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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 인구의 30% 감염돼야 멈춘다… 확산 방지보다 치료에 중점 둬야

화이트보스 2009. 8. 18. 11:30

신종 플루, 인구의 30% 감염돼야 멈춘다… 확산 방지보다 치료에 중점 둬야

입력 : 2009.08.18 03:05 / 수정 : 2009.08.18 10:15

만성질환자 등 면역빈곤층은
초기대응으로 합병증 막아야

지구상에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이른바 '30% 룰'이 적용된다. 인구 10명 중 대체로 3명이 새 바이러스의 감염자가 된다는 의미다. 그 정도 감염돼 면역성이 생겨야 사람끼리의 교차 감염이 차단되고 확산이 수그러들기 때문이다.

겨울에 도는 계절성 인플루엔자는 유행지역 인구의 약 10%가 감염된다. 기존 예방 백신을 맞는 사람도 있고, 감염이 누적돼 자체 면역력을 갖고 있는 계층도 있기 때문에 변종보다는 그 수가 적다. 인류는 항상 '새로운 놈'에게 3배가량 더 많이 감염돼 타격을 입는다는 뜻이다.

지금 전세계에 돌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H1N1) 역시 '30% 룰'이 적용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지난 20세기에 있었던 세 번의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보면 전체 인구의 약 30%가 감염됐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70%의 대다수는 감염돼도 증상을 가볍게 앓고 넘기거나 체질적으로 바이러스에 강한 경우다. 최근 유럽 질병통제센터(ECDC)도 현재의 환자 발생 추이를 감안하면 다가올 겨울이 끝날 때까지 유럽 인구의 약 30%가 신종 플루에 감염돼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된다는 시뮬레이션 자료를 내놨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기후나 환경, 의료 수준이 우리와 엇비슷한 북반구 유럽의 환자 발생 패턴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역시 30%는 감염된다는 얘기다. 즉 인구의 30%가 감염될 때까지는 신종 플루가 계속 확산되고, 이때까지 노약자 등 '면역 빈곤층'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약 1500만명의 감염을 의미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인데 왜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걸까. 그 배경엔 착시(錯視) 현상이 있다. 요즘 정부가 발표하는 신종 플루 감염자 수(17일 현재 2165명)는 실제 감염자의 일부만 정밀 검사로 확인한 숫자다. 지난 7월 하순부터 신종 플루 의심 신고가 폭주하자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열이 있다고 신고한 사람 중 체온이 섭씨 37.8도 이상인 사람 위주로만 정밀 검사로 확인해 발표하고 있다.

실제 감염자의 상당수는 일반 감기나 폐렴으로 치료받고 있거나, 증상을 가볍게 앓고 넘기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보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 방역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신종 플루가 지역사회에 퍼진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모든 환자를 일일이 확인하진 않고 병원 입원 환자 수와 사망자 수만 파악하고 있다. 국내도 감염자 3명 중 한명 정도는 뚜렷한 감염원 없이 지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꽤 퍼진 것으로 추측된다.

인플루엔자가 전파되는 속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처음에는 서서히 늘었다가 일정 숫자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하면 급속히 전파되기 시작한다. 그러다 정점을 맞고 대다수가 면역을 갖게 되면 급속히 감소한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천병철 교수는 "여름이라 신종 플루 전파 속도가 느려져서 그렇지 오는 가을부터는 감염자가 폭증할 것"이라며 "현재는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곡선의 초입 단계에 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종 플루 방역 대책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승철 국가신종 플루자문위원장은 "지금까지는 환자를 조기 발견해 격리하는 등 전파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고(高)위험 감염자를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 중증(重症)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데 더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종 플루 방어의 주력군(軍)이 방역당국이었다면 이제는 의료기관이 주력 대응군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인플루엔자 감염이 폐렴이나 중증 호흡곤란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고위험 그룹은 ▲65세 이상 ▲천식 등 만성호흡기 환자 ▲만성 신장·간·신장 환자 ▲당뇨병 ▲임신부 ▲생후 6~23개월 소아 ▲혼자 거동할 수 없는 경우나 만성 수용시설 거주자 ▲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 등이다.

서울대병원 오명돈 교수는 "이들 환자는 호흡기 증상이 생기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초기에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인구의 30%가 감염돼야 신종 플루가 수그러들 예정이니 장기전(長期戰)이라 생각하고 의료인과 국민 모두 경각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개인위생도 중요하다.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다 퍼져 언제든지 노출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승철 위원장은 "손을 씻는다고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다 제거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적게 들어올수록 증상을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며 "손 씻기와 기침할 때 입을 가리는 에티켓만으로도 서로에게 노출되는 바이러스 양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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