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대신 코리아로” 러에 ‘의료 한류’ 일으키다
![]() 2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대호텔에서 한국의료관광 설명회가 열렸다.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러시아 의사와 여행업체 관계자들이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블라디보스토크=김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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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를 넘으면 러시아 시장이 열린다.” 매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만 2500여 명의 중증환자가 해외로 치료여행을 떠난다. 80% 이상은 싱가포르를 택한다. 이곳 사람들에게 싱가포르는 ‘의술이 뛰어난 나라’로 인식돼 있다. 한국 의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러시아가 바뀌고 있다. 18일과 20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열린 ‘한국의료관광 극동아시아 설명회’에서 그 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현지 의사들의 상담이 폭주했고 여러 건의 계약이 현장에서 체결됐다. 블라디보스토크 설명회는 지난해 80여 명이 참석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200여 명이 찾아 행사장을 꽉 채웠다.》
매년 블라디보스토크서만 환자 2000명 싱가포르로
최첨단 장비-의술에 감탄, 참석자 작년의 2.5배 북적
싱가포르에서 심장 관련 수술을 받은 후 증상이 악화된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유력 인사를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해외 환자 유치 대행기관 닥스투어의 우봉식 대표(재활의학과 전문의)는 “그를 세브란스병원에 소개했으며 현재 한국행이 거의 성사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 유력 인사는 지역 정·재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가 넓다. 수술이 성공하면 ‘한국 의료 홍보대사’를 자원할지도 모른다.
1일부터 해외 환자 유치가 합법화된 이후 의료관광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8일엔 의료산업을 필두로 대통령 주재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 보고대회를 열었고 열흘 뒤 첫 공략지인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에 유치단을 파견했다. 파견 규모도 병원 5곳과 여행사 10곳 등 역대 최대 규모다.
러시아 의사들은 한국의 높은 의료 수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는 병원 한 곳에 많으면 서너 대씩 갖고 있는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장비가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모든 병원을 통틀어도 두세 대밖에 없다. 동행한 한국 의사들은 현지 의료 수준을 20년 전 한국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의사들은 자기가 맡고 있는 환자를 한국 병원들이 고쳐줄 수 있는지 물어왔다. 일본 의료관광객이 주로 피부미용이나 건강검진을 위해 한국을 찾는 것과는 달리 러시아 환자들은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간다. 의사들도 그렇게 권유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3건의 구두계약을 체결했다. 한 현지 의사는 49세 된 남성 식도암 환자와 함께 설명회를 찾았다. 이 환자는 이르면 다음 달 국내에서 수술을 받게 된다. 또 다른 러시아 의사는 이미 뇌종양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는 50대 중반 남성 환자를 보내겠다고 했다. 3건이 모두 실제 수술로 연결되면 4000만∼5000만 원이나 되는 계약이지만 홍보 효과는 그 액수 이상이다.
인하대병원 관계자가 사이버나이프 치료를 설명하던 때였다. 현지 일본계 외과 의사 코니카바 씨는 자기가 맡고 있는 네 살짜리 뇌종양 환자를 떠올렸다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했다. 코니카바 씨는 “사이버나이프로 뇌종양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오늘 설명회에서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인하대병원과 계약을 하고 이른 시일 내에 환자를 보내기로 했다. 아름다운나라 성형외과 피부과도 쌍꺼풀 수술을 포함해 모두 세 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5월 부천세종병원에서 여덟 살 된 아들의 심장수술을 했다는 비니추크 세르게이 씨(34)는 “수술 결과에 상당히 만족하며 한국 의료진의 높은 기술과 친절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하바롭스크 시립병원의 소아심장 전문의 보로부료바 루드밀라 과장은 “앞으로 러시아에서 다룰 수 없는 환자는 한국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번 설명회를 총괄한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전략상품팀장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전개한 마케팅 성과가 이제야 나타나는 것 같다”며 “‘의술은 싱가포르가 최고’라는 이곳 사람들의 환상만 깬다면 그들의 발길을 한국으로 돌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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