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린 ‘암환자를 위한 Food & Cooking 페스티벌’에 참가한 환자들이 계란지단·검정깨·쇠고기·피망·순무·당근 등을 넣어 만든 밀쌈말이를 시식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
체중 5% 줄면 면역력↓ 항암치료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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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비만ㆍ과체중이었던 암환자 중엔 체중 감소가 잘된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항암치료 때는 누구든지 절대 살을 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삼성서울병원 영양팀이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뒤 체중 변화를 조사한 결과 평균 4.5㎏(8%) 감소했다. 또 하루에 필요한 열량의 65%, 단백질 요구량의 62%가량만 섭취했다. 대장암 환자도 수술 후 체중이 평균 2.9㎏(4.6%) 줄었다.
살코기·생선·두부·계란 충분히 먹자
암환자나 가족의 가장 흔한 오해는 ‘암환자는 육류를 섭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강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주영 교수는 “암환자는 살코기·생선·두부·계란·콩류 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류를 먹는다고 해서 암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간 건강이 악화돼 간성혼수 위험이 있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져 육류 등 삼가야 할 음식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또 항암 치료 도중 면역력이 저하되는 시기엔 모든 음식을 익혀 먹는 것이 기본이다.
암환자에게 지나친 저열량식은 독이 될 수 있다. 항암제 치료 뒤 백혈구 수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는 회복을 지연시키는 등 암 치료의 방해 요인이다.
감귤·토마토 주스 등 산성 음식은 염증 악화
한양대병원 영양과 백희준 영양사는 “암환자의 식사나 간식 섭취에 대한 가족의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역효과”라며 “가벼운 운동, 충분한 휴식, 즐거운 식사 분위기를 조성해 식욕을 되살리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향이 강하고 차거나 뜨거운 음식, 기름진 음식은 암환자에겐 기피 음식이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구강염·식도염이 있으면 부드럽고 수분이 있는 음식을 섭취한다. 구토·메스꺼움이 심하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시원한 생수를 천천히 마시는 것이 유익하다. 감귤 주스·토마토 주스 등 산성 식품은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암환자에게 생과일주스보다 통조림 식품을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항암제 치료 도중엔 입맛도 변한다. 특히 단맛엔 둔해지고 고기 맛엔 민감해진다. 암 환자는 육류를 먹은 뒤 ‘너무 쓰다’거나 ‘금속성의 맛이 난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때는 단백질 공급원을 쇠고기·돼지고기에서 닭고기·생선·두부 등으로 바꾸는 것이 방법이다.
“음식 못 삼키면 코·위에 영양 보충액 주입”
항암치료 도중 체중이 과도하게 줄어들거나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환자에겐 영양 보충액(특수의료용도 식품)이란 ‘카드’를 쓸 수 있다.
대한방사선종양학회에 참석한 미국 MD앤더슨암센터 데이비드 로젠탈 박사는 “우리 병원에선 방사선 치료 뒤 암환자가 식사를 못하면 영양보충액을 먹도록 제공하거나 튜브로 코나 위에 직접 주입하는 등 적극적인 영양 공급을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정맥을 통한 고영양 수액 공급(총정맥영양요법)은 실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암세포를 오히려 자극할 수 있는 것을 우려해서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영양보충액은 엔슈어(한국애보트)ㆍ뉴케어(대상)ㆍ그린비아(정식품) 등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