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4개월만의 공식 단독회동..국정협조 당부한 듯
하늘색 넥타이-블라우스..`시종 화기애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6일 청와대에서 단독회동을 가졌다.최근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유럽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나라당 의원들의 특사활동 보고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독대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두 사람의 공식 양자회동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4개월여만이다.
특히 이날 회동은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통합.화합'의 국정운영 기조를 내세운 데 이어 최근 개각에서 친박계 최경환 의원을 지식경제부 장관에 내정하는 등 '탕평인사'를 선보인 이후 이뤄진 것이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꼭 필요한 순간에 중요한 역할했다" = 이 대통령은 단독회동에 앞서 박 전 대표 등으로부터 약 50분간 특사활동 보고를 받았다.
이날 회동은 처음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출근한 이 대통령은 오전 10시 30분께 공교롭게 같은 하늘색 블라우스에 회색 정장을 입고 본관 백악실로 들어선 박 전 대표를 환한 웃음으로 맞으며 악수했다.
가벼운 인사말을 주고 받은 뒤 박 전 대표는 곧바로 이 대통령에게 "순방 결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라며 헝가리, 오스트리아, 덴마크, 벨기에, 유럽연합(EU) 등의 순으로 성과를 보고했다.
특사단 활동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는 국내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으며, 이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없이 주로 박 전 대표의 보고를 조용히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한.EU FTA(자유무역협정) 조기 비준, 재생에너지 분야 협력, 여수엑스포 참가 권유, 일부 유럽국가들의 한국문화센터 건립 추진 등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했다고 배석한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보고를 들은 뒤 "이번에 특사단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고 평가하고 "특히 EU는 우리에게 있어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데 지금까지 개별국들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서 "꼭 필요한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해줘 감사하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앞으로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와 관련돼 해야 할 일이 있는 곳에 박 전 대표가 특사로 나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사활동에 한정하긴 했으나 '국정동반자'로서 박 전 대표의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었다.
이 대통령은 또 "생각 같아서는 브라질에도 특사로 다녀와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비행시간만 30시간이 넘어 차마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고 농담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대통령께서 당선인 시절부터 유럽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화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