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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저널] 90년대 디플레 악몽 재현? 물가하락, 다시 일본 강타

화이트보스 2009. 9. 30. 13:42

[도쿄저널] 90년대 디플레 악몽 재현? 물가하락, 다시 일본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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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30 02:59

일본 다카사키(高崎)시 중심가의 주차타워. 1시간에 100엔을 받지만 낮에 500엔, 밤에 100엔을 내면 시간제한 없이 주차할 수 있다는 커다란 광고판을 붙였다./다카사키=선우정 특파원

땅 안팔리자 주차장 급증… 역 주변도 가격인하 전쟁
도시락도 제값엔 안팔려… 8월 소비자물가 ―2.4%

'디플레이션의 리턴즈(deflation returns·물가하락 재현).'

일본 간토(關東) 지역 북부의 다카사키(高崎)역 주변에서 요즘 '주차전쟁'이 치열하다. 운전자들이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는 전쟁이 아니다. 반대로 주차장이 운전자들을 유치하려고 벌이는 할인 전쟁이다.

역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주차타운 'Times'는 최근 시간당 100엔(1300원)으로 내렸다. 낮(오전 6시~오후 8시) 최대요금은 500엔(6500원), 밤 최대요금은 불과 100엔이다. 도심 주차 요금으로는 파격적이다. 최근 영업을 시작한 다른 주차장들도 '가격 인하' 깃발을 세웠다.

일본에선 경기가 나쁠수록 주차장이 는다. 땅이 팔리지도 않고, 건물을 세워봤자 가게 분양도 못 할 형편의 땅 주인들이 주차 수입이라도 챙기려는 것이다.

29일 이례적인 '할인 소송'이 제기됐다.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가맹점 주인 7명이 "도시락 할인을 못 하게 해 손해를 봤다"며,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2억3000만엔(30억원)을 요구한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이미지 때문에 할인은 안 된다"며 가맹점의 할인을 제한하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그 후 가맹점들이 도시락을 할인 판매했더니, 할인 전에는 팔리지 않아 폐기 처분 했던 도시락 개수의 무려 80%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이전의 폐기 처분 손실액을 본사가 물어내라는 소송이다.

할인이 아니면, 물건도 서비스도 안 팔리는 경제. 1990년대부터 장기간 일본 경제를 골병들게 했던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이 다시 일본을 강타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29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했다. 작년 8월 대비 2.4% 하락. 6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는데도, 하락폭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4개월 연속 사상 최대 하락폭 경신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물가가 3년 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2년 정도 물가 하락이 이어지는 경우를 디플레이션이라고 정의한다. 물가 하락 심리가 정착되면 소비자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늦춰 경제 전체가 장기간 냉각된다. 일본은 1998년부터 7년 동안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특히 땅값 하락(자산 디플레이션)은 시간이 갈수록 전국적으로 번져가는 추세다. 국토교통성이 공표한 지난 7월 1일 현재 기준지가를 보면, 2만여개 조사 지점 중 땅값이 오른 곳은 단 3곳이었다. 1월 1일 시점엔 23곳이었다. 일본의 땅값은 지난 2005년 도쿄 주택·상업지를 중심으로 반등해 15년 디플레이션을 마감했었다. 그런데 4년 만에 '리턴'한 것이다.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급 갭(需給 gap·경제 전체의 공급액에 대한 수요 부족액)'도 지난 4~6월 연 환산 40조엔(520조원)을 기록했다. 연간 40조~45조엔어치의 물건·서비스가 안 팔리고 남는 경제라는 얘기다. 출혈(出血) 할인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일본의 '공급 초과' 현상은 1997년 이후 8년 동안 이어지다가 역시 2005년 말부터 해소됐었다. 땅값과 마찬가지로 이 현상 역시 4년 만에 '리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