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전기차 2011년 보급?… 정부·업계 '동차(車)이몽'

화이트보스 2009. 10. 12. 14:13

전기차 2011년 보급?… 정부·업계 '동차(車)이몽'

입력 : 2009.10.12 03:22

정부 "2015년 세계점유 10%" 업계 "엔진車 죽는다" 속앓이
배터리 값 80~90% 내려야 2020년 '터닝 포인트' 될 듯

전기차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공개된 신차 80여대 중 30여대가 전기차였다. 닛산·미쓰비시는 전기차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고, 미국·유럽의 주요 업체도 하이브리드카를 넘어 전기차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당초보다 2년 앞당긴 2011년 전기차 양산(量産) 체제를 갖추고, 2015년 국내업체의 세계 전기차 점유율 10%(정부 추산 약 7만8000대)를 달성한다는 '전기차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전기차는 '엔진 자동차의 파괴자'… 기존 회사들 '속앓이'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를 당장 보급하는 것에 내심 부정적이다. 전기차 보급은 자동차 업계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대 '변혁'이다. 엔진과 변속기를 얹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기존 업체들에게 전기차는 '기득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미답(未踏)의 영역이다. 또 차량의 전기·전자화가 급속도로 진행돼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보다 전자부품 업체에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전기차의 경우 이익이 배터리 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걱정거리이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를 개발하지 않고도, 유럽·미국 등 주요 선진국 시장의 배출가스 규제를 기존 휘발유·디젤 엔진의 개선과 하이브리드카(모터와 엔진을 함께 움직여 연료를 아끼는 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외부 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카), 차체 경량화 등 각종 연비절감 기술을 통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전기차는 현대차로서는 자동차의 '기초 개념'부터 완전히 달라지는 혁명적인 제품이어서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국내에서 이미 개발이 끝난 전기차는 중소기업 씨티앤티의 이존(e-Zone), 에이디텍스의 오로라 등이 있다. 정부는 이런 차들이 빠르면 연내에 일반도로(자동차전용도로·고속도로 제외)에서 주행이 가능하도록 관계 법령을 고쳐줄 예정이다. 하지만 이 차들은 최고시속 40~50km, 주행거리 60~70km에 불과하며, 주행감은 골프 카트 수준이지만 값은 일반 중소형차 값과 비슷해 제대로 판매가 될지는 의문이다.

◆일본 닛산 등 적극적… 유럽은 비용 때문에 고급 스포츠카부터 공략

미쓰비시 전기차‘아이미브’.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사실상 세계 최초의 전기차다. 내년 4월부터 판매. 차량의 크기는 GM대우 구형 마티즈보다 조금 작지만, 판매가격은 459만9000엔(약 6000만원)에 달한다. 차 값의 절반 이상이 배터리 관련 비용일 만큼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것이 보급의 관건이다. 배터리는 차량 아랫부분에 얇게 깔려 있으며 모터는 차량 뒤쪽에 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 가운데 전기차 보급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일본 닛산이다. 닛산이 여기에 적극적인 이유는 도요타·혼다의 하이브리드카에 밀린 친환경차 개발 역량을 전기차로 한방에 넘어서겠다는 것. '후발주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2011년 일본에서 연간 5만대, 2012년 미국 스미나 공장에서 연간 15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또 유럽 고급차 업체들의 경우, 점점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 때문에, 전기차처럼 CO₂(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을 함께 팔지 않으면 앞으로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질 위기에 처해 있다. BMW·아우디 등은 최소 수천만원에 달하는 배터리 값 때문에 우선 값을 비싸게 받아도 소비자들의 저항이 적은 고급 스포츠카를 전기차로 만들어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코스트 다운'이 열쇠… 10년 내 10분의 1로 떨어질 가능성

내년 4월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미쓰비시 아이미브는 차값이 6000만원으로, 휘발유 모델보다 3~4배 비싸다. 미쓰비시에 따르면 차량 가격의 절반 이상이 배터리 관련 비용이다.

전기차 보급의 관건은 '배터리 가격을 어떻게 빨리 낮추느냐'에 달려 있다. 같은 무게 배터리에 저장할 수 있는 전기량을 늘리면서 가격을 크게 떨어뜨린다면 전기차가 '자동차 세상'을 평정할 수 있다는 것. 업계 및 분석기관들에서는 2020년쯤이면 전기차 보급에 일대 전기(轉機)가 마련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독일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쉬와 삼성SDI의 합작 배터리회사인 SB리모티브 관계자는 "자동차용 배터리값이 10년 안에 10분의 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카 지고, 전기차가 뜬다!”
2011년 국산 전기차 양산..세계 시장 10% 점유