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목표궤도에 올려놓지 못한 것은 위성보호덮개(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1차 분석 결과가 나왔다. 위성보호덮개는 로켓 발사 215초 뒤 고도 177㎞에서 두 쪽으로 갈라지며 떨어져 나가야 한다. 그런데 나로호 위성보호덮개는 한쪽이 그대로 남아 있다가 발사 540초 뒤에야 2단 로켓과 함께 떨어져 나갔다. 위성보다 4배나 무거운 덮개로 인해 2단 로켓이 충분한 상승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 이번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위성보호덮개는 항공우주연구원이 설계해 국내 기업이 제작했다. 그래서 1단 로켓을 제작한 러시아 측보다는 우리 쪽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우리 한계라며 주저앉을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탄소관측위성도 위성보호덮개 분리 실패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채 대기권에서 연소됐다. 세계 최고의 우주 선진국도 아직까지 위성보호덮개 분리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 과정은 성공보다는 실패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워가는 것이다. 이번 실패도 책임소재 규명에 앞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그 원인을 밝혀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 때 미국은 대통령 직속으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전(前) 국무장관인 로저스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5개월간의 조사를 통해 공학·기술적 문제와 함께 부품 제작회사 기술자들의 경고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NASA가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한 것 같은 관리상의 문제를 낱낱이 파헤쳤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도 위원으로 참여해 연료 누출을 막는 작은 부품의 결함을 찾아냈다. 유럽도 1996년 아리안 로켓 발사 실패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로켓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코드 오류를 찾아내는 자동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문제와 관련해 관계자들이 보인 석연치 않은 태도는 유감스럽다. 나로호 발사 후 위성보호덮개가 분리됐어야 하는 시점에서 분리됐다는 신호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현장 발표는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나중에 나로호 부분실패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위성보호덮개와 1단 로켓, 2단 로켓이 정상적으로 분리됐다"고 했다. 신호에도 이상이 잡혔고 로켓에 장착된 카메라가 이를 촬영도 했는데 말이다.
비과학적 변명은 실패를 성공을 향한 디딤돌로 만들지 못한다. 과학적 방법 이외에 다른 어떤 고려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나로호 실패, 과학적 규명과 과학적 극복이 중요
입력 : 2009.08.26 22:20 / 수정 : 2009.08.2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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