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名병원]<9>美매사추세츠종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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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찢어서 먹었고 펜과 종이, 가위, 칼 등 닥치는 대로 삼켰다.
극심한 우울증이 불러 온 자해행위였다.
삼킨 물건을 꺼내고 망가진 식도를 치료하기 위해 받은 수술만 60여 차례. 중소 병원에서 치료받던 20대 여성 A 씨는 결국 지난해 보스턴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정신과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약물치료와 함께 요가, 명상, 마사지, 향초 및 아로마, 음악 치료를 병행했다. 부드러운 질감의 각종 천을 만지면 격한 감정이 누그러지는 ‘촉감 치료’인 ‘천 요법(fabric therapy)’과 애완동물과 함께하는 치료(애완동물 요법)도 A 씨를 위한 맞춤 프로그램으로 처방됐다.》
천 요법에 쓰는 천은 환자별로 무게, 질감, 색깔이 다르게 디자인된 것으로 모두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것. 환자복도 찢어서 먹을 수 없도록 특별히 질기게 제작됐다.
애완동물은 병동 안으로 들여올 수 있도록 특별히 관리, 훈련을 받았다. A 씨는 이곳에서 수개월 치료받은 뒤 상태가 나아져 외래 진료를 받고 있다.
쇠창살 없는 쾌적한 정신병동
의료 질만큼 세심한 환자배려
▽환자 안전과 의료 질 최우선=MGH는 부속병원이 없는 하버드대의 실질적인 부속병원으로 보스턴의 대표적인 종합병원이다. 인턴과 레지던트는 100% 하버드대 출신이고 하버드대 메디컬스쿨의 각종 연구와 임상실험이 이곳 환자들에게 적용된다.
의학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 마취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고, 노벨상 수상자를 6명 배출한 기록도 있다.
이 병원이 연구에 쏟아 붓는 비용만 연간 4억8700만 달러(약 4530억 원). 미 국립보건원(NIH)이 발주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진행하는 미국 내 최대 연구 병원이기도 하다.
병원 측은 의료기술과 연구 업적만큼이나 환자의 안전 및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의료의 질과 안전’ 담당 부서 책임자인 엘리자베스 몰트 박사는 “마지막 1% 차이는 환자가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세세한 관심”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미국 시사주간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선정한 명병원 리스트에서 정신과 분야 1위를 차지한 기록이 말해주듯 정신과 치료에 독보적인 곳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목을 매달아 자살하지 못하도록 샤워실의 샤워기나 옷걸이, 문 손잡이는 물론 휴지걸이까지 모두 특수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감시 사각지대인 샤워실과 화장실은 환자의 자살이 가장 빈번한 장소로 꼽히는 곳.
주요 환자에게는 담당 간호사가 한 명씩 따라붙어 5분 단위로 상태를 점검한다. 감정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해지기 전에 징후를 포착해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침대에는 센서가 있어 한밤중에 침대를 빠져나가는 환자는 곧바로 간호사들에게 체크된다.
2중 보안장치가 돼 있는 병동 문은 환자들이 비밀번호를 알아도 열 수 없도록 수동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던 철장은 없었고, 모든 문은 철제가 아닌 밝은 노란색의 목재로 돼 있었다.
점심 때 정신과 병동의 분위기는 평온했다. 자원봉사자들과 삼삼오오 둘러앉아 점심을 먹거나 음악 요법을 하며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환자들이 눈에 띄었다. 구석구석을 살펴봤지만 소동을 피우는 환자는 없었다.
▽‘목마 넘기’ 프로젝트=“병원은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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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종합병원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환자의 안전과 병원생활의 질 개선을 위한 팀을 꾸렸다. 의료기록의 DB화, 의료진의 안전 교육, 병원 내 위생상태 개선 작업이 6년간 계속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 이 병원은 ‘목마 넘기’ 보고서가 제시한 27가지 항목의 기준을 95% 이상 충족시켰다.
관련 연구 활동도 계속 진행 중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도 펀드 지원을 받고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 박사학위를 소지한 25명의 간호사들이 주축이다.
35년째 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바버라 로버그 수석 간호사는 최근 ‘로버트 존슨’ 재단으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아 2년 기한의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주제는 의료진 간, 의료진과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환자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
로버그 씨는 “환자가 응급실, 수술실, 회복실, 입원실을 거치면서 접하는 수십 명의 간호사와 의사들이 공유해야 할 정보를 하나라도 놓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350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이 연구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환자 안정에 최우선 극단적 행동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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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정신과 과장으로 한국인 2세인 로렌스 박(사진) 박사는 기자가 영화 ‘뷰티풀 마인드’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의 영화를 언급하자 빙그레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 예로 전기충격요법(ECT)을 들었다. 영화에서 ECT는 환자가 온몸에 격렬한 경련을 일으키게 되는 잔인한 치료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면상태에서 근육이완제 처방을 한 뒤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가 몸을 심하게 떨지 않는다는 것.
ECT 치료 시 환자 본인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는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박 과장은 “급히 법원 허가를 받아 신속히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판사와 법원 관계자들이 병원을 직접 찾아오기도 해 사흘 내에 필요한 법적 조치를 마무리한다”며 회의실 한쪽에 놓여 있는 성조기를 가리켰다. 회의실이 병원 내 ‘임시 법정’으로도 쓰인다는 의미였다.
박 과장은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이 극단적인 심리 표출을 하기 전 징후를 포착해 예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의료진과 병동 설비의 초점은 상당수 여기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 치료 등 10여 종류의 요법과 각종 엔터테인먼트 및 교육 활동,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등도 환자의 심리 조절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 촉감을 활용한 ‘천 요법’ 중의 한 가지로 무겁게 덮어 주는 느낌에 안정감을 느끼는 환자를 위해 특수 제작된 10kg짜리 담요가 활용되기도 한다.
박 과장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첨단 정신과 치료법들이 효과를 보면서 요즘은 병원 경비들이 소동을 일으키는 환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긴급한 상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보스턴=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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