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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北) 외화벌이 총책 '성훈 영감', 알고보니 '마약왕'

화이트보스 2009. 4. 30. 11:21

북(北) 외화벌이 총책 '성훈 영감', 알고보니 '마약왕'

입력 : 2009.04.30 03:34

마약 밀매해 엄청난 '충성 자금' 벌어 군(軍)장성·당(黨)간부에 마약·뇌물 상납
북(北)당국 "정변 일어날 우려" 사건 축소

작년 6월 어느 날, 평양은 김정일(68) 국방위원장이 직접 참석할 예정인 '김정일 당 사업 개시 44주년 중앙보고대회'를 앞두고 경계가 삼엄했다. 김 위원장이 나오는 '1호 행사'인 만큼 보위사령부 요원들이 나서 참석자들의 소지품을 검사해 담배와 라이터 등을 따로 보관했다.

군(軍) 직속 외화벌이 회사인 금수합작무역총회사 김성훈 대표도 예외없이 소지품을 맡겼다. 특수부대 장성 출신인 그는 남한에도 10여 차례 직접 침투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군부 실력자. '성훈 영감'으로 통한다. 그의 담배를 건네받은 보위사 요원은 몰래 한 개비를 뽑아 한 모금 깊숙이 빨았다 곧바로 의식을 잃었고, 후송 도중 사망했다.

평양은 발칵 뒤집어졌다. 김 위원장은 참석을 취소했고 김원홍 보위사령관(대장)이 직접 진상 조사에 나섰다. 사인(死因)은 뜻밖에도 '마약 과다 복용'이었다. 북한군 장성과 노동당 간부 수십명이 연루된 북한 역사상 최대의 '마약 스캔들'이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29일 "최근 탈북한 보위사령부 고위 인사 A씨의 증언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북한 화물선‘봉수’호 선원들이 1억5000만 호주 달러 상당의 헤로인 밀수 혐의로 호주 시드니에 서 체포됐다. 호주 정부는 북한의 국제마약 밀매에 대한 경고로 봉수호를 2006년 공해상에서 격침시켰다.

보위사는 곧바로 김성훈을 잡아 가뒀고 마약 중독자였던 그는 금단(禁斷) 현상을 견디지 못해 "모든 것을 다 불겠다"고 두 손을 들었다. 그는 "마약을 넣은 특수 담배를 비밀 제작해 군 장성과 당 간부 수십명에게 상납했다"고 실토했다. 거액의 뇌물도 정기적으로 갖다 바쳤다고 했다. 집에서 미화 120만달러와 1억엔을 포함해 마약 담배와 뇌물을 받은 고위층 리스트까지 튀어나왔다. '성훈 영감 리스트'에는 1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 문학준 등의 이름이 담겨 있었다. 대북 소식통은 "성훈 영감은 마약을 중국 등에 밀매해 엄청난 '충성 자금'을 벌어들였다"며 "워낙 수완이 좋아 왕별(장군)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던 북한의 마약왕"이라고 했다. 그러나 보위사령부는 사건을 김성훈 개인 비리로 축소해 김 위원장에게 보고한 뒤 덮었다. "정변이 일어날 정도의 큰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대북 소식통)이란 것이다.

유동렬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북한은 80년대 말 동구권 붕괴 이후 외화 획득을 위해 정권 차원에서 마약을 생산했다"며 "김 위원장은 1992년 마약 사업을 '백도라지 사업'이라고 부르며 독려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북한의 권력기관들은 마약으로 연간 1억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마약 생산이 20년 이상 계속되면서 군부와 당 고위층에까지 마약 중독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런 사실을 최고지도자에게 숨겨야 하는 게 북한의 현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