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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세계 석학의 5가지 충고

화이트보스 2009. 5. 10. 16:03

심장병 세계 석학의 5가지 충고

[임호준 기자의 닥터&클리닉] 게리 민츠 美 컬럼비아대 교수 인터뷰
와인의 효과? "한 두잔 술 심장병 예방 단, 맥주는 제외"
심장병 유발 제1 원인은? "유전성과 가족력"
스트레스는 어떤가? "원인 중 하나일 뿐 생활을 통합적으로 봐야"

심혈관 중재술은 최근 십수년 간 아마도 가장 많은 생명을 살린, 현대의학의 백미(白眉) 중 하나다. 게리 민츠 교수는 그 백미의 백미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 업적을 쌓았으며, 가장 활발한 학회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21일 서울아산병원 비상근 외래 교수(adjunct professor)로 임용됐다. "미국재단(CRF)·유럽재단(EURO PCR)과 함께 세계 3대 심장혈관연구기구에 속하는 '한국심장혈관연구재단(CVRF)'을 이끌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박승정 교수 팀과 함께 보다 폭 넓은 임상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임용에 관한 그의 변(辯)이다. 그는 박승정 교수 팀이 10여 년 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심혈관 중재술 국제학회(앤지오플래스티 서미트·Angioplasty Summit)'의 공동 의장 자격으로 매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과 한국 의료계에 관해서도 매우 폭 넓은 이해와 정보를 갖고 있다.

인터뷰는 서울아산병원 3층 심혈관중재센터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한국 나이로 환갑을 넘겼지만 정열적이었고, 사진 취재를 위해 오랜 시간 '모델'이 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코가 크고 인상이 강렬해 '사진 발'이 좋다"는 사진 기자의 말에 "내가 원래 포토제닉(photogenic·사진 촬영에 적합)하다"며 가볍게 익살을 떨기도 했다.

▲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명의는 사람 얼굴만 보고 병을 알아낸다고 한다. 평생 심장 혈관을 연구했으니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의 심장 혈관 상태가 보이지 않나?

"노(NO)! 난 점쟁이가 아니라 과학자다. 일반적으로 뚱뚱하면 심장병 발병 위험이 높다고 간주하는데 비만은 심혈관 질환의 여러 위험 인자 중 하나일 뿐이다. 빼빼 마른 사람 중에도 심장 혈관이 꽉 막힌 사람이 많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비만이 가장 중요한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 중 하나지만 한국에서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인의 식습관이 많이 서구화됐다지만 아직도 건강한 편이다. 한국사람을 보라. 얼마나 날씬한가?"

프랑스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먹는데도 심장병 발병이 적은 이유가 와인을 마시기 때문이라는 '프렌치 페러독스'가 한국에 알려진 뒤 한국에서 와인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적정량의 와인이 심장병 발병을 억제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와인이 심장병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와인 가격이 너무 비싸던데 프랑스가 정말 좋은 마케팅 전략을 개발한 것 같다. 와인뿐 아니라 다른 술도 적당히 마시면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다. 단 맥주는 탄수화물이 많아 예외다. 적정량은 차이가 있지만 2~3잔 정도지 않을까? 나도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할 때는 와인 한 두 잔 마신다."

―흔히 흡연, 고혈압, 고혈당, 고콜레스테롤, 비만 등을 심장병의 유발 요인으로 간주하는데 이 중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

"유전성이나 가족력이다. 어떤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운동하고 음식에 조심해도 심혈관 질환이 발병하고, 어떤 사람은 그 반대다. 때문에 (미국에서) 사망률 1위 질환에 대처하려면 가계(家系)를 잘 살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위험한 것은 당뇨병이다. 동맥경화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흡연은 확실히 당뇨병만큼은 덜 해로운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얘기일 뿐이다. 사람마다 위험 요인이 작용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요인이 더 해롭고 어떤 요인이 덜 해롭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스트레스는 어떤가? 한국에서는 심근경색증을 스트레스나 과로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흡연 같은 위험요인이 있는 상태에서 결정적으로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마치 화약에 불이 지펴지듯 터지는 것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한국 사람만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아니다. 미국 사람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지만 심근경색 등을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물론 스트레스도 한 원인이 되겠지만 혈관이 건강한 사람은 아무리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심근경색이 생기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심혈관 질환을 어느 특정 위험 요인과 관련해서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여러 요인들을 '통합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생활 전반을 통해 이 요인들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가슴 통증은 일상 속에서 가장 흔하게 느끼는 통증 중 하나다. 때문에 치명적인 '협심증 흉통'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간과하는 사람이 많다. 생활 속에서 흉통은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특히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조심해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과 급성 심근경색증은 증상이 매우 유사해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환자는 자신이 자신의 증상을 판단해선 안 된다. 흉통이 생긴다면 그것이 협심증 흉통인지 아닌지 여부부터 감별해야 한다."

―일단 심근경색증이 발생했다면 어떤 병원을 선택해야 하나?

"심근경색 환자에게 있어 1분 1초는 곧 생명이다. 따라서 심혈관 중재술(PCI)을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무조건 가까운 병원만이 능사가 아니다.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필요한 진단을 거쳐 PCI를 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어떤 병원은 의사와 장비가 항상 준비돼 있어 환자가 도착하면 즉각 시술이 가능하지만 어떤 병원은 의사를 부르고 장비를 다른 곳에서 빼 오느라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PCI 응급체계를 갖춘 곳은 체코다. 체코에선 심근경색 환자의 약 90%가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고 생명을 건진다. 덴마크도 응급의료기관간의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워낙 영토가 넓다 보니 심근경색이 발생해도 PCI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PCI 응급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진 편인데 지방은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고 들었다. 정부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응급시스템이 잘 갖춰진 센터를 선발해 협업 체계를 마련하고, 의료의 질까지 통제해야 한다. 체코나 덴마크와 같은 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기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중재술 이야기만 했는데 중재술은 재발률이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재발 등을 감안하면 차라리 수술을 받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지 않나?

"그렇다. 경우에 따라 중재술보다 수술이 더 좋다. 일반적으로 관상동맥 여러 곳에서 협착이 일어난 경우는 중재술보다 수술이 적당하다. 그러나 중재술의 재발률은 약물을 코팅시킨 스텐트 등의 발달로 과거 20~30% 수준에서 요즘 4~5%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요즘은 혈관의 여러 곳이 막힌 경우에도 중재술을 시도해 보는 추세로 옮겨가고 있다. 중재술이 재발의 부담이 있다면 수술은 전신마취의 위험이 따르고 수술 직후 뇌졸중이나 감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또 수술을 받더라도 혈관의 병은 계속 진행되므로 두 번째 수술을 받아야 할 때는 더 위험해 진다. 또 수술 후 1년 내에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도 10% 정도나 된다. 따라서 중재술을 받을 수 있다면 중재술을 받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 2009.04.28 16:43 입력 / 2009.04.29 09: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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