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겨졌는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통일부는 13일 부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억류돼 조사받고 있는 사람에게) 접견권과 변호인 참관 등 기본적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 북한의 조치는 남북 합의서와 국제관례를 위반하는 매우 부당한 것이며 비(非)인도적 처사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막혀버린 남북 간 경로를 벗어나 제3국이나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경로까지 검토하는 모양이다. 정말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면 정부는 중대 결심을 해야 한다.
개성 사업이 어떻게 남쪽만을 위한 사업인가. 남쪽보다는 북쪽을 더 위하는 사업 아닌가. 북한은 하루빨리 이성적 입장으로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