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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전쟁 곧 온다… 바다가 우리 살길"

화이트보스 2009. 5. 19. 13:26

식량 전쟁 곧 온다… 바다가 우리 살길"

입력 : 2009.05.19 03:18 / 수정 : 2009.05.19 07:07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인터뷰
"남빙양 크릴 시장 선점해야… 해조류 이용한 에너지 개발 등 녹색 바이오 사업에도 관심"
"큰아들 원양어선 태워… 높은자리에만 있으면 진실 몰라"

"현재 세계 인구는 65억명입니다. 곧 80억명, 100억명 시대가 옵니다. 인구가 이런 속도로 늘어나면 각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식량 자원 확보가 관건입니다. 우리는 이제 육지를 떠나 바다에서 식량 자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바다가 바로 우리의 살길입니다."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은 지난 13일 가진 인터뷰 첫머리에서 피터 드러커(Drucker·세계적인 경영학자이며 미래학자)의 말을 인용, '21세기에 가장 유망한 산업'이 수산업이라고 말했다.

"고래의 주식인 남빙양(南氷洋·남극해)에 사는 크릴(새우처럼 생긴 플랑크톤의 일종)을 아십니까. 건강식인데다 영양도 풍부하고 맛도 좋아요. 크릴은 식량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어요. 우리가 먼저 크릴 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인류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뱃사람에서 출발, 동원그룹을 키워냈기 때문일까. 김재철 회장은 유독 바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위기가 한국과 한국기업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선원에서 출발, 매출 8조원의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일궈낸 김 회장은 인터뷰 내내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이 해외, 그 중에서도 바다에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도 좁고 인구도 적은 데다 에너지도 식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바다야말로 우리가 도전하기 가장 알맞은 곳이라는 것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김 회장 사무실에는 거꾸로 만들어진 세계지도가 한쪽 벽에 걸려 있다. 그 지도를 보면 대한민국은 중국대륙을 발판으로 우뚝 서 태평양 전체를 응시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그는 거꾸로 된 세계지도를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이고, 우리의 미래는 세계에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창립 40주년을 맞은 동원그룹을 이끈 원동력은 무엇인지요.

"동원은 일본에서 중고어선을 빌려 시작한 기업입니다. 아무것도 없이 사람과 열정으로 시작했어요. 인재, 열성과 도전이 우리의 재산입니다."

―앞으로 동원의 미래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습니까.

"앞으로의 20~30년은 지금보다 훨씬 더 험난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선진국 기업들이 개척한 길을 따라가면 됐지요. 이제는 우리만의 창조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동원산업은 세계에서 제일 좋은 식품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동원은 바다를 바탕으로 성장한 만큼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를 비롯한 그린 바이오 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를 통해 2019년까지 매출액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 1위의 참치가공 회사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했고, 그 결과 동원의 위상이 세계시장에서 많이 높아진 걸로 알고 있는데요.

"동원은 이제 세계 1위의 참치기업이 됐어요. 국제참치관계 회의에 동원쪽 사람이 안 나오면 결정도 잘 안 될 정도입니다. 좀 안타까운 게 해외자원이나 어업권 확보에 대해 무심하고 잘 모르고 넘어가는 일입니다. 바다의 권리를 찾는 데 모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합니다."

―80년대에 한국투자금융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미국의 대표기업 GE는 제조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금융(캐피탈)부문이 돈을 제일 많이 벌고 있어요. 기업도 생물처럼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본업을 버려도 망하고 본업만 해도 망하는 게 기업입니다. 본업을 버린다는 건 핵심경쟁력을 잃는 것이고, 본업만 하면 결국 확장하거나 적응할 수 없으니까 망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업을 시작했어요."

―엄격한 자식교육으로 유명합니다. 큰아들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사장을 원양어선에 태운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 바다에서 시작했습니다. 배가 아무리 커도 태풍 속에서 나사 하나 고장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정확하고 철두철미해야 살아날 수 있습니다. 기업도 배와 마찬가지입니다. CEO들에게도 그런 소리 자주 합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봐야 한다고. 높은 자리에서 좋은 보고만 받고 있으면 회사의 진실을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재계의 원로로서 우리 사회가 업그레이드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금 젊은이들의 능력은 걱정할 게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교육의 기본 원칙만 세우고 신상필벌만 확실하게 하고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아이들은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데 그걸 구시대적인 경험과 시스템으로 재단하면 되겠습니까?"

―요즘 아이들 버릇이 없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디서 읽었는데 함무라비 법전인가 이집트 피라미드에도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고 예전만 같지 않다'는 글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웃음) 우리 아이들을 창의력 있는 세계인으로 길러주면 미래는 밝습니다."

―개인적으로 황우석씨를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다시 황우석씨를 지원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는데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황우석씨를 믿고 지원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황우석씨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꾸준히 지원했으면 지금쯤은 큰일을 성취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황우석씨는 본인의 영역인 줄기세포 연구에만 전념했다면 좋았을 텐데, 밖으로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들고 다닌 게 문제입니다. 줄기세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경쟁이 붙어 있습니다. 먼저 특허를 따내면 10년 동안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분야라 황우석씨의 중도 하차는 더 아쉬움이 큽니다. "

☞ 김재철 회장과 동원그룹

1935년생. 전남 강진 출신으로 국립수산대학교를 졸업했다. 항해사로 사회생활을 시작, 1969년 동원산업을 창립했다. 참치잡이로 시작했지만 수산·식품·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기업을 확장했다. 현재 모기업인 동원은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동원F&B, 동원시스템즈, 스타키스트(미국 1위의 참치가공회사) 등 11개 계열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3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1982년 인수한 동원증권은 현재 자산 규모 13조원의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한투금융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원에 달하며 한국투자증권·한국투신운용·한국밸류운용 등 8개의 계열사가 있다. 현재 계열 분리돼 장남인 김남구 사장이 독립경영체제를 이루고 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맡았고, 2006~2007년에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