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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골프 회원권 값 폭락설 나오는데…

화이트보스 2009. 9. 18. 14:44

2년 후 골프 회원권 값 폭락설 나오는데… [조인스]

2009.09.18 11:46 입력

골프장 속속 개장, 골퍼는 더 늘지 않는다?
“300만 골퍼 중 회원권 소유자 12만 명에 불과 … 영향 없다”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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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뉴스 에이전시 AP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에 있는 골프 연습장 사진을 게재할 정도로 요즘 미국에서 한국 골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진은 한인들로 붐비는 로스앤젤레스 마제스틱 골프장.

이코노미스트 최근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중견기업 CEO는 기자에게 “골프장 회원권을 팔아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물어왔다. 수도권에 2개의 개인 회원권을 갖고 있는 그는 “폭락했던 지난해 말에 비해 회원권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2년 뒤에 다시 폭락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발 경제위기로 최대 반 토막 났던 회원권 가격이 올 상반기에 80% 이상 회복했다. 하지만 올해 수도권 14곳을 비롯해 전국에 골프장이 55개나 신규 공급되면서 골프장 공급 과잉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영된 탓인지 연초부터 꾸준히 올랐던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최근 다시 보합세로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최근 선전했던 중가대 종목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시장 거래자들의 기대감이 낮아졌다. 매물 유입으로 인해 고가대와 저가대가 보합세를 탔고, 초고가대만 유일하게 상승하고 있다.

또 최근 재차 거론되고 있는 ‘회원권 보유세’등 법제도 개정 움직임도 골프 회원권 가격 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다. 골프 회원권 가격 폭락설의 주요 근거는 공급과잉론이다. 지난해 말 18홀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국내 골프장 수는 345개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신규로 55개의 골프장이 더 생긴다.

국내 골프 인구를 감안한 골프장의 적정 개수는 얼마일까? 서천범 레저경영연구소장은 “평균적으로 10% 초반의 영업이익을 유지하면서 골프장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450개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예측했다. 이런 추정은 우리와 여러 산업에서 환경이 비슷한 일본을 참고해도 설득력이 있다.

일본은 현재 약 2500개의 골프장이 있다. 이 중 800개가 1990년대 이후 부도로 주인이 바뀌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400~500개일 때쯤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골프장 개설을 위해 공사를 진행 중인 곳이 110여 개나 더 있다는 점이다. 공사기간을 감안해도 2~3년 뒤면 이 골프장들이 대부분 개장한다.

여기에 골프장 관련 인허가를 받았거나 신청한 곳이 340개 더 있다. 이 중 100개만 개장한다고 하더라도 추가로 공급될 골프장은 2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수익을 내면서 경영할 수 있는 숫자가 18홀 기준으로 450개라고 가정하면 올해 말에 400개, 2~3년 내에 500개, 그 뒤로도 100개 이상은 새로 더 생긴다.

수년 내에 적정 개수보다 100개 이상 더 생기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중심에 위치한 명문클럽 외에는 주말에도 더 이상 부킹난이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경기침체로 올 들어 수도권의 고가 골프장도 주중은 물론 일요일 오후 시간대에도 회원권 없이 부킹이 가능한 곳이 많아지고 있다. 골프장에서는 ‘쉬쉬’하고 있지만 회원권 없이 골프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내장객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적정 골프장 수는 450개 전후

내장객 수 감소는 경영상황 악화로 이어진다. 회원권 분양 금액으로 지어진 골프장은 회원보다 비회원이 많이 와야 수익이 좋기 때문이다. 지방 골프장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비수도권의 퍼블릭 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의 중과세 폐지 후 가격차가 거의 없어져 울상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입회금(최초 분양가)을 밑도는 회원권 시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평균 입회금액의 60~70%에 불과한 지방 골프장들은 입회금 반환시점이 다가오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입회금은 골프장 입장에서 보면 부채이기 때문이다. 골프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30여 개의 골프장이 입회금 반환에 들어간다고 한다. 특히 제주도와 영호남 지역의 골프장들은 입회금보다 낮은 시세로 거래되고 있어 연쇄 도산의 우려도 있다.

공급이 그렇다면 수요는 어떨까? 서 소장은 “한국 골프 인구는 270만 명인데 2011년께 300만 명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인 55~64년생 900만 명을 감안하면 이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골프 인구의 핵심연령층이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기업 등의 현직에 있을 때 라운딩 횟수가 훨씬 많다. 수도권에 있는 한 골프장 지배인도 “요즘은 은퇴 후에도 골프를 즐기는 분들이 많지만 빈도수는 현직에 있을 때와는 큰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수요가 감소하면 골프장 입장에서는 경영난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수급 구조가 불안해지면서 골프장은 벌써부터 변화의 조짐이 오고 있다. 주중 할인, 월요일 할인, 일요일 오후시간 할인 등 각종 할인 제도가 생겨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가격 7억원 이상의 초고가 회원제 골프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이런 이벤트가 벌어진다.

서 소장은 “각종 이벤트가 늘어나는 것은 골프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의미이고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회원권 값 급락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지방 회원제 골프장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직 부도난 골프장은 없지만 골프업계에 따르면 지방에 공사 중인 골프장 중 15개 내외가 매물로 나와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일각에서 공급 급증과 골프 인구 정체로 골프장 회원권 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지만 골프장 관계자들은 ‘지나친 3단 논법’이라거나 “골프장 회원권을 일반 상품으로 오해한 결과”라고 반박하고 있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을 단순히 수급관계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 골퍼의 80%가 수도권에 있는데 여전히 수도권에는 부킹이 쉽지 않다. 물론 최근 2~3년간 골프장이 좀 많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 공급과잉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퍼블릭 골프장과 회원제 골프장은 같은 상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에이스 회원권 거래소의 송영권 실장은 “회원제 골프장은 단순히 운동시설이라기보다는 사교클럽이라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 산술적으로 평균을 내 공급과잉이라고 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비교하자면 자동차도 이미 충분히 보급됐지만 더 좋은 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 신차가 팔리듯 골프장도 더 좋은 클럽에 속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회원제 골프장의 수요는 계속 있다는 것이다.

“회원권 가격 떨어지는 일 없을 것” 반박도

수요 측면에서도 골프 인구 성장 둔화나 정체를 바로 회원권 가격 급락으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회원권은 총 18만 장이고 이 중 중복소유한 법인과 개인을 감안하면 골프장 회원권 소유자는 12만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송 실장은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사실상 이 12만 명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골프를 치는 인구 300만 명 중에서 10%가 준다고 회원권 가격이 급락하리라는 것은 비약”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골프 인구의 약 5%의 소수가 형성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전체 골프 인구와는 큰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골프업계 현장에서는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수급보다 경기 영향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한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의 관계자는 “향후 5년간은 수급 문제로 회원권 가격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골프장 회원권 가격 전망에는 두 가지 엇갈린 주장이 있지만 앞으로 골프장 간 경쟁격화로 서비스와 가격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영업이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최상위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의 차별화도 극심해질 것이라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 송 실장은 “특히 중간급의 골프장들이 최고의 시설과 회원관리로 명문을 지향할 것인지, 아니면 대중들이 더 편안한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날지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바꾸어 말하면 골프를 사교나 회원들 간의 교류가 아니라 운동으로 보는 사람은 굳이 회원권을 살 필요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석호 기자·luk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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