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약진과 야당의 후퇴는 여당에는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국민 전체에겐 이로운 일이 아니다. 야당의 구실은 집권당의 무능과 잘못을 지적하고 오류와 독선을 견제하는 것이다. 야당의 이런 기능이 활발해야 집권당도 자극을 받고, 나라와 국민에게도 이롭다. 지금처럼 여당 의석(원내 167석)이 제1야당(83석)을 압도하고 게다가 야당이 국민의 관심권 밖으로 멀어져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되돌아보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이 지난 몇달 사이에 두 지도자를 잃은 후 그 뒤를 이을 만한 재목들을 총결집해 당 지도부를 형성했는가 하는 리더십의 구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당사에서 야당은 강력한 카리스마형(型) 지도자가 존재할 경우엔 단일지도체제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했다. 그것이 국민의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당력(黨力)을 결집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비(非)카리스마형 지도자에 단일지도체제가 결합된 형태여서 비현실적 강경투쟁을 벌여야만 당이 분규 없이 일체화(一體化)되는 비정상적 상태다.
그 결과 한미 FTA 비준안이나 미디어법 등 주요 정책현안에서 민노당과 같은 무모한 강경노선을 취하거나 국회를 외면하고 장외투쟁에 나서기 일쑤였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중도(中道)' 노선을 내세워 민주당 주변의 지지층을 흡수해 가는 형국(形局)이 돼 버렸다. 정세균 대표는 6월 4일 의원 워크숍에서 "진보적 색깔을 좀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노당 따라 하기로 민노당 지지표를 민주당으로 끌어올 수는 없을뿐더러 중도적 입장의 지지자들의 민주당 이탈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나, 국민에게 정치적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나, 민주당은 당내 언론을 활성화시켜 당의 활로(活路) 모색에 보다 개방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