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독재" 발언에 여권(與圈) 발칵… 민주당 "DJ 공격은 용서 못한다"
박희태- "수십년전 일 생각하다가 환각 일으킨게 아닌가"
이회창- "정치공작 한 사람이 지금 독재 운운하나"
YS- "틈만나면 요설… 입다물라"
박지원- "여권은 통합의 정치 했나"
지난 11일 '6·15 남북 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현 정부를 사실상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국민들에게 '행동'을 촉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권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조문 정국'에서 몸을 낮춰 왔던 청와대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정면 대응으로 나서고 여기에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가세하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은 "옳은 말을 했다"며 김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DJ 발언을 계기로 정치권 내의 이념적 전선(戰線)이 한층 명확해지는 양상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가 끝난 뒤 작심한 듯 "국민화합에 앞장서고 국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전직 국가원수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오히려 분열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이 대변인은 또 수석비서관 회의 분위기가 "대체로 (DJ 발언은) '지나치다', '어이없다'는 반응이 주조였다"고 전하면서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DJ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 대통령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자유, 서민경제를 지키고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모두 들고 일어나자"고 한 것을 놓고 한 수석비서관은 "화합을 유도해야 할 분이 오히려 선동을 조장하는 것 같아 전직 대통령 발언으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 ▲ "시대착오적 발언 말라"2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왼쪽)와 장광근 사무총장이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당직자회의를 하기 전 얘기하고 있다. 두 사람은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명박 대통령 비난 발언을“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한나라당도 DJ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박희태 대표는 "수십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다가 환각을 일으킨 게 아닌가 여겨진다"며 "이제 김 전 대통령은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난 6·10 행사 이후 국민들이 모두 반정부 투쟁에 가담하지 않는 데 대한 넋두리 성 선동에 불과했다"고 논평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가세해 "그는 입이 10개라도 독재를 말할 자격이 없다"며 DJ를 공격했다. 그는 "국정원이 대대적인 불법 도청을 해서 정치공작을 한 김대중 정권 시절이 과연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 시대고, 지금은 독재시대인가"라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틈만 나면 평생 해오던 요설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 그 입 다물라"고 했다.
- ▲ "전직 대통령의 苦言이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오른쪽)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6??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 사진전에서 축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김대 중 전 대통령의 현 정부 비난 발언을“전직 대통령의 고언”이라고 옹호했다./연합뉴스
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구구절절 틀린 말씀이 하나도 없었다"며 "국가 원로의 충언을 경청하고 실천해야지,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 일제히 비난한 것은 참으로 가관"이라고 했다. 김유정 대변인도 "전직 대통령 죽이기 광풍에 휩싸인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 역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DJ 발언을 분열이라고 했지만 자신들은 언제 통합의 정치를 했는가. 모두가 남의 탓만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 다수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라고 했고,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남북관계 악화와 현 시국상황을 걱정하는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은 한마디도 틀린 게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